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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스스로 생각해야 살아남는다”

책 속으로 
붕괴의 다섯 단계

붕괴의 다섯 단계

붕괴의 다섯 단계
드미트리 오를로프 지음

현대 문명, 사회 시스템의 위기
5단계 붕괴 시나리오로 진단
“무한히 계속되는 성장은 없어”

홍기빈 옮김, 궁리
 
정상적 영리 활동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리스크 평가나 금융 자산 보증이 불가능해진다. 금융 기관들은 지급불능 사태에 빠지고 사람들의 저축이 모두 소멸하며 자본도 조달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금융 붕괴다. 오늘날의 금융 시스템은 지속적인 신용 팽창을 경제 성장이 떠받쳐주는 동안만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카드로 지은 집과 같아서, 카드를 계속 쌓아 올릴 수 있는 동안만 유지된다.
 
엔지니어 출신 ‘붕괴 전문가’ 드미트리 오를로프는 이러한 금융 붕괴가 현재의 문명과 사회 시스템 붕괴의 1단계라고 말한다. 이자를 받고 대출해주는 행위는 경제가 팽창할 때만 현실성을 지닌다. 성장이 멈추면 원리금 부담으로 경제는 안으로 무너진다. 무한히 계속되는 성장은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 성장 신화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다.
 
붕괴의 2단계는 금융 붕괴의 귀결이라 할 상업 붕괴다. 화폐가 가치절하를 겪거나 희소 상태가 되고 상품 사재기가 벌어진다. 신용이 무너지면서 수입에서 소매까지 이어지는 상업 고리가 끊어지고 기초 생필품 품귀 현상이 일반적 상태가 된다. 미래 전망이 대부분 그렇듯 오를로프의 주장에도 무리한 면이 없지 않다. 예컨대 3단계 정치 붕괴에서 국민 국가는 사라진다는 지적이 그렇다. 대신 정치 붕괴에서 ‘복지국가의 종언’은 귀가 솔깃해진다.
 
청년 실업률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신용 팽창으로 지탱해온 금융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중앙포토]

청년 실업률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신용 팽창으로 지탱해온 금융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중앙포토]

복지국가 종언의 배경은 이렇다. 임금의 하향 평준, 일자리 감소와 질 저하, 노사 관계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 상실, 정부의 과세 능력 한계와 저하, 인구 고령화와 노동 인구 감소, 정부 재정 적자의 폭증, 초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의 어려움, 일반 시민의 조세 부담 증가와 이를 피하기 위한 비공식 경제 활성화. 이 가운데 일부는 우리나라도 심각하게 겪고 있다.
 
붕괴의 4단계는 사회 붕괴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상호 신뢰가 무너지고 그 진공 상태를 자선 기관을 비롯한 지역 사회 기관들이 메우지만, 자원이 고갈되고 내부 갈등이 심해져서 결국 실패한다. “마을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소식에 여행객들의 메카가 되며 급기야 값비싼 가게와 레스토랑이 마구 들어선다. 치솟는 집세 탓에 많은 이들이 밀려나 근처의 좀 못난 동네들로 쫓겨나게 된다.” 우리 사회가 이미 겪고 있는 시나리오, 아니 현실이다.
 
붕괴의 마지막 5단계는 문화 붕괴다. 이 단계는 토머스 홉스가 말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와 비슷하다. 가족이 해체되고 환대, 연민, 나눔, 배려의 능력을 잃어버려 개인으로 원자화된 사람들이 희소한 자원을 놓고 경쟁한다. “사람들은 거의 완벽한 외톨이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해졌다. 외톨이들로 꽉 찬 사회에서는 타인들끼리의 연결이 약해서 신뢰가 필요한 조직이 불가능해진다.” 혼밥, 혼술, 혼행, 혼영 등 ‘홀로 라이프’ 시대가 회자되는 우리 현실을 돌이켜보게 된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신뢰다. 다섯 단계의 붕괴는 기본적으로 신뢰의 붕괴다. 이에 따라 저자가 강조하는 붕괴 방지 대안 또는 붕괴 이후 대안도 신뢰다. 신뢰에 바탕을 둔 작은 단위의 인격적 상호 작용, 자율적 협동과 자치가 중요하다는 것. 하지만 이 말이 더 솔직해 보인다. “올바른 답은, 당신 스스로 생각해야 하며 당신의 생각에 근거하여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비롯한 미래 예측서들의 가치는 통념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라는 데 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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