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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묻지도 않고 같이 먹을 메뉴 주문했더니

기자
박혜은 사진 박혜은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36)
얼마 전 주말 오전, 모처럼 남편과 브런치를 먹으러 나섰습니다. 저는 서로 나눠 먹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혀 다른 종류로 채워진 음식을 각각 주문했죠. 맛집이라기에 설레는 맘으로 음식을 기다리고 음식이 도착했습니다. 보기에도 근사하고 풍성한 상차림에 설레발을 치며 맛있어 보이는 빵을 집었습니다. 그리곤 남편에게 한마디 했죠. "자기 이거 먹어!!”
 
한껏 신난 제 눈앞에 보이는 남편의 표정이 순간 살짝 일그러집니다. 그리곤 먹고 싶은 때 알아서 먹겠다 답합니다. 맛있는 걸 나누고자 하는 나의 마음이 외면당한 느낌이 드니 기분이 좋을 리 있나요. 순간 남편과 저 사이에 정적이 흐릅니다.
 
남편과 나의 대화에는 상대와 같이 하고자 요청하는 청유형과 그렇지 않은 지시형이 있었다. 나는 남편의 작은 표정 변화에도 마음이 종종 상하면서 정작 나는 아무렇지 않게 나의 생각을 지시형 언어로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었다. [사진 pixabay]

남편과 나의 대화에는 상대와 같이 하고자 요청하는 청유형과 그렇지 않은 지시형이 있었다. 나는 남편의 작은 표정 변화에도 마음이 종종 상하면서 정작 나는 아무렇지 않게 나의 생각을 지시형 언어로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었다. [사진 pixabay]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무화과를 자르던 남편이 정적을 가르고 말합니다. "자기 무화과 하나 먹을래?” 전 기다렸다는 듯 답합니다. "내가 먹고 싶으면 알아서 먹을게!!” 그 말을 하는 제 표정과 말투도 좋을 리 없었겠지요.
 
네, 맞습니다. 사건은 더 미궁 속으로 빠지는 거죠. 그렇게 한동안 서로 소리 없이 접시 소리만 요란합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될 즈음, 남편은 당신과 나 사이의 대화에 반복되는 차이가 있는데 그게 뭔지 알겠느냐 묻습니다. 기분이 좋을 리 없던 저는 생각도 없이 다르긴 뭐가 다르냐 물었지만, 뭐가 다른지 생각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저와 남편의 질문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제 말은 상대방에게 같이 하고자 요청하는 청유형이 아닌 지시형인 경우가 많다는 거죠.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걸 충분히 이해하지만 가끔은 그 말투에 맘이 상하곤 한다는 겁니다. 순간 뜨끔합니다. 늘 옆에 있다는 이유로 종종 잊게 됩니다.
 
돌아보니 나에게 좋은 것이 상대방에게도 좋을 거라는 착각을 아무런 의심 없이 하는 저를 발견합니다. 저는 남편의 기대하지 않은 작은 표정 변화에도 마음이 종종 상하면서 정작 저는 아무렇지 않게 저의 생각을 지시형의 언어로 강요 아닌 강요를 했던 셈입니다.
 
생각해보니 남편은 늘 나의 의향을 먼저 묻습니다. 그리곤 저의 대답에 따라 다음 행동을 결정하곤 합니다. 고마웠던 남편의 태도가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당연한 행동으로 여겨졌던 모양입니다.
 
장윤주 씨의 남편의 인터뷰. 순간의 욱하는 감정을 바로 내뱉기 전에 잠시 생각하고 한 발 물러선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화날 일도 아닌데 물러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영상 네이버tv 캡처]

장윤주 씨의 남편의 인터뷰. 순간의 욱하는 감정을 바로 내뱉기 전에 잠시 생각하고 한 발 물러선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화날 일도 아닌데 물러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영상 네이버tv 캡처]

 
한 TV 프로그램에 남편과 함께 등장한 장윤주 씨의 운전 영상이 생각났습니다. 화면 속 자가용 뒷좌석에는 아이와 남편이 그리고 운전대 앞에는 장윤주 씨가 앉아 있었습니다. 아이가 잠든 틈에 둘만의 대화를 나누며 하하 호호합니다.
 
그렇게 도로를 달리다 문득 지금 이 길이 맞느냐는 남편의 질문에 잠시 헷갈린 장윤주 씨는 길을 잘못 들어섭니다. 그리곤 뒤에서 불안 불안하다는 말을 남편의 말을 들으며, 잘못 들어선 길로 인해 서로 예민한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순간 차 안에 정적이 흐릅니다.
 
이 상황은 많은 부부의 일상에서 쉽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며 어색해진 그 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저 해프닝이 되기도 하고 며칠간 어색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장윤주 씨의 남편은 금세 내가 실수 한 것 같다며 민망한 웃음으로 어색해진 상황을 잘 지나갑니다. 남편의 그 말에 머쓱해진 아내도 금세 나도 미안하다 말합니다.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남편은 말합니다. 결혼할 때 부모님이 해주신 말씀이 “그거 이겨서 뭐할래? 지는 게 이기는 거다.” 하셨답니다. 근데 살다 보니 그게 맞더라는 거죠. 순간의 욱하는 감정을 바로 내뱉기 전에 잠시 생각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답니다. 순간을 지나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나고 나면 그렇게 화날 일도 아니라는 거죠.
 
스피치 강의를 할때 꼭 해 보셨으면 하는 것이 제 삼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연습인데, 부부 사이의 대화 모습도 3자의 시각으로 돌아보게 되면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 bigsmile]

스피치 강의를 할때 꼭 해 보셨으면 하는 것이 제 삼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연습인데, 부부 사이의 대화 모습도 3자의 시각으로 돌아보게 되면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 bigsmile]

 
스피치 강의를 할 때 저는 꼭 해 보시길 부탁드리는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거울 앞에 서서 거울 속 나와 대면해 이야기를 나눠보기.
둘째, 목소리를 녹음해 나의 목소리 들어보기.
셋째, 영상으로 녹화해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기. 내가 어떤 모습인지 제삼자가 되어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부부 사이의 대화 모습도 3자의 시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과 나의 대화를 녹음해 들어보기’, ‘상대방과 나의 대화의 모습을 녹화해 들여다보기’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수 있습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금속은 소리로 그 재질을 알 수 있지만, 사람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고 말합니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대화, 어떤 모습으로 나누고 계시는가요?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대표 voivod701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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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