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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싹 막는 아이언돔···그 기술로 돈 버는 벤처들

올해로 건국 70주년을 맞은 이스라엘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이다. 국내총생산(GDP)은 국제통화기금((IMF) 명목금액 기준 2018년 전망치가 3737억 달러로 세계 33위, 1인당 GDP는 4만2115달러로 세계 20위의 부자나라다. 카타르를 비롯한 작은 산유국을 제외하고는 중동에서 가장 잘 사는 것은 물론 어지간한 유럽 국가보다 부유하다. 이스라엘 현지 취재를 통해 그 비결을 알아봤다.  

2012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도시로 쏜 로켓탄을 향해 이스라엘군의 방공시스템인 아이언돔의 요격 미사일이 밣사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장려하기 위해 이러한 군사기술도 만간에 이양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2012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도시로 쏜 로켓탄을 향해 이스라엘군의 방공시스템인 아이언돔의 요격 미사일이 밣사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장려하기 위해 이러한 군사기술도 만간에 이양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군사기술 과감한 민간 전수  
세계적인 사이버 보안업체 체크포인트, 무료 국제전화인 바이버, 미국 뉴욕주의 전력 안전을 지키며 정전 방지 서비스를 하는 MPrest, 비디오를 초고속으로 분석해 원하는 인물을 찾아주는 BriefCam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작고 모험적인 스타트업(창업기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보기술(IT) 업체로 성장했다는 것도 물론 공통점의 하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군의 군사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해 민간 부문에서 사업을 크게 일으킨 민간 기업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국방부 청사. 채인택 기자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국방부 청사. 채인택 기자

 
6000개 스타트업의 창업국가 이스라엘
사실 이스라엘은 ‘중동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며 대표적인 ‘스타트업 국가’로 올라섰다. 현재 6000개의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며 매년 1500개 이상이 새로 문을 연다. 8시간에 하나꼴이다. 인구  2000명 당 1명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스타트업이 해외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이스라엘로 유입되는 외화가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이다. 창업이 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기둥인 셈이다. 지난달 24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총리 주최 이스라엘 혁신 서미트 2018’ 전야제 행사에서 만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활동 중인 600개의 스타트업(창업기업)이 이스라엘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창업을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원천 기술은 물론 안보를 위해 개발했던 군사기술과 정보 분야 기술까지 민간에 적극적으로 전달해 스타트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이스라엘은 군사정보를 민간에 대방출하면서 이를 스타트업 붐을 유지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사이버 보안과 신호 정부를 담당하는 이스라엘군 8200부대. [이스라엘군]

사이버 보안과 신호 정부를 담당하는 이스라엘군 8200부대. [이스라엘군]

 
군사기술, 스타트업 경쟁력 원천  
현지 취재를 했더니 이스라엘 현지에선 군사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하는 스타트업이 이미 일반적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이스라엘군 최대 정보부대인 8200부대다. 이스라엘 군정보국(아만)의 휘하인 8200부대는 기본적으로 적의 SIGINT(신호정보)를 도청·감청하고 암호를 해독하며 해킹·크래킹으로부터 군 정보를 지키는 사이버 보안 업무를 맡는다. 18~21세의 청년을 징집해 컴퓨터와 두뇌를 활용해 나라를 지키는 훈련을 시킨 뒤 사이버 전사로 활용한다. 부대원의 정확한 규모는 군사보안이지만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문(Alumni)으로 불리는 8200부대 전역자들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경제의 주요 기둥이다. 부대에서 연마한 사이버 보안 기술을 비롯한 IT(정보기술) 경험과 감각, 그리고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동문은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있다. 안보와 보안 때문에 오랫동안 안개에 싸여있던 이스라엘군의 고급 군사기술을 이젠 나라 경제를 살리는 연료로 활용하는 셈이다.  
체크포인트 로고

체크포인트 로고

 
‘체크포인트’ ‘바이버’ 8200 전역자 작품
8200 동문이 창업한 기업은 세계적인 IT 보안업체인 체크포인트가 대표적이다. 1993년 8200부대 동문인 질 슈웨드와 숄로모 그래머, 마리우스 나흐트가 손잡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창업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2017년 18억5400만 달러의 매출에 9억7000만 달러의 세전 이익을 냈다. 인터넷 전화 서비스 회사인 바이버도 8200부대 동문이 창업한 기업이다. 바이버의 가치와 장래성을 평가한 일본 라쿠텐에 팔려 현재 라쿠텐바이버로 운영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8200부대를 비롯한 군사 분야의 첨단 기술을 민간에 ‘대방출’해 스타트업을 체계적으로 진흥하는 프로그램까지 가동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8200 사회 프로그램’이다. 텔아비브에서 만나 이 프로그램의 나탈리 메이어 이사는 프로그램에 대해 “8200부대 동문을 중심으로 2013년 군사기술의 민간기술 제공과 스타트업 멘토링을 위해 설립됐다”라고 소개했다. 메이어 이사는 “군 복무 중에는 IT 기술로 나라를 지키고 전역 뒤에는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운영해 경제를 키우는 8200 동문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나사렛에서 만난 현재 창업지원센터의 파디 스위디 사무국장은 “이스라엘 정부는 군사기술을 아랍계 이스라엘 국민에게도 제공하고 스타트업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문제나 반대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회적인 논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군은 항상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기술의 민간 공개로 안보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언돔 요격미사일(왼쪽), 아이언돔 시스템 개요도(오른쪽) [사진 중앙포토·부승찬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아이언돔 요격미사일(왼쪽), 아이언돔 시스템 개요도(오른쪽) [사진 중앙포토·부승찬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이스라엘 무기의 위력을 스타트업의 실력으로  
이스라엘 최고의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 돔’ 관련 군사기술도 민간에서 비즈니스에 활용한다.  
단거리 로켓과 포탄을 차단하는 이스라엘군의 이동식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의 자랑이다. 이스라엘 군수업체인 라파엘과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이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언 돔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관리통제 시스템(BMC)은 민간업체인 MPrest 시스템스의 제품을 쓴다. MPrest는 아이언 돔에 사용한 IT 기술을 활용해 민간 대산 비즈니스도 확대하고 있다.  
 
로켓과 포탄을 막는 이스라엘 방공무기 체계인 아이언돔. [위키피디아]

로켓과 포탄을 막는 이스라엘 방공무기 체계인 아이언돔. [위키피디아]

아이언돔 핵심은 초고속 수학 연산 기술
예루살렘의 스타트업인 ‘아워클라우드’의 조슈 울프 부회장은 “날아오는 로켓과 포탄의 속도와 궤도를 순간적으로 파악하고 요격용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초고속의 수학적 연산이 필요하다”며 “mPrest는 이런 수학적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울프 부회장은 “이 회사는 초고속 수학 연산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뉴욕주에 전력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잡한 전력공급망의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이 초고속 수학 연산 기술을 활용해 순식간에 공급 우회로를 찾아 정전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군사 기술의 민간 이용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세계에서 일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워클라우드는 투자·네트워킹을 비롯해 스타트업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스타트업을 관리해주는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스타트업 성공 사례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다.  
 
안면인식 보안 게이트..[중앙포토]

안면인식 보안 게이트..[중앙포토]

비디오 안면 인식기술, 이젠 일반화
울프 부회장은 과거 군이나 정보기관이 은밀하게 개발해 비밀리에 보유했던 IT 기술이 이제는 민간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예루살렘 헤브루 대학의 슈무엘 펠라그 교수와 기데온 벤즈비, 야론 카스피가 공동 창업한 BriefCam이다. 비디오 전문 기업인 이 업체는 지난 7월 일본 캐논에 9000만 달러에 팔렸다.  
이 회사는 동영상을 초고속으로 분석해 정보를 파악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수많은 CCTV를 신속하게 분석하면서 안면 인식기술을 이용해 원하는 사람이나 특정 사건 관련 용의자를 찾아준다. 원래 정보기관용으로 개발한 은밀한 기술이었다.  
실제로 이 기술은 테러범 색출에 사용돼 성과를 올렸다.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 대회 결승점에서 2개의 폭탄이 터져 3명이 사망한 테러 사건의 범인을 신속하게 찾아냈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 회사의 기술을 활용해 수많은 비디오를 초고속으로 살피면서 안면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 사건 현장에 뭔가를 설치한 인물을 파악하고 행적을 추적했다. 그 결과 4일 만에 범인 형제를 사살하거나 체포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정부의 집요한 스타트업 진흥책
이 기술이 이제는 정보기관과 경찰은 물론 민간 보안업체로까지 사용이 확산했다. 이 기술을 개발하고 보유한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BriefCam이 외국 대기업인 캐논에 통째로 팔려가는 시대가 됐다. 군사기술도 아까워하지 않는 이스라엘 당국의 대범하고 집요한 스타트업 진흥책이 이 나라를 1인당 GDP 4만2000달러이 부강한 나라로 만든 원동력임을 현지 취재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예루살렘·텔아비브·나사렛(이스라엘)=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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