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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아귀 배에서 20㎝ 페트병···플라스틱 바다 공포

어민 황모(48)씨가 지난 19일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잡은 아귀. 불룩한 배를 가르자 500ml 페트병이 나왔다. [사진 이인규씨]

어민 황모(48)씨가 지난 19일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잡은 아귀. 불룩한 배를 가르자 500ml 페트병이 나왔다. [사진 이인규씨]

어민 황모(48)씨는 지난 19일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꽃게잡이를 하다 그물에 딸린 아귀 10여 마리를 건졌다. 몸길이는 50㎝ 정도였다. 납작하고 못 생긴 아귀는 몸 전체의 3분의 2가 머리다. 입이 크고 이빨이 3중이라 먹이를 통째로 삼킨다. 어민들은 아귀를 잡으면 '꿩 먹고 알 먹고'다. 아귀 배 안에서 오징어·조기·가자미 등 다른 생물도 '덤'으로 얻을 수 있어서다. 
 
항구로 돌아온 A씨는 아귀들을 손질하던 중 배가 유독 불룩한 한 마리를 발견했다. 가위로 배를 갈랐더니 기대했던 '부수입' 대신 500ml 빈 페트병이 나왔다. 지름 6㎝, 높이 20㎝ 크기의 플라스틱 생수병이었다. 바다 밑바닥에 사는 아귀가 숨 죽인 채 엎드려 있다 입을 벌려 사냥에 성공했는데 하필 플라스틱 병을 문 것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해변에서 죽은 향유고래 배 안에서 플라스틱 컵 115개 등 쓰레기가 무더기로 나와 충격을 준 가운데 국내 바다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삼킨 생선들이 잇따라 발견돼 환경단체에 비상이 걸렸다.  
 
어민 황모(48)씨가 지난 19일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잡은 아귀. 불룩한 배를 가르자 500ml 페트병이 나왔다. [사진 이인규씨] 어민 황모(48)씨가 지난 19일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잡은 아귀. 불룩한 배를 가르자 500ml 페트병이 나왔다. [사진 이인규씨] 어민 황모(48)씨가 지난 19일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잡은 아귀. 불룩한 배를 가르자 500ml 페트병이 나왔다. [사진 이인규씨]
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인 이인규(53)씨는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황씨가 다른 생물이 있을 줄 알고 아귀 배를 갈랐는데 커다란 플라스틱 병이 나와 사진을 찍어 보냈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도 해양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그는 "특히 칠산바다로 불리는 부안 앞바다는 물살이 세서 남쪽과 북쪽, 육지, 중국 등 사방에서 쓰레기가 떠내려온다"고 했다.  
 
예부터 전북 부안·고창, 전남 영광에 걸쳐 있는 칠산바다는 '황금어장'으로 꼽혔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 등으로 어획량이 줄었지만 어민들에게는 여전히 소중한 젖줄 같은 곳이다. 그런데 최근 쓰레기가 몰리면서 '플라스틱 바다'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어민들은 "갈수록 생선 몸 안에서 쓰레기가 발견되는 일은 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황씨는 "아귀뿐 아니라 망둥어와 양태 등 거의 모든 생선의 배 안에서 라면봉지와 캔, 플라스틱 조각 등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생선도 내장을 제거하면 먹을 수 있다"면서도 "사람들이 환경에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고래 배 안이 쓰레기 하치장이 된 뉴스를 보고 먼 나라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이번에 페트병을 삼킨 아귀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번 일을 '아귀의 경고'라고 표현했다. 그는 "바닷가에 가면 어구 등 온갖 쓰레기들이 함부로 버려져 있다"며 "일상생활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등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국가적으로는 연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수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8일 인도네시아 와카토비 국립공원 안 카포타 섬 인근 해변에서 몸길이 9.5m의 향유고래가 죽은 채 발견됐다. 고래 배 안에선 플라스틱 컵 115개, 슬리퍼, 비닐봉투 등 플라스틱 쓰레기 6㎏이 쏟아져 나왔다. 유엔에 따르면 해마다 바다로 흘러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1000만t에 달한다. 이 가운데 60%는 중국과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태국 등 아시아 5개 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귀'라는 이름은 불교에서 나왔다. 아귀(餓鬼)는 살아서 탐욕이 많았던 자가 사후에 굶주림의 형벌을 받아서 된 귀신을 말한다. 예전에는 어부들이 아귀를 잡으면 너무 못 생겨서 그냥 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담백한 맛이 일품이어서 아귀찜·아귀탕 등으로 잘 팔린다. 주로 봄에 잡히지만, 다른 계절에도 간간이 그물에 걸린다고 한다.
 
 

부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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