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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12월 북·미 고위급 회담 열려야 내년 초 정상회담

지난달 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순안공항에 마중 나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순안공항에 마중 나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이 5개월째 공전 중이다. 남북 간에는 연내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과 종전선언 채택, 북·미 간에는 고위급회담에 이어 2차 정상회담 개최라는 중대 이벤트가 예정돼 있지만 실행 가능성은 미지수다. 왜 협상이 교착됐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쟁점별 Q&A로 정리해 봤다.
 

문답으로 풀어본 비핵화 협상 전망
정부는 김정은 연내 서울 답방 추진
전문가 “북·미 정상회담 이후 가능”

제재 완화 강하게 주장해온 북한
도발 통해 협상판 흔들기 나설 수도

 
Q. 왜 협상은 진전되지 않고 있나.
 
A. ‘내년 1월 1일 이후’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안을 놓고 북·미 간에 조건이 맞지 않아서다. 미국은 최근 2차 정상회담 이전에 핵·미사일 리스트 제출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회담 개최의 ‘문턱’을 약간 낮췄다(마이크 펜스 부통령, 11월 15일 NBC 인터뷰). 대신 회담에서 신고·동결-검증-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로드맵 협상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이 안마저 수용하지 않으면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는 경고 메시지 성격도 담겨 있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23일 중앙SUNDAY에 “펜스 부통령의 발언이 회담 개최를 위해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최종안(bottom line)으로 해석된다”며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 협상 시작을 선언하고, 누가 대표로 나설 것이며, 가능하면 언제까지 끝낼 것인지를 발표할 수 있으면 2차 회담을 하겠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최대 관심사인 제재 완화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에 제재 완화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6일 1년 만에 새로 개발한 첨단 전술무기 시험을 현지 지도한 것은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대미 압박 카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장거리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수시로 했던 지난해에도 7~8차례 대북제재가 이뤄졌는데 올해는 벌써 열 번째”라며 “미국 내 분위기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트럼프 대통령 한 명을 빼고 행정부와 의회 할 것 없이 똘똘 뭉쳐 제재를 확실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정상회담을 하려면 우선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가 필요한데 북한이 결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위급회담이 늦어지면서 정상회담도 함께 몇 달 정도 순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Q. 연내 김 위원장 답방과 종전선언은?
 
A. 정부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12월 방문 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것이며 성사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 서울 답방을 설득하기 위해 우리 측 주요 인사의 방북설마저 돌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을 다소 낮게 보고 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미국은 2차 정상회담을 하자는 입장”이라며 “협상 판이 깨졌다면 남북 정상회담을 또 한 번 개최해 미국을 다시 끌어들이려 하겠지만, 지금은 굳이 한국을 끼워 넣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도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현 시점에서 남측에서 받을 게 별로 없는데 김 위원장이 굳이 북·미 정상회담 전에 연내 답방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고위급회담 개최 →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 김정은 서울 답방 수순이 여전히 유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번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한 만큼 이번에는 우리 쪽에서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 답방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답방이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굳이 이런 언급을 할 필요가 없어서다.
 
반면 연내 종전선언 채택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2차 정상회담 개최와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된 이후에야 가능할 거라는 전망이다.
 
 
Q.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왜 나오나?
 
A. 일각에선 한 차례 연기됐던 북·미 고위급회담의 이달 말 또는 12월 초 개최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오히려 워싱턴과 서울의 외교가에선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달 들어 북한은 핵·경제 병진 노선 복귀를 시사(2일)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의 첨단 전술무기 시찰(16일)을 공개했다. 미국의 완고한 제재 완화 불가(不可) 입장을 흔들어 보려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핵 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까지는 아니지만 한·미 군사훈련 등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북한이 중간 정도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협상의 판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기 위한 압박수단”이라고 말했다.
 
 
Q. 철도·도로 착공식 등 남북 협력사업은?
 
A. 정부는 지난 22일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관련 공동조사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재 면제를 신청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빠르면 이달 중 남북 철도 공동조사가 이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곧이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연내 착공식까지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착공식에 대한 제재 면제는 최근 출범한 한·미 워킹그룹의 추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외교가에선 비핵화 협상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이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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