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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미·중 무역 분쟁이 한국에 의미하는 것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한국 외교는 언제나 열강의 패권 싸움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은 노골적인 대립을 드러냈다. 지난 30년 동안 APEC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은 지리적, 정치적 차이를 극복하고 합의를 이루려 했으나, 이번엔 달랐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중국의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만과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며 맞받았다. 이 회의에서 정상들은 APEC 설립 이후 처음으로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했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 정책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중국산 제품에 10%를 부과해 온 관세를 내년 1월 1일부터는 25%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일단 중국은 한국에 사드(THAAD)를 배치한 것에 대한 경제 보복이나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등의 중상주의 정책이 불러올 역풍을 과소평가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나 미·중 관계 전문가 행크 폴슨 전 미국 재무부 장관 등을 ‘중국의 친구’라고 칭함으로써 어려움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 오판했다.
 
미국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미 의회뿐 아니라 산업계 종사자들에게도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성공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정의하지 못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이 중심인 그룹은 시장개방 조치를 핵심으로 여기고 있지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위시한 다른 그룹은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시장에서 철수하고 제조업체를 베트남 등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이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한 미 국방부는 중국이 정보기관과 밀접하게 연계된 5G 네트워크와 인공지능으로 통신장비를 장악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측에서는 협상을 시도해 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태도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다. 이는 관심 집중을 유도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달 30일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양자회담에 이목이 쏠려 있다.
 
글로벌 포커스 11/23

글로벌 포커스 11/23

11월 30일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가능성이 큰 그림은 두 정상이 무역 분쟁의 ‘종전’을 선언하고 한층 진지한 양자협상에 임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지지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전면적 무역전쟁을 일으킬 준비가 된 듯이 말하겠지만, 2020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시장을 위축시키고 자국에 경기침체를 일으킬 수 있는 일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종전 선언이 이뤄져도 전투가 완전히 끝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속적으로 미국 기업이 중국회사들과 제휴하지 못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미 법무부는 중국의 사이버 지적재산 절도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이고 한국 등 가까운 동맹국 통신시설이 중국산으로 구성되지 않도록 노력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런 점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정치 방식과 보호무역을 선호하는 경향을 고려할 때 11월 30일에 ‘정전 선언’이 나오더라도 무역 분쟁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내년 1월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하고 조만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결과 발표 및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 기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기반에게 호소하기 위해 ‘미국제일주의’ 경제 정책을 남발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 이를 저지하려는 이익집단에는 미국의 기업과 농업 종사자들뿐 아니라 한국과 같은 동맹국까지 폭넓게 포함된다.
 
사실 트럼프 정부가 다자주의를 지향하면 미국은 중국에 한층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는 이유는 2차대전 종전 후 출범했던 브레튼 우드 체제의 다자주의가 미국에 여러 제약을 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대안이 없다. 미국의 국력이 약화되면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의 주도로 유지되는 세계평화)를 유지했던 기관 및 동맹국들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미국의 친구이자 동맹국, 팍스 아메리카나 지지국으로서 한국은 뜻을 같이 하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한층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중국을 압박해 변화를 종용하는 한편, 트럼프 정부가 세계 경제에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합해야 한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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