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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도 화웨이도 피멍 든다···미·중 무역전쟁 부메랑

 미중 무역전쟁이 양국 ‘IT 거인’을 옥죄고 있다. 스마트폰 원조인 애플과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피해 당사자다. 자국 이익을 앞세워 펼친 보호무역주의 칼날이 미중 핵심 기업들에 부메랑처럼 되돌아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정부 부채질에…화웨이 장비 둘러싼 ‘보안 불안’ 확산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시 발표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시 발표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서 화웨이 통신 장비 사용 중지를 설득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관료들이 동맹국인 세 나라 정부 관계자와 통신사 경영진을 폭넓게 접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화웨이 통신 설비에 중대한 보안 문제가 있다고 전파하는 게 접촉 목적이다.
 
 미국 정부와 화웨이의 갈등은 무역전쟁 발발 전인 2012년 시작됐다. 당시 미 의회는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 장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규정했다. 도청이나 해킹 등을 통한 스파이 활동 및 통신교란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사실상 화웨이의 배후에 있다고 의심한다. 화웨이가 비상장 기업인 점, 런정페이 회장이 인민군 출신인 점 등이 근거다.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된 인공지능 지원 장치. [사진 화웨이]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된 인공지능 지원 장치. [사진 화웨이]

 
 트럼프 정부는 집권 후 ‘안티 화웨이’ 움직임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지난 4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중국 통신장비를 쓰는 업체에게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미국 1,2위 통신사인 AT&T와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는 화웨이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는다.
 
 WSJ는 미국이 “자국에 화웨이 장비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작전의 전선을 해외로 확장했다”고 전했다. 실제 호주 정부는 올 8월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의 5세대(5G) 통신장비 공급을 제한했다. 영국도 지난달 화웨이를 포함한 통신장비 시장 조사에 착수했다. 두 나라 모두 ‘다섯 개의 눈(Five Eyes)’으로 불리는 미국의 1급 동맹국 멤버다.
 
 미 정부의 이번 독일·이탈리아·일본 접촉은 보다 광범위한 ‘기술 냉전’을 암시한다는 시각도 있다. 세 나라에는 모두 미군이 주둔해있다. 군사시설에서도 민간 통신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화웨이 장비로 정보가 흘러가는 걸 원천 봉쇄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엿보인다. WSJ는 “미국의 이번 작전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의 또 다른 전선”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 배후설을 음모로 규정짓고 강하게 반발 중이다. 화웨이는 여전히 전세계 시장 점유율 1위(22%)를 유지하고 있지만, 북미 점유율은 미미한 상태다.
 
신형 아이폰 출시 한 달만에 할인…애플 ‘판매 부진’
애플 [연합뉴스]

애플 [연합뉴스]

 
 한편 애플은 판매 부진의 늪에 빠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애플이 최신 아이폰 3종 중 하나인 아이폰XR을 일본에서 할인 판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주요 통신사들에 애플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아이폰의 최대 시장 중 하나다.
 
 아이폰XR은 애플이 지난 9월 공개한 신형 모델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이다. 그렇다고 싸게 팔아도 될 리는 없다. WSJ는 “출시 한 달도 안 된 최신 스마트폰 가격을 할인하는 건 업체 전반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애플이 겪는 아이폰 판매 둔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신호다.
 
 시장에서는 이미 애플이 내년 상반기 생산을 대대적으로 줄인다는 예측이 기정사실이다. 부품업체들은 ‘주요 고객사’의 요청으로 납품량을 줄인다며 줄줄이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이들이 밝힌 생산량 축소분은 많게는 기존의 70% 수준이다. 스마트폰 출고 대수가 3분의 1토막 난다는 뜻이다.
 
신형 아이폰 트레일러 화면. [사진 유투브 갈무리]

신형 아이폰 트레일러 화면. [사진 유투브 갈무리]

 
 전문가들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지적한다. 애플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후발 업체들에 밀리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진 미중 무역전쟁 환경은 애플의 스마트폰 수출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다. 게다가 전 세계 교역량 감소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 신흥국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투자회사 TD아메리트레이드의 수석 시장전략가 JJ 키나한은 “무역 불확실성과 2019년 구매력 둔화 가능성이 (애플을 비롯한) 기술주의 가격을 재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주요 투자회사들은 앞다퉈 애플의 목표주가와 실적 전망치를 연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트럼프·시진핑 이달 말 회담…양국 긴장 ‘팽팽’
 글로벌 경기를 주도하는 두 거대 IT기업의 타격에도 무역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기세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소강 상태가 있을지언정 근본 갈등이 1년 이상 장기화될 것으로 본다.
 
 미국 CNBC는 “미중 무역갈등이 수개월 안에 일시적으로 중단될 수는 있지만 2020년 미국 대선 때까지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 최고전략책임자(CSO)의 전망을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역전쟁 해소에 따른 경기 호전을 재선 시기(2020년)에 맞추고, 당장은 시간을 끌 것이란 예측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중 정상의 만남은 곧 예정돼있다. 오는 30일∼12월 1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다. 하지만 사전 기류가 벌써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관세 때문에 합의를 이루기를 몹시 바라고 있다”며 “나는 이번 회담에 대해 매우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말했다.
 
 같은날 중국 정부도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의 참여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외교부 장쥔 부장조리는 “갈수록 기세를 올리는 보호주의와 일국주의에 관련해 세계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미국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왕서우원(王受文) 중국상무부 부부장은 “미중 양국이 같은 방향으로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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