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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 왜 이리 더딘가"…文, 세 차례 독촉했다

“북한으로 갈 귤은 왜 아직 준비가 안 되는 겁니까?”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9월 말 청와대 참모진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낸 송이버섯 2t에 대한 답례품 준비를 재촉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이 낙점한 답례품은 처음부터 귤이었다.
 
“9월 조생종을 보내면 시장에 영향을 줍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3일 “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이 북한에서 맛보기 어려운 귤을 답례품으로 정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지시했다”며 “그러나 9~10월에 수확이 가능한 극조생귤의 공급에 한계가 있어 자칫 200t을 청와대가 사버리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준비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하례리의 한농가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판매할 감귤을 수확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하례리의 한농가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판매할 감귤을 수확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귤 수급 문제를 보고한 뒤로도 문 대통령은 3차례에 걸쳐 귤의 준비상황을 직접 점검했다고 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한 별도의 재촉도 있었다. 그때마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서는 “아직 안 된다”는 답을 반복했다고 한다.
결국 북한으로 갈 귤은 11월이 넘어서야 준비가 됐다. 귤 산지인 제주에서 충분한 공급이 시작된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북에서 온 풍산개 '곰이'가 새끼 6마리를 낳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양 방문 때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곰이’가 지난 금요일(11월 9일) 새벽 새끼 6마리를 낳았습니다. 암수 3마리씩. 모두 흰색. 다 건강해 보입니다. 개는 임신 기간이 2달 정도이기 때문에 ‘곰이’는 새끼를 밴 채 우리에게 온 것이 분명합니다. 2마리의 선물에 6마리가 더해졌으니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북관계의 일이 이와 같기만 바랍니다."고 밝혔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북에서 온 풍산개 '곰이'가 새끼 6마리를 낳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양 방문 때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곰이’가 지난 금요일(11월 9일) 새벽 새끼 6마리를 낳았습니다. 암수 3마리씩. 모두 흰색. 다 건강해 보입니다. 개는 임신 기간이 2달 정도이기 때문에 ‘곰이’는 새끼를 밴 채 우리에게 온 것이 분명합니다. 2마리의 선물에 6마리가 더해졌으니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북관계의 일이 이와 같기만 바랍니다."고 밝혔다. [청와대]

 
여권 관계자는 “11월이 돼야 당도가 높은 귤을 다량 확보할 수 있고, 산지 공급이 충분해져 시장 가격에 대한 영향이 거의 없다는 점이 감안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답례품 북송을 서둘렀던 배경에는 당초 11월 가능성이 나왔던 북ㆍ미 정상회담 일정과 연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안보 관련 일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무슨 돈으로….
 
2010년 천안함 침몰 이후 시행된 5ㆍ24조치에 따라 남북 간 모든 반ㆍ출입 품목은 통일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귤을 9월 평양 정상회담의 답례품으로 분류해 정상회담 일정에 포괄해 처리했다.
 
11일 공군이 제주국제공항에서 수송기에 북한에 보낼 제주 감귤을 싣고 있다. 뉴스1

11일 공군이 제주국제공항에서 수송기에 북한에 보낼 제주 감귤을 싣고 있다. 뉴스1

 
다음 문제는 돈이었다. 어떤 예산 항목으로 귤을 사느냐에 따라 귤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에서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임종석 실장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이 반대했다. 여권 관계자는 “총무비서관실에서 남북협력기금을 쓰려면 실제 ‘협력사업’이 전제돼야 한다”며 “답례품 성격의 귤에 협력기금을 쓸 경우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어 청와대 업무추진비로 지출하는 방안이 관철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임종석 실장은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귤 구입비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 국정운영의 일환으로 봐 (청와대) 업무추진비로 지출할 계획”이라며 “이정도 총무비서관이 연말 소요에 대비해 매달 저도 모르게 그간 많이 아껴왔다고 한다”고 답했다.
 
귤 200t은 5억7000만원
 
청와대는 그동안 정확한 귤 구입비용을 밝히지 않았다. 귤 200t의 시장가격인 5~6억원 선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을 정도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기념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송이버섯 2톤(2,000kg)을 미상봉 이산가족에게 추석 선물로 보낸다고 20일 밝혔다.   [청와대]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기념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송이버섯 2톤(2,000kg)을 미상봉 이산가족에게 추석 선물로 보낸다고 20일 밝혔다. [청와대]

 
이에 대해 여권의 핵심 인사는 “총무비서관실에서 전년도 청와대 업무추진비 지출을 바탕으로 올해 추진비 지출을 자체적으로 10% 줄여서 집행했다”며 “그 결과 약 56억 7000만원 수준인 청와대 업무추진비 중 5억6700만원 정도의 여윳돈이 생겼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귤 구입비용은 정확히 5억 7000만원 선이었는데 이 비용을 1년간 아껴 쓴 업무추진비에서 집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무추진비 예산 중 귤 구입비는 대통령의 선물비 명목이다. 업무추진비 규정에는 장관의 경우 1개국 정상에 대한 선물 비용이 3000달러로 한도가 정해져 있지만, 대통령의 경우 선물액수에 대한 별도 제한이 없다.
 
왜 군 수송기였을까?
 
제주 귤 200t은 지난 11~12일 이틀에 걸쳐 하루에 두 번씩 모두 4차례 평양에 전달됐다. 귤 선물작전에는 수송기(C-130) 4대가 동원됐다.
 
11일 공군이 제주국제공항에서 수송기에 북한에 보낼 제주 감귤을 싣고 있다. 뉴스1

11일 공군이 제주국제공항에서 수송기에 북한에 보낼 제주 감귤을 싣고 있다. 뉴스1

 
청와대는 차량 수송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형 트럭을 동원하더라도 귤을 실은 트럭수십 대가 필요하고, 운반 중 귤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가 됐다. 배를 통해 수송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통관의 문제가 있고, 북한 항구에서 북측이 별도로 추가 수송을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제외됐다. 그래서 수송기가 낙점됐다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이와 관련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 수송기로 북에 보냈다는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 있다고 믿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보낸 '소떼'를 실은 트럭. 중앙포토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보낸 '소떼'를 실은 트럭. 중앙포토

 
이에 대해 임종석 실장은 국회에서 “제주도 차원에선 여러 번 감귤을 보내 남북협력을 도모하고 귤 홍보도 했었고,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제주도에서 꾸준히 (귤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감귤 북한 보내기 사업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우상호 의원실, '2013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4' 참조]

제주도 감귤 북한 보내기 사업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우상호 의원실, '2013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4' 참조]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역사적인 평양 수뇌 상봉 시기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동포애의 정을 담아 송이버섯을 보내주신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다량의 제주도 귤을 성의껏 마련하여 보내어 왔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남녘 동포들의 뜨거운 마음이 담긴 선물을 보내어 온 데 대하여 사의를 표시하시면서 청소년 학생들과 평양시 근로자들에게 전달할 데 대하여 지시하시었다”고 보도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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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