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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자주 생각하면 스트레스 줄어 오래 산다”

100세 시대, 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에 관한 책 두 권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 』
역사·문학·과학 버무려 죽음 성찰
“할머니의 보살핌 장수에 기여”

『나의 죽음은 나의 것』
죽을 수 있는 권리 기여하기 위해
약물 주사 선택한 언론인 이야기

거짓말이겠지만
하이더 와라이치 지음
홍지수 옮김, 부키
 
나의 죽음은 나의 것
알렉산드로스 벨리오스 지음
최보문 옮김, 바다출판사
 
과거에는 사람이 너무 쉽게 죽는 게 문제였다. 이제는 사람이 쉽게 죽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나의 죽음은 나의 것

나의 죽음은 나의 것

한 50년 후, 200년 후? 언젠가는 ‘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무병장수(無病長壽)를 넘어 자살만 안 하면, 또 참수만 안 당하면 영원히 사는 ‘영생 시대’가 개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21세기는 아프지만 오래 사는 유병장수(有病長壽)의 시대다. 현대인은 만성질환을 잘 예방하거나 적응해야 한다.
 
이번에 나온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통계와 역사에 문학과 과학이 버무려진 생의 마지막 풍경』은 바로 유병장수 시대의 죽음 풍속도를 다룬다. 미국에서 나왔을 때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의 『사피엔스』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있었다.
 
문학·신학·인류학·철학·의학 등 죽음과 관련된 모든 학문 분과를 넘나드는 작품이다. 저자는 파키스탄 출신으로 듀크대 병원 심장전문의다. 그는 뉴욕타임스(NYT)·가디언 등 유명 매체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한글판 출판사가 책의 원제 ‘Modern Death: How Medicine Changed the End of Life(현대의 죽음: 의학은 삶의 끝을 어떻게 바꿔놓았는가)’와 좀 거리가 있는 제목을 단 이유가 있으리라.
 
국문판 제목을 이렇게도 달 수 있었을 것 같다. ‘죽음에 관한 첨단 보고서’ ‘21세기 죽음의 현주소’ ‘죽음의 역사’ ‘사피엔스는 20만년 동안 어떻게 죽음과 싸워 왔는가’ ‘주말에 이 책 읽으면 삶과 죽음의 핵심은 파악한다’ 등등. 이 책은 이런 가상의 한글판 제목에 담긴 내용을 모두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간호사 둘이 하는 대화를 엿들었다. 두 사람은 입원한 지 꽤 오래된 환자를 함께 간호했다.
 
‘어떻게 됐어?’ 한 간호사가 물었다.
 
‘죽었어.’ 다른 간호사가 대답했다.
 
‘천만다행이다.’”
 
피터르 브뤼헐(1525년경~1569년)이 그린 ‘죽음의 승리’(1562년경). 과학 덕분에 생명과 죽음의 싸움에서 판세가 바뀐 것 같지만, 수명 연장에 따른 역기능도 있다. [사진 프라도 박물관]

피터르 브뤼헐(1525년경~1569년)이 그린 ‘죽음의 승리’(1562년경). 과학 덕분에 생명과 죽음의 싸움에서 판세가 바뀐 것 같지만, 수명 연장에 따른 역기능도 있다. [사진 프라도 박물관]

두 간호사는 결코 죽음을 기뻐하는 ‘사이코’가 아닐 것이다. 두 간호사 또한 “모든 사람의 죽음은 나를 작게 만든다(Any man’s death diminishes me)”는 존 던(1572~1631)의 시 구절에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천만다행이다”라고 말한 사정이 있다. 우리말에 “긴 병에 효자 없다”라고 하지 않는가. 이 책의 배경인 미국 또한 마찬가지다. 환자 본인도 가족도 의사·간호사도 과학이 만든 큰 성과인 유병장수라는 상황이 버겁다.
 
이 책에서 두 번째로 인상적인 대목은 1966년에 처음 제시된 ‘할머니 가설’이다. 수렵채집사회 할머니들이 손주를 돌봐주었기 때문에 딸들이 아이를 더 낳을 수 있었다는 것. 이 가설에 따르면 인간이나 인간과 수명이 비슷한 범고래가 수명이 연장된 이유는 할머니의 힘 덕분이다. 이 가설은 수학 시뮬레이션으로 입증됐다고 한다. 놀랍고 흥미로운 내용이다. 석기시대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나 무병장수를 향한 대장정을 가능하게 한 추동력은 할머니이다.
 
세 번째로 인상적인 건 이런 대목이다. “죽음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비전문가인 아내에게 의견을 물었다. 아내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죽음의 지읒 자만 들어도 기분 나빠 했다. 아내의 반응에 놀랐지만, 그 뒤로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여서 익숙해졌다.”
 
저자의 이런 통찰도 인상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헌혈 같은 이타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더 크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지닐 가능성이 더 크다. 마지막으로, 짐작과는 정반대로, 죽음을 상기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스트레스가 적을수록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
 
이 책은 삶의 반대말이 ‘죽음(death)’이라기보다는 ‘죽어감·죽어가기(dying)’즉 잘 죽는 방법이 관심사가 된 현실을 반영한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폭력이나 전염병으로 돌연사(突然死·sudden death)를 맞이했다. 수명연장으로 사실상 죽음을 예비하는 ‘죽음 맛보기(pre-death)’ 단계가 수십 년 동안 계속된다.
 
사실 죽음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가능하면 생각하는 것조차 뒤로 미루고 싶은 주제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 인디언인 나바호 족은 “죽음에 대해 얘기만 꺼내도 죽음을 초래한다”고 믿는다. 수명 연장으로 죽음은 더 멀어졌지만, 동시에 고령화로 죽어감·죽어가기는 많은 사람이 외면할 수 없는 가까운 주제가 됐다.
 
책은 죽음에 대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방법을 확정적으로 명령처럼 제시하지는 않는다. 아니 못한다. 의학계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뜨거운 논란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저 우리가 삶과 죽음에 대해 아는 것, 모르는 것을 총정리했다. 총정리가 필요한 이유는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나 병원에 입원하면 당혹스럽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병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려준다. 의사와 환자·가족이 보다 효율적·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이 책에 담겼다.
 
생사에 대한 의학적·생리학적 차원뿐만 아니라 생사의 윤리적·종교적 차원도 깊이 있게 정리한 책이다. 이런 상상, 혹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만약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이 영생을 달성한다면, 종교적인 이유로 영생을 거부하는 사람의 집단이 생겨날 것인가.
 
새로운 지식을 잔뜩 선사하는 책이지만, 다 읽고 나면 더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혼란스러움은 ‘건강한’ 혼란스러움일 것이다.
 
『나의 죽음은 나의 것』(전체 131쪽)은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전체 475쪽)과 내용이 상당 부분 겹친다. 『나의 죽음은 나의 것』은 실제 사례를 다뤘다. 좀 가슴 아픈 사례다. 저자 알렉산드로스 벨리오스는 이미 세상에 없다. 2016년 9월 별세했다. 약물을 주사하는, ‘비조력 안락사’라 불리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종교·정치·사회적 이유로 안락사가 범죄인 그리스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벨리오스는 그리스에서 언론계 요직을 거친 잘나가는 기자·작가였다. 63세의 아까운 나이로 죽기 3개월 전에 출간한 『나의 죽음은 나의 것』이 인간의 권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죽을 수 있는 권리’, 즉 안락사 합법화에 기여하기를 희망했다. 역자 최보문(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은 ‘옮긴이의 해설’에서 안락사의 역사와 쟁점의 핵심을 요약했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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