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글로벌 아이] 우리 안의 트럼프

김성탁 런던특파원

김성탁 런던특파원

“엄마에게 유학생활이 만족스러워 제2의 고향 같다고 말해 왔는데 이젠 외국인이 지나다니는 것만 봐도 무섭습니다.” 영국 런던 쇼핑거리에서 10대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한국인 여성 유학생 A씨는 몸보다 정신적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A씨와 함께 있던 친구도 “대학이 있는 도시에서 런던에 다녀올 때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적이 없다. 눈을 찢는 시늉을 하거나 뒤에서 이유 없이 툭툭 치는 등 차별 행위가 너무 잦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특히 아시아인, 그중에서도 반격하지 못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차별 행위가 많다고 전했다.
 
피해를 당한 이들은 해외에서 한국인을 대변해 주는 기능이 약하다고 아쉬워했다. 흑인 대상의 차별 범죄가 일어나면 현지 언론이 크게 다루지만 아시아인의 사건은 보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영국의 한인 여성 커뮤니티가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를 위해 폭행이 발생한 장소 등에서 촛불 시위를 열기로 했다. 집회를 준비 중인 교포 B씨는 “영국에 유일하게 있던 한인을 돕는 단체가 봉사자와 기부가 없어 사라져야 하는 현실”이라며 “한인이 최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흑인의 인권, 여성의 인권도 행동을 통해 지금 상황이 됐다”며 “아이들이 더 안전하게 살게 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필두로 유럽에서 반이민 기류는 강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미 이민자 행렬을 침략으로 규정하는 사이 영국에선 화재로 이민자 등 72명이 숨진 고층 임대아파트의 모형을 뜰에서 태우며 즐거워하는 가족의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트럼피즘은 이익이 된다면 질서나 체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전파한다. 이런 기류를 타고 여성 유학생이 집단 구타를 당해도 휴대전화로 촬영만 할 뿐 돕지 않는 이가 늘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A씨의 피해를 전한 한국 언론의 보도에 달린 반응이다. 포털사이트의 댓글에는 피해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도 상당수였다.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대놓고 다른 나라 정상을 폄훼하듯 피해자에게 2차 상처를 입힐 독설이 가득했다. 영국은 위협적이거나 모욕적인 말 또는 게시물로 고통을 느끼게 하면 최장 2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법을 1986년 제정했다. 표현의 자유는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보장한다는 이 법의 취지는 마음의 쓰레기를 쏟아놓은 듯한 한국의 댓글 문화에 적용돼야 한다. 우리 안의 트럼프를 억제하지 못하면 피해 여성은 언제 우리 딸, 우리 여동생이 될지 모른다.
 
김성탁 런던특파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