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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싶은 이야기] 대통령 과학고문 세번 한 드브리지, 닉슨에 한국과학원 설립 조언

1971년 9월 귀국하기 전까지 미국의 여러 대학과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과학기술계 메커니즘을 유심히 관찰했다. 세계 강대국 미국이 과학기술을 어떻게 산업과 경제, 나아가 국가 정책에 활용하는지를 파악해 나중에 한국에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그중 눈에 확 띈 게 백악관의 ‘대통령 과학고문’ 제도다. 

버니바 부시 미국 초대 '대통령 과학고문'. '터만 보고서'로 카이스트 설립에 기여한 프레데릭 터만 스탠퍼드대 부총장의 스승으로 산학협력의 원조로 통한다. [사진 위키피디아]

버니바 부시 미국 초대 '대통령 과학고문'. '터만 보고서'로 카이스트 설립에 기여한 프레데릭 터만 스탠퍼드대 부총장의 스승으로 산학협력의 원조로 통한다. [사진 위키피디아]

과학기술 혜택은 전 국민이 받는 만큼 미국은 관련 정책과 행정을 대통령의 주요 임무로 인식한다. 그래서 이를 잘 아는 원로 과학자를 대통령 과학고문으로 임명한다. 과학고문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한다. 관료나 정치인은 단기적 성과나 당파적 이익에 사로잡히기 쉬운데 초당적으로 장기적 국가 발전을 생각하는 원로 과학기술자의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균형을 이루려는 제도다. 현재 대통령 과학고문은 백악관 과학정책실(OSTP)의 수장을 맡아 주요 부처에서 파견된 고위 공무원단을 지휘해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협의하고 대통령 자문에 응한다. 
1940년대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맨해튼 프로젝트를 수행할 당시의 버니바 부시(왼쪽)와 제임스 코넌트 하버드대 총장, 미군 공병대의 레슬리 글로브스 장군과 프랭클린 마티아스 소령. [미국 과학기술정보국]

1940년대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맨해튼 프로젝트를 수행할 당시의 버니바 부시(왼쪽)와 제임스 코넌트 하버드대 총장, 미군 공병대의 레슬리 글로브스 장군과 프랭클린 마티아스 소령. [미국 과학기술정보국]

이 제도는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년, 재임 33~45년) 대통령 때 생겼는데 한국과도 관련이 적지 않다. 41~45년 초대 과학고문을 지낸 버니바 부시(1890~1974년) 매사추세츠 공대(MIT) 전자공학과 교수는 ‘터만 보고서’의 주인공인 프레데릭 터만 스탠퍼드대 부총장의 스승이다. 부시 교수는 산학협력의 원류로 22년 냉장고 회사인 레이시온을 창업해 굴지의 전자업체로 키웠다. 현재 레이시온은 토마호크를 비롯한 다양한 미사일과 미사일방어·인공위성·레이더·통신·항공관제 시스템으로 지난해 25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세계 5위 방산업체에 올랐다. 초기 아날로그 컴퓨터와 인터넷 개념 정립에도 기여했다. ‘실리콘 밸리의 아버지’ 터만 단장이 스승에게서 물려받은 산학협력 DNA는 현재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도 이어졌다고 믿는다. 
도널드 호니히 대통령 과학고문(오른쪽)이 린든 존슨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프린스턴대 화학과 교수인 호니히 고문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설립 당시 존슨 대통령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 미국 원자력 재단]

도널드 호니히 대통령 과학고문(오른쪽)이 린든 존슨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프린스턴대 화학과 교수인 호니히 고문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설립 당시 존슨 대통령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 미국 원자력 재단]

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를 설립할 때 미국의 린든 존슨(1908~73년, 재임 63~69년) 대통령은 프린스턴대 원로 화학교수인 도널드 호니히(1920~2013년) 과학고문의 조언을 들었다. 호니히 교수는 과학고문을 마친 뒤 70~76년 브라운대 총장을 지냈는데 그 뒤 현역 교수로 돌아가 90년까지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에서 화학을 가르쳤다. 
리 드브리지 미국 대통령 과학고문(완쪽)이 해리 트루먼 대통령(가운데)과 제인스 코넌트 하버드대 총장에 대한 훈장 서훈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드브리지 박사는 한국과학원(KAIS) 설립 논의 당시인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에도 대통령 과학고문을 맡아서 조언했다. [사진 해리 트루먼 대통령 기념 도서관 및 박물관]

리 드브리지 미국 대통령 과학고문(완쪽)이 해리 트루먼 대통령(가운데)과 제인스 코넌트 하버드대 총장에 대한 훈장 서훈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드브리지 박사는 한국과학원(KAIS) 설립 논의 당시인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에도 대통령 과학고문을 맡아서 조언했다. [사진 해리 트루먼 대통령 기념 도서관 및 박물관]

KAIST 전신인 한국과학원(KAIS) 설립 논의 당시 리처드 닉슨(1913~94년, 재임 69~74년) 대통령은 과학고문인 리 드브리지(1901~94년) 캘리포니아 공대(캘텍) 전 총장의 의견을 들었다. 드브리지는 52~53년 해리 트루먼(1884~1972년, 재임 45~53년), 53~55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890~1969년, 재임 53~61년), 은퇴 뒤인 69~70년 닉슨의 과학고문으로 각각 활동했다. 46~69년 23년간 캘텍 총장을 지내면서 대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웠다. 이처럼 대통령 과학 고문은 한 나라뿐 아니라 세계 과학기술 정책의 흐름을 주도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황수연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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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