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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반도체 백혈병' 분쟁 11년···삼성전자, 가족들 화해하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 및 이행계획 발표를 마친 뒤 황상기 반올림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 및 이행계획 발표를 마친 뒤 황상기 반올림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반도체 백혈병’ 분쟁에 휩싸인 건 2007년 3월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근무하던 황유미(당시 22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다. 2003년 10일 입사한 황씨는 입사 1년6개월 만에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가족들은 “반도체 제조 공정이 초래한 직업병”이라고 주장했다. 유미 씨의 아버지인 황상기 씨는 “왜 그런 병에 걸렸는지 이유를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 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결성돼 삼성 측에 백혈병과 제조 공정의 연관 관계에 대해 인정하고 보상을 요구했다. 2008년 3월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가, 2014년 9월엔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가족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는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약품이 들어간다. 삼성전자의 한 퇴직자는 “그중에는 유독성 물질도 상당수”라며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지만 1990~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노출 위험이 높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유미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이런 작업 환경과 연관돼 있을 거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양측이 대화를 시작한 것은 2013년 초다. 그전에 법원 판결이 있었다. 2011년 6월 서울행정법원은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이숙영씨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이후 삼성 백혈병 문제는 국내·외에서 학계와 언론의 이슈가 됐고, 2013년 고용노동부는 반도체 사업장 종합점검에 나선다.  
 
반올림 회원과 지지자들이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반올림 회원과 지지자들이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결국 그 이듬해인 2014년 삼성전자는 피해자들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했다. 삼성전자·반올림의 합의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는 2015년 7월 1차 조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다. 이후 삼성은 1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자체 보상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130여 명에게 220억원의 보상이 이뤄졌다. 이즈음부터 반올림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1000일여 간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반도체 공정 공개 논쟁으로도 번졌다. 지난 2월 대전고등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고용노동부는 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기밀 누출’을 이유로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고, 결국 받아들여졌다.  
 
계속 평행선은 걷던 협상은 지난 7월 24일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조정위원회가 향후 제시할 2차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당시 조정위원회도 “한쪽이라도 거부하면 더는 활동을 못 한다”며 강수를 뒀다. 협상에 참석했던 김선식 삼성전자 전무는 “조정위원회의 향후 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반올림은 천막 농성을 풀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사과문 발표 도중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사과문 발표 도중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조정위가 제시한 내용은 크게 ▶피해자 개인에 대한 보상안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 ▶재발 방지 및 사회공헌 등이다. 지원 보상액은 백혈병이 최대 1억5000만원, 난소암과 유방암은 각각 최고 7500만원 등으로 정해졌다. 조정위 관계자는 “피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최대한 포함하기 위해 개인별 보상액은 낮추는 대신 보상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지원보상 대상에 반도체 뿐 아니라 LCD 라인이 포함된 것은 반올림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서다. LCD는 제조 공정도 반도체와 유사하다. 삼성전자 측은 향후 300여 명이 추가로 보상받을 것으로 추정한다.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서에 서명했다. 황 대표의 딸인 유미 씨가 숨진 지 11년 8개월 만이다.  
 
김 사장은 “병으로 고통받는 근로자와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오늘의 사과를 삼성전자의 다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이번 합의를 통해 사회적 갈등이 합의와 조정으로 해결되는 선례로 기록되려면 진정성 있는 실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재·최현주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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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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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