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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팀장이 절반 넘는 기업, 매출성장률 평균 8% 높았다

한국의 여성 임원들 왜 늘려야 하나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규범적으로는 경제적 정의 실현에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이 실질적으로 주목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여성 임원이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은 성과가 다르다.

창의적 생각, 유연한 태도가 경쟁력
성·인종·문화 다양한 글로벌 기업
수익률도 평균보다 33%나 높아

한국은 과거 관행에 발목, 변화 더뎌
기업이 채용·승진 기피하게 하는
‘여성 독박’ 육아 환경부터 바꿔야

 
지금까지 한국 기업은 군대식 조직 운영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전후 밤새 일하고 헌신하면 결실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사무실에 야전 침대를 놓고 퇴근을 하지 않는 산업 역군의 이야기는 1960년대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세대의 유구한 신화다. 오랜 시간 일을 할 수 있어야 했고, 조직은 한 몸 같이 일사불란하게 명령을 수행했다. 사적인 영역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일할 직원, 목숨을 바칠 각오가 돼 있는 직원, 경우에 따라 손을 더럽힐 각오가 돼 있는 직원이 최상이었다. 이는 한국이 처했던 당시 위치와 관련이 있다. 선진국을 따라가는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것보다는 싸고 괜찮은 것을 만들어내는 속도가 중요했다. 군사 작전식 기업 운영이 빛을 발했던 시기다. 한국의 대기업은 대부문 이런 업무 방식을 통해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조직은 유효 기간이 끝났다.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세계 무대에서 통하지 않는다. 리더 혼자 목표 설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형은 복잡해지고 책임과 의무를 나눠질 분산된 리더십이 평가 받는 시대다. 또 창의적인 생각, 유연한 태도가 조직의 경쟁력이다.
 
 
젠더·문화 다양성이 수익·가치 창출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다양성으로 성과내기’(2017·보스턴컨설팅) ‘의미있는 혼합: 다양성을 통한 혁신’(2018·맥킨지) ‘젠더 다양성은 수지가 맞나:글로벌 분석을 통한 근거’(PIIE·2016). 최근 유수의 경제·경영 연구기관이 내놓은 보고서의 제목이다. 모두 다양한 젠더와 문화적 배경의 구성원이 어떻게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어떤 혜택으로 돌아오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10년간 일터에서의 여성을 분석해온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올해도 12개 국 기업 1000개를 분석한 보고서를 선보였다. 여러 내용 중 경영진 젠더 다양성이 확보될 경우 수익성은 21%, 가치창출은 27% 증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경영진의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을 기준으로 사분위해 경영 성과(2017년 기준)를 분석해 보니 제1사분위 기업의 수익률은 평균보다 33% 높았다. 제4사분위 기업은 평균보다 29%나 낮았다. 이 보고서는 “젠더와 인종 다양성은 명백히 수익과 가치 창출과 관련이 있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금융기관 크레디스 스위스가 2016년 300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의 방향도 비슷하다. 여성 경영진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여성 임원이 15% 이상인 기업을 10% 이하인 기업으로 나눠 비교했다. 여성 임원이 15% 이상인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8% 높았다. 여성 CEO가 있는 기업 ROE는 19%의 프리미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000개 기업의 선임 팀장급 2만7000명을 조사해 비교한 결과 여성 팀장이 절반 이상인 기업은 연간 매출 성장률이 평균 8% 높았다.
 
이런 결과를 두고 성과가 좋은 회사가 적극적으로 여성을 채용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복수의 연구에서 유사한 상관성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을 설명하진 못 한다. 한국 기업도 여성 임원의 확대로 기업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유리천장을 깨는 것이 경제적 정의를 넘어서 조직의 이득으로 돌아오고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동종교배를 막기 인재풀을 세계로 넓히면서 역량을 쏟는 이유다. 다양성에는 젠더는 물론 인종, 출신 지역, 학문적 배경 등이 모두 고려된다.
 
한국 기업은 이런 당위엔 공감한다. 기업마다 여성 인력 관련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구체성 부족과 전략이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조각나 있다는 점이다. “여성 인력 전략이 여성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전체 인사 정책과 분절되면 빛을 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육아·보육 정책을 여성 전용으로 만들어 기업이 여성을 기피하게 만드는 것이 이 중 하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하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정책을 도입했다. 한 달간 통상임금 100%를 지급한다. 지난해에만 1100명의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했다. 올해 롯데그룹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2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7월 육아 휴직자들의 수기를 모아 ‘처음 아빠’라는 지침서를 냈다. 수기를 쓴 남성 직원들은 공통적으로 “의무가 아니었다면 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똑같은 혜택을 줘서 육아에 포용적인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성공의 열쇠인 셈이다.
 
 
여성 인력 활용 노력은 비용 아닌 투자
 
하지만 과거 ‘성공의 추억’이 새로운 시도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수십년간 조직을 이끌어온 집단에서 위험 부담이 있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 꺼릴수 밖에 없다. 전 세대가 했던대로 자기 네트워크 내에서 같이 일할 사람을 선택한다. 성공 공식을 반복할 수 있는 자질이 우선시 된다. 이런 환경을 극복하고 여성이 임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자녀가 있는 경우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커리어를 이어가기 힘들다. 남자보다 더 남성적으로 행동하면서 명예 남성이 되는 길을 택하기도 했다. 때로는 극대화된 여성성을 내세워 승부를 보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이런 역사적 한계에 따라 여성 인재풀은 좁을 수 밖에 없었다. 2006년부터 매년 ‘글로벌 젠더 격차 리포트’를 발간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은 그냥 두면 경제적 영역의 젠더 격차 해소에 217년이 걸릴 것이라고 관측한다. 한국은 조사 대상 144개국 중 118위로 일본(114위)과 함께 고소득 국가 중에는 이례적으로 젠더 격차가 심하다. 강민정 한국 여성정책연구원 노동연구센터장은 “당연히 어느날 갑자기 여성 풀이 저절로 생길 리가 없다”며 “변화의 시대가 오길 기다리기만 해서는 100년이 지나도 지금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에서 눈에 보이는 성차별은 사라졌지만 임원 승진이나 인사 관리 정책은 내부적인 프로세스로 밖에서 실상을 알기 힘들다는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여성 인력 정책 핵심은 정상화다. 여성 인력을 잘 키우는 기업은 공통적으로 최고경영자(CEO)의 KPI에 반드시 성균형을 위한 노력이 들어간다. 조직 전체에서 유기적으로 실행되도록 하기 위해선 CEO의 의지가 중요하다. 당장 돈이나 평가에 포함되지 않으면, 분기별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조직원의 우선 순위에 놓일 가능성이 적다. 세계여성이사협회 손병옥 한국 대표는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한 전략과 노력을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고 투자라고 봐야 기업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전영선·염지현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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