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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송역 KTX 단전사고 살펴보니...코레일 비상매뉴얼 '먹통'이었다

단전으로 멈춰서고 고장난 KTX 414열차를 디젤기관차가 견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전으로 멈춰서고 고장난 KTX 414열차를 디젤기관차가 견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KTX 오송역(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단전(斷電) 사고 당시 코레일의 '비상대응 시나리오'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곳곳에서 구멍이 뚫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팀이 23일 코레일이 올해 초 마련한 '안전체계 프로그램'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비상대응 시나리오는 물론 승객 대피 프로그램도 제때 가동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의 비상대응 시나리오는 ▶충돌사고 ▶탈선사고 ▶화재사고 ▶위험물 사고 ▶자연재해 ▶테러 ▶차량 및 시설장애 분야 등 7개로 나뉘어 있다. 이번 사고에는 '차량 및 시설장애'에 해당하는 비상대응 시나리오가 적용돼야 했다.  
 이 시나리오대로 하면 초기에 사고상황을 파악하고, 관제실에 전파하고, 객실혼란 방지를 위해 안내방송을 해야 한다. 이후 승객 및 차량의 피해 상황을 확인해 중간보고를 한 뒤 현장 상황 파악을 거쳐 고장 난 차량의 견인 가능 여부에 따라 승객을 차량 외부로 피난시킬지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단전으로 인해 오송역 초입에서 멈춰선 KTX 414 열차에 대한 코레일의 대응은 부실했다. 당시 사고 열차에 탔던 승객들이 전한 내용에 따르면 우선 해당 열차에서는 사고 초기 단전으로 인한 정차 상황을 알리는 안내 방송을 했다. 
 차랑고장과 전기장애 관련 비상대응 시나리오. 전동차 뿐 아니라 고속열차와 일반열차의 동일한 장애도 모두 이 시나리오를 적용한다. [자료 코레일]

차랑고장과 전기장애 관련 비상대응 시나리오. 전동차 뿐 아니라 고속열차와 일반열차의 동일한 장애도 모두 이 시나리오를 적용한다. [자료 코레일]

 그러나 정확히 어떤 고장이 발생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약 30분 뒤면 운행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안내방송이 이어졌고, 1시간 뒤에는 "객차 밖으로 내려서 나갈 수 있는 통로를 찾는 중"이라는 방송도 했다. 
 
 이 사이 일부 승객은 승무원의 안내로 열차에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안내방송은 사고가 곧 수습될 것이라는 내용과 조금 지연된다는 내용 등이 뒤섞여 나왔다고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실제로 디젤기관차로 사고 열차를 견인해 오송역 구내로 들어선 것은 사고 발생 3시간 20여분이 지난 뒤였다. 
멈춰선 열차에서 일부 승객들이 열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멈춰선 열차에서 일부 승객들이 열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비상대응 시나리오가 제대로 적용됐다면 사고 초기 전차선이 끊어진 경위와 함께 차량에는 이상이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되어야 했다. 이어서 파악된 피해 상황을 관제실과 오송역 등과 공유해 대응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열차의 전력공급 체계에 고장이 생긴 사실은 끊어진 전차선 복구가 끝난 뒤에야 발견했다. 부실한 상황 파악으로 전차선만 연결하면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초기에 정확한 피해 상황 파악에 실패하면서 상·하행선 열차의 무더기 지연은 다음 날 새벽까지도 이어졌다. 
 
 또 열차가 자력으로 움직이지 못해 다른 기관차로 견인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소요시간과 승객 불편 등을 고려해 승객을 하차시켜 바로 지척에 있는 오송역 구내로 이동해 안전하게 대기토록 하는 조치도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코레일의 '안전체계 프로그램'에는 관제사와 인근 역장, 기관사가 유기적으로 협조해서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고, 승무원들도 우왕좌왕하면서 승객들의 고통과 불만이 극심했다. 일부 화가 난 승객은 비상용 망치로 유리창을 깨기도 했을 정도다. 
20일 밤 KTX 단전 사고로 하행선 출발이 지연되면서 시민들이 서울역에서 열차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 1 1]

20일 밤 KTX 단전 사고로 하행선 출발이 지연되면서 시민들이 서울역에서 열차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 1 1]

 코레일 본부도 문제였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에 아직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고 알려 큰 혼선을 빚게 만들었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당시 비상대응 시나리오가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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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비상대응 시나리오대로만 제대로 대응했어도 국민 불편을 크게 줄였을 것"이라며 "코레일은 총체적으로 부실한 상황을 다시 정비하고 평소 훈련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진 국토교통부 철도시설안전과장도 "사고 당시 코레일 측이 비상대응 시나리오를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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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