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경영은 자전거와 같아 … 항상 페달 밟아 앞으로 나가야

[홍병기의 CEO 탐구]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히말라야 고봉을 배경 삼아 자체 제작한 14폭 병풍 앞에선 강태선 회장. 그는 ’궁극적인 경쟁자는 나 자신“이라며 ’나를 이겨야 비로소 최고가 된다“고 강조했다. [김경빈 기자]

히말라야 고봉을 배경 삼아 자체 제작한 14폭 병풍 앞에선 강태선 회장. 그는 ’궁극적인 경쟁자는 나 자신“이라며 ’나를 이겨야 비로소 최고가 된다“고 강조했다. [김경빈 기자]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69)은 국내 아웃도어웨어 업계의 강자로 떠오른 토종기업을 40여 년 째 이끌고 있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창업
45년 전 군용 배낭 불편해 직접 생산
히말라야 짐 운반 야크 보고 회사명

성공
98년 금강산 관광 계기 등산복 인기
외환위기도 모를 정도로 호황 누려

유행
호황땐 파카, 불황땐 바지 잘 팔려
동양인은 원색, 서구인은 빈티지 색

경영
연 300만벌 등산복 생산 토종 강자
국내 100대 명산 등정 프로그램도

 
연간 300만 벌의 등산복을 생산하며 국내를 넘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블랙야크는 최근엔 국내 100대 명산 등정 프로그램을 주관하면서 등산 붐 확대에도 일조하고 있다.
 
1973년 군용 배낭을 수선해 팔면서 시작한 사업에서 연 매출 6000억원대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강 회장이 숱하게 겪었던 경험과 고민의 인생 스토리와 경영 철학을 들어본다.
 
어떻게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나.
“45년 전 고교 졸업 후 시골서 조그만 회사에 다녔는데 앞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가 휴가를 내고 서울에 올라와 북한산과 도봉산을 오른 적이 있다. 당시엔 등산용 배낭이 군용 배낭밖에 없어 산행이 불편했다. 직접 편안한 배낭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평화시장에서 국방색 원단을 끊어다 수선집에서 서너 차례 고치다 보니 제법 그럴듯한 제품이 만들어졌다. 이거다 싶어 한 칸짜리 점포를 내서 시작한 게 국산 등산용 배낭 1호 제품이 됐다.”
 
회사 이름이 독특하다.
“등산 장비 사업을 시작하면서 처음엔 ‘자이언트’라는 이름을 썼었다. 한동안 잘 나가다가 1991년 전국 국립공원과 주요 산에서 야영과 취사를 금지하는 조치가 내려지면서 순식간에 매출이 급감하며 위기를 맞았다. 사업이 벼랑 끝에 몰리자 생각도 정리할 겸 히말라야를 찾았다. 당시에는 포터가 없는 대신 야크가 원정대 짐을 지고 산에 올랐다. 야크는 엄청나게 영리하고 아무리 험준한 산 비탈길이라도 거침없이 올라가더라. 그때 내 시련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인상을 받아 한국으로 돌아와 등산용품에서 등산 의류까지 폭넓게 다루며 새 출발 하는 브랜드로 ‘블랙야크’가 탄생했다.”
 

강 회장의 애장품 1호인 야크 풍경.

강 회장의 애장품 1호인 야크 풍경.

강태선 회장은 소띠(1949년생)다. 그런 그가 우리의 소를 닮은 야크를 새 브랜드로 정해 다시 사업을 일으키게 된 것도 어쩌면 인생의 인연과 궁합이 맞아 떨어진 게 아니냐는 게 강 회장의 말이다.
 
 
히말라야 50번, 서울 4대 산 하루 만에 등정도  
 
때마침 불기 시작한 등산 붐과 맞아 떨어져서 사업이 큰 성공을 거뒀다.
“1998년 10월 금강산 관광이 계기가 됐다. 등산화와 등산용 파카가 평소보다 2배 이상 수요가 늘어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하루에 등산화 20~30족씩 팔려나가 IMF 외환 위기도 모르고 지나갈 정도였다. 당시 실직한 가정들을 대신해 가정경제의 책임을 진 여성들이 생활 전선에 나서면서 산행길에도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앞으로 추진할 새로운 사업 계획은.
“한국 시장을 뛰어넘어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가 되는 게 꿈이자 비전이다. 이미 7년 전부터 유럽 시장 진출을 시작했다. 신규 브랜드로 골프용품 전문 ‘힐 크릭’을 출시했고, 2014년 미국의 생활의류 브랜드 ‘나우’를 인수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동네 주변 산을 오를 때도 고산지대 등정에서나 필요한 고급 전문 등산복을 입을 정도로 국내 등산복에 거품이 지나치게 껴있다는 지적이 있다.
“히말라야에 직접 가보지 못하더라도 주변 산을 오르내리며 대리 체험을 하면서 만족을 느끼게 된다면 그게 좋은 것 아닌가. 아름답고 좋은 옷을 입고 산에 올라 건강해지고 기분도 나아지는 것은 새로운 멋을 창조하는 것이다. 1994년 이후부터 산에도 패션 시대가 도래했다. 암적색 계통의 옷을 벗어나 다양한 원색들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화려한 옷들이 곳곳에서 등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요즘 다들 어렵다는데 등산복 시장은 어떤가.
“지난해부터 재고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 업계에선 호황이 오면 파카나 재킷류가 많이 팔리고, 불황 땐 바지류가 더 나간다.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재킷이 좀 더 팔리고 있다. 이는 지난 5~6년 동안 시장이 워낙 침체했던 데 따른 반등으로 보인다. 최근 젊은 세대가 산에 가기 시작했고, 홀로 산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등산복도 경기나 유행을 많이 타는 편인가.
“경기가 나빠지면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어두워져서 화려한 복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라. IMF 위기 직후 빨간색 여성용 등산복이 인기를 끈 게 대표적인 사례다. 나라마다 좋아하는 색깔도 다르다. 동양인들은 원색을 선호하지만, 유럽·미국 등의 서구인들은 빛바랜 빈티지 색상을 선호한다. 동양인들은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고, 서양인들은 산속에 묻히는 색깔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다.”
 
향후 출시할 신제품은.
“3년 전부터 세계 특허를 받은 자체발열 섬유로 만든 스마트 웨어를 시판하고 있다. 전천후 사용이 가능하도록 공기의 흐름을 줄이고 물기의 배출을 촉진하는 친환경 발수 의류 제품과 함께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 스틸 바닥 창을 장착한 등산화도 개발했다.”
 
 
호시우행 … 날카롭게 보고 행동은 신중하게
 
40여 년간 경영을 해왔으니 직업이 CEO인 셈이다. 기업 경영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경영은 고통이다. CEO는 매일 고민해야 한다. 많은 생각을 거듭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인생을 달관한 듯한 선문답 같다. 언제 가장 행복한가.
“행복하기 위해선 나만의 인생 디자인이 필요하다. 독창적인 콘텐트로 인생을 설계하면 살아가는 매 순간이 행복해진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고 난 뒤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등산과 마찬가지로 정상에 올라설 때 그 1초의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사업을 해오면서 그동안 위기가 많았겠다. 가장 기억에 남은 일화를 소개해달라.
“80년 신군부의 계엄령 조치 이후나 국립 공원 취사·야영 금지조치 등으로 등산객이 급감하면서 고통의 시기가 끊이질 않았다. 어렵다고만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든 재미있게 풀어보자는 게 내 나름의 해법이다. 경제가 항상 어렵다고들 말한다. 그럴수록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나가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그는 “기업은 자전거와 같다”고 말한다. 언덕길을 올라갈 때 힘들고, 내려올 때는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혹여라도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진다. “자전거 페달을 적당히 밟아 가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처럼 앞으로 나가려는 진취적인 속도가 병행할 때 기업 가치가 높아진다”는 게 그의 체험적 기업관이다.
 
등산복을 만드는 일을 하니 취미가 등산일 법 하다.
“1978년 산악인 엄홍길 등과 함께 거봉등산회를 만들어 시간만 나면 산에 오른다. 서울 주변 4대 산을 16시간 걸려 하루 만에 다 오른 적도 있다. 히말라야엔 50여 번 다녀왔다. 에베레스트 산도 2003년 합동 원정대에 참여해 두 달 간 다녀왔다.”
 
거창한 질문 하나 하자. 왜 산에 오르나.
“산은 인생의 도장이다. 오를 때는 힘들고 땀을 많이 흘리지만, 정상에 서면 한눈에 넓게, 많이 볼 수 있다. 그 과정이 마치 인간의 삶과도 같다. 국내외 여러 산을 다녀봤지만, 최고의 명산은 바로 집 앞의 산이더라. 아무 때나 즐겁게 갈 수 있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산이 명산이다.”
 
블랙야크는 2013년부터 산행 동우회인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을 운영하면서 ‘국내 100대 명산’ 등정 인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7만 7000여 명이 도전에 나서 2700여 명의 완주자가 나왔다. 이달 초엔 이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담은 책 『명산 100과 사람들』이 나왔다.
 
나만의 애장품이 있다면.
“야크 목에다 다는 풍경이다. 히말라야 등정 때 한눈에 반해 사들인 제품으로 울림이 여느 것과 다르다. 현지 목동들은 풍경 종소리로 야크와 대화를 나누더라. 야크의 고개가 쳐지면 소리가 처지고, 고개를 쳐들면 소리가 커진다. 그 소리를 듣고 야크가 아픈지, 힘이 있는지, 배고픈지 등등을 판단한다. 사람들과 소통할 때도 풍경과 같은 이치라 생각한다. 사람들의 눈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속에 그 사람의 기분과 생각이 담겨있다. 사무실에 풍경을 항상 놔두고 생각이 복잡할 때마다 소리를 들어보곤 한다.”
 
평소 유념하는 생활신조는 무엇인가.
“‘호시우행(虎視牛行)’. 각박한 세상이라 보는 것은 날카롭고, 날렵하고, 섬세하더라도 행동은 신중하고 안전하게 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창업이나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조언은.
“일하다가 잘 안 되면 너무 빨리 포기하지 마라.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의 지혜를 끌어내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는 일 중 절반 정도가 실패다. 대부분이 실패가 아닌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원인을 분석해서 지속해서 나아가야 성공의 길에 도달할 수 있다.”
 
[글씨로 본 이 사람] 최고가 되려는 의지 강해
강태선 회장 글씨

강태선 회장 글씨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의 글씨(사진)는 전체적으로 물 흐르듯 유려하게 써 내려 가는 것이 특징이다. 필적 분석 전문가인 구본진 변호사는 “평범하지 않고, 개성이 있는 필체로 원숙함이 드러나는 글씨”라고 설명했다.
 
‘ㅎ’자의 꼭지가 큰 것은 최고가 되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며, ‘ㅗ’ 자 등에서 형태를 일부 생략하는 특징은 성격이 다소 급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ㅏ’자의 가로 선이 유난히 긴 것을 보면 인내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게 구 변호사의 분석이다.
 
특히, ‘ㅁ’자를 보면 마무리 가로선이 윗선과 붙은 채로 길게 닫혀 있어 뭐든지 들어온 것은 단단하게 가둬놓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정주영 회장이나 이병철 회장 등과 같은 재력가들의 글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유형의 인물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병기 선임기자

홍병기 선임기자

홍병기 선임기자 klaatu@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