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11/24/7ccd9a20-f307-4f0f-8aa7-06871fa06d50.jpg)
최태원 회장. [연합뉴스]
98년 최신원·재원·창원 형제들 모여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결정
“20년 지지해 준 마음의 빚 갚는 것”
SK그룹 지배구조 변함 없을 듯
최태원 회장은 외환위기의 파고가 한창이던 1998년, 서른아홉의 나이로 SK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았다. SK그룹은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과 동생 최종현 선대회장의 공동 경영으로 성장한 회사다. 섬유는 최종건, 정유·정보기술(IT) 부문은 최종현 회장이 맡으면서 사세는 비약적으로 확장됐다. 73년 창업주가 작고한 뒤로는 동생 최종현 선대회장이 경영을 맡았으나 98년 선대회장마저 폐 질환으로 세상을 뜨면서 SK 일가는 경영권 승계 문제를 놓고 가족회의를 하게 된다.
가족회의에는 작고한 고(故) 최윤원 SK케미칼 회장과 함께 12일 잠실 야구장에 모인 형제들이 모두 참석했다. 장자 승계 원칙에 따랐다면 최윤원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는 것이 순서였다. 하지만 사촌 형제들은 최태원 회장을 경영권 승계의 적임자로 생각했다. 채권단의 압박에서 회사를 지켜내야 하는 외환위기 국면에서 미국 유학길에 올라 경제학을 공부해 온 최 회장이 그룹을 이끄는 것이 회사를 위한 옳은 결정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형제들의 만장일치로 1998년 9월 SK㈜ 대표에 취임하게 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11/24/8b231a88-01b2-415e-a8e8-fbdd08325301.jpg)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SK㈜ 지분 4.64%가 친족 18명에게 흩어지게 됐지만, SK그룹 지배구조는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분을 받은 친족들이 당장 매각하거나 현금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30.88%)은 여전히 그대로다.
SK그룹도 “기존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친족들이 보유하게 될 뿐, 지금과 같은 가족 경영을 계속한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최고 경영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관계사들이 이사회를 통해 자율·책임 경영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고, 사촌형인 최신원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SK네트웍스를 경영 중이다.
이번 증여 이후에도 SK네트웍스와 SK디스커버리 등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친족 스스로 이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최신원 회장은 이번 증여에 대해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증여가 결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160년 가업을 이어온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분쟁 한 번 없었던 것처럼, SK그룹도 형제간 우애가 가장 중요하다”며 “지난 20년간 어려울 때마다 사촌·형제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던 것처럼 앞으로도 사업보국(事業保國) 정신을 계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철·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