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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음주운전 단호 대처” … 김종천 사표 대신 면직

청와대 비서관 워크숍이 2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원래 청와대 밖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음주 사실이 알려진 후 영빈관으로 변경됐다. [사진 청와대]

청와대 비서관 워크숍이 2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원래 청와대 밖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음주 사실이 알려진 후 영빈관으로 변경됐다. [사진 청와대]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3일 새벽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이 김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전했다가 5시간 30여분 만에 직권면직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사표 수리(의원면직)와 달리 직권면직은 해임 이상의 징계다.
 

한 달 전 “음주운전은 살인 행위”
청와대 공직 기강 해이 논란도 부담

김 비서관, 관용차 100m 만취 운전
청와대 행정관·행정요원 함께 타

청와대 비서관 전원 워크숍엔
‘원톱’ 김수현 정책실장만 참석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5시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김 비서관과 관련된 사안을 보고받은 뒤 직권면직을 지시했다”며 “(김 비서관이 음주하고 운전한 관용) 차량에 동승했던 2명에 대해서도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징계 절차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면직심사위가 구성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직권면직이라는 결정 자체에 이미 해임 이상의 징계가 포함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전만 해도 청와대의 대응은 사표 수리 수준이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오전 11시 30분 “23일 새벽 의전비서관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음주운전으로 단속됐다”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고 부대변인은 이어 “임 실장이 이날 오전 현안점검회의가 끝난 뒤 문 대통령에게 음주운전 사실을 알렸고 문 대통령은 즉각 사표 수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대응이 달라진 건 ‘윤창호씨 사고’ 등을 통해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한 음주운전에 선처를 베풀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의 공직 기강 해이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부담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김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이 직접 음주운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준수해야 할 청와대 직원이 어겼다는 점에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한 달여 전인 지난달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강한 대처를 주문했었다.
 
문 대통령은 동승자 2명에 대해서도 징계 여부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당초 경찰은 이날 새벽 이들이 동승했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김 비서관이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는 이유로 ‘방조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신분 확인 등을 하지 않았다.
 
김종천 비서관. [연합뉴스]

김종천 비서관. [연합뉴스]

김 비서관은 이에 앞서 0시 35분쯤 효자동에서 술에 취한 채 관용차량을 100m가량을 운전하곤 정차해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다가 음주운전을 의심한 202 경비대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음주 사실이 적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비서관이 소속 행정관이 다른 비서관실로 인사가 나 직원들과 함께 청와대 인근에서 환송 저녁을 했다”며 “만찬 중 술을 마셨기 때문에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대리운전 기사가 도착한 상태였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동승자는 평창동 관사에 사는 여성 행정관과 행정요원이었다”며 “김 비서관과 귀갓길이 비슷해 태워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음주 측정 당시 김 비서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0%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김 비서관은 임종석 비서실장과 가깝다. 그는 임 실장의 한양대 후배로, 의원 시절에는 의원실 보좌관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임 실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해, ‘비서실장의 실장’이자 ‘실세 행정관’으로 불렸다. 지난 6월 청와대 개편 때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했는데 이 과정에서 탁현민 선임행정관이 한때 반발하기도 했었다. 이런 관계 때문에 임 실장이 이번 일로 곤혹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비서실·국가안보실 비서관 전원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집권 3년 차로 접어드는 2019년을 앞두고 심기일전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년 국정과제 목표 및 세부 이행계획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핵심 안건은 부진을 보이는 경제지표 등과 관련한 경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등 이른바 ‘청와대 3실장’ 중 김 실장만 이날 워크숍에 참석했다. 김 실장은 인사말에서 “국민 앞에 성과를 보여야 하는 시기다. 청와대 비서관 모두가 자신감을 갖고, 국민을 바라보며 일하자”며 청와대 직원들에게 성과와 속도를 강조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책실장이 지금까지 경제에만 포커스를 뒀다면 앞으로는 경제·사회 정책을 통합해 복지와 혁신을 믹스(혼합)하게 된다. 이를 주도한 사람이 김수현 실장”이라며 사실상 경제·사회를 주도한 ‘원톱’ 역할이 부여됐음을 시사했다.
 
한편 워크숍은 당초 외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날 새벽 김종천 비서관 사건이 전해지면서 장소가 급하게 청와대 경내로 변경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수현 실장이 워크숍에서 김 비서관 사건과 관련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세를 가다듬고 더 분발하자’는 취지의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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