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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생명 법원에 판단받나…'고소왕' 이재명의 아이러니

 [강민석 논설위원이 간다] ‘웰컴투 동막골’ 이장정치로 뜬 이재명, ‘정치 사법화’에 유탄
 
‘혜경궁 김씨=김혜경’ 경찰수사 파장 
 이재명 경기지사를 2016년 7월 중순께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지사는 대선가도에서 양강(문재인-반기문)을 추격하는 다크호스로 떠오른 상태였다. 광역단체장도 아닌 기초단체장이 말이다. 그 비결이 뭔지 물었다. 그는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이장(里長) 얘기를 꺼냈다.
 
‘웰컴투~’는 강원도 산골 신비한 마을에 국군, 연합군, 인민군이 동시표류해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다. 영화엔 인민군 장교 리수화(정재영 분)가 동막골 이장에게 이념도, 싸움도, 증오도 없는 마을을 만든 영도력의 비결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동막골 이장이 명언을 남겼다.“뭘 좀 마이 맥여야지.”  
 
이 지사는 이장의 대사를 소개하며 “매기는 거지요"라고 했다.  
 
그러곤 호화청사 건립, 쓸데없는 토목공사 예산을 줄여 ‘청년배당’(성남시의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에 50만 원씩 지급) 사업 등을 펼친 얘기를 쭉 설명했다.
 
그때 든 느낌은 ‘가볍지만, 정치BQ(지능, 행동력 등)는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이 지사는 대선과 관련해선 ‘26%전략’과 ‘51%전략’이란 표현을 썼다.  
 
유권자 전체를 100,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을 50으로 놓고, 대선후보 경선까지는 26%득표전략을, 대선후보가 되면 51%득표 전략으로 전환할 것이라했다. 경선까진 지지층을 잡기위해 선명한 진보노선을, 본선에선 안정적 행보를 할 것이란 뜻이었다.
 
 지난해 3월4일 촛불집회에 참석해 대화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성남시장. 김성룡 기자

지난해 3월4일 촛불집회에 참석해 대화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성남시장. 김성룡 기자

그는 말한 대로 움직였다. 그해 10월 최순실사태가 발생하자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박근혜 하야’카드를 꺼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엔 가장 강하게 반대했다. 선동적이긴 해도 지지층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콕 찝어내자 지지율이 올라갔다. 2016년 11월30일 리서치뷰 조사에선 2위(17.2%)를 기록했다. 반기문(15.2%)유엔사무총장까지 제쳤다.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선 21.2%를 얻었다. 안희정 후보(21.5%)를 제칠 뻔한, 기초단체장으로선 엄청난 선전이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선 광역단체장으로 자리를 격상시키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결국 각종 가십성 논란과 스캔들을 몰고다니더니 치명적 내상을 입고 말았다.  
 
‘혜경궁김씨(@08__hkkim)=이재명 지사 부인 김혜경’이란 경찰발표(11월17일)는 그의 정치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트위터에 문 대통령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 세월호 유족에 대한 모욕과 저주에 가까운 글을 써온 혜경궁김씨가 이 지사의 부인이라면, 차기는 고사하고 여권에서 호적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08_hkkim) 에 올라온 글. 지금은 폐쇄상태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08_hkkim) 에 올라온 글. 지금은 폐쇄상태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이 지사는 경찰 수사결과를 겨냥해“지록위마(指鹿爲馬ㆍ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B급정치”라고 반발하더니 지난 19일에는 “경찰이 진실보다‘권력’을 선택했다”(입장발표문)고 주장했다.  
 
‘혜경궁김씨가 누구냐’는 논란은 지난 4월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에서 불거졌다. 당시 경선후보 세 명중 전해철 의원-양기대 전 광명시장이 악의적 트위터글(“노무현 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 “문 후보 대통령 되면 꼬옥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 보자구요”“딸이 꼭 세월호에 탑승해서 똑같이 당하세요”)을 남긴 혜경궁김씨에 대해 공동 진상조사를 요구했으나 이 지사는 응하지 않았다. 이에 문 대통령 직계인 전해철 의원이 ‘혜경궁김씨’를 경기도 선관위에 고발했다. 그러니 이런 발언을 내놓는 순간 친문재인계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분석이 맞다면 그와 문재인정부는 루비콘강을 반쯤 건넌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자 경선에 나선 세후보. 왼쪽부터 전해철 의원, 양기대 전 광명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경선은 후유증을 낳았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자 경선에 나선 세후보. 왼쪽부터 전해철 의원, 양기대 전 광명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경선은 후유증을 낳았다. [사진공동취재단]

 
도대체 경찰에게 선택을 강요했다는‘권력’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말을 뱉어놓은 그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0일. 이 지사를 만나러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경기도청으로 출발했다. 일단 출발먼저 하고 도청에 일정을 확인해봤다. 이 지사가 이날 오후 2시 국회도서관에서 열리는‘미래철도 및 남북철도 인프라 구축방안’이란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한다고 했다.
 
①국회에 뜬 이재명=요즘말로 ‘허걱’했다. ‘이런 예민한 시기에 기자들이 득시글득시글하는 국회에 온다고?’
 
급히 방향을 여의도 국회로 돌렸다. 오후 1시50분쯤 국회도서관에 도착했다. 이미 방송카메라와 기자들이 대거 진을 치고 있었다. 약 10분뒤 이 지사가 모습을 나타냈다. 지금 힘든 시기임이 분명하지만 수십명의 취재진을 보더니 빙긋 웃었다. 마치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고요하던 도서관에서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그와 기자들간에 추격전이 벌어졌다.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경찰배후에 누가 있다고 보는 거냐’는 질문도 나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가 내놓은 답은 이랬다.    
 
“(혜경궁김씨 말고) 철도정책에 좀 관심을 가져주세요~.”
 
엘리베이터문이 닫히자 기자들도 다시 뛰거나 빠른 걸음으로 세미나장으로 이동했다.  
 
갑자기 몰려든 많은 취재진을 보고 놀란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에서 “이재명 지사가 ‘어려운 걸음’을 하셔서 세미나가 (언론에)크게 홍보가 됐다”고 농담까지 할 정도였다. 이지사는 시종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이 지사는 세미나장을 나갈 때도 질문세례를 받았다. 이번에는 기자들에게 “삼바 사건(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나 좀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라고 말한뒤 차에 올랐다.  
 
세미나장에서 공교롭게 경기지사 경선후보로 이 지사와 겨뤘던 양기대 전 광명시장(한국교통대 유라시아 교통연구소장)을 만났다. 양 전 시장에게 ‘이 상황에서도 기자들을 놀리듯이 말하는 걸 보면 멘탈 하나는 대단하다’고 했더니 그는 “그게 이재명의 힘”이라고 했다. 어쨌거나 이 지사는 하루만에 '권력'과 확전(擴戰)하지는 않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이 '혜경궁 김씨=김혜경'이라고 결론내자 "사실이면 이지사는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중앙포토]

경찰이 '혜경궁 김씨=김혜경'이라고 결론내자 "사실이면 이지사는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중앙포토]

 
②이재명의 운명, 판사에게?=하지만 당내 반응은 좋지 않았다.현재 상황에서‘이재명’은 민주당에선 금기어다. 당ㆍ정ㆍ청 9인회의 멤버인 김태년 정책위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재명’이란 말을 꺼냈더니 “그 얘기라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경찰이 권력을 선택했다’는 발언에 대해서 만큼은 김 의장도 “좋은 워딩이 아니다”라고 했다. “누구도, 그 누구도, 1mm도 개입한 적 없다. 내 말은 진실”이라면서다.
 
그의 거취와 관련해선 다양한 탈당시나리오가 나온다. 당이 내쫓거나(출당론), 이 지사 스스로 나갔다(자진탈당론)가 결백이 입증되면 되돌아오고, 아니면 퇴진(조건부 사퇴론)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당장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혜경궁 김씨’사건은 현재 검찰로 공이 넘어가 있다. 경찰은 지난 19일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이 경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지사를 기소(선거법 공소시효일인 12월13일 이전)한다고 해도 바로 징계 등을 하지는 않는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스모킹건’이 나오지 않는 이상 1심이 될지, 3심이 될지는 모르나 재판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우리 당은 부패관련자 외에는 늘 1심선고 결과를 정치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검-경 기소 단계에서 당이 조치를 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지사의 운명은 사법부 판단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고, 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  
 
③‘정치 사법화’의 부메랑=‘정치의 사법화’란 말이 있다. 정당이 정책으로 내놓고,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는 정치 행위로 풀어야할 문제를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맡기는 현상이다. 헌재 결정으로 결론 난 이라크파병, 행정수도이전 같은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당이 검찰에 고소ㆍ고발을 남발하고 있는 것도 정치사법화의 한 예”(천정배 의원)라고 본다. 정치적 갈등을 수사-사법기관으로 가져가는 데는 하지만 명암이 있다.
 
정치권 일이라도 범죄행위가 있으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한다.만약 ‘혜경궁김씨=김혜경씨’라는‘스모킹건’이 드러난다면, 이 지사가 거짓말로 이 사실을 숨겨왔다면, 이 지사 부부는 정치적-법적 책임을 지게된다. 그런 점에선 전 의원의 고발이 진실규명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별도로 엄청난 정치적 비용을 치러야한다. 이 지사를 선출한 당내 경선의 신뢰추락, 경기지사 자격시비가 불러올 유ㆍ무형의 낭비, 그속에서 멍들지 모를 경기도정…. 모두 ‘정치의 사법화’의 유탄이다.  
 
이미 이지사는 유탄 중 하나를 맞고 휘청이고 있다. 야당의원들이 ‘고소왕(王)’이라 부를 정도인 이지사가 그런 상황에 처했으니 아이러니다.
 
당원ㆍ지지층의 분열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검찰의 기소판단 단계와 법원의 재판과정(기소시), 3심 판결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이른바 친문당원들과 이 지사 팬클럽인 ‘손가락혁명군’(손가혁)간의 전투는 더 살벌해질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상호 의원은“꼭 혜경궁김씨 사건을 말하는 건 아니지만, 당내경선에서 있었던 갈등이나 감정싸움을 판사에게 결론내달라고 하는 문제에 대해선 예전부터 내부적으로 많은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④사법의 정치화=법원 입장에서도 달갑지는 않다. 한 중견법관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익명을 원한 이 법관의 말이다.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출두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 [연합뉴스]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출두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 [연합뉴스]

“재판은 분쟁을 해결하는게 목적이다. 이 사안은 성격상 분쟁이나 분열을 해소할 수 없다. 다수의 친문당원과 상대적 소수인 이 지사 지지층은 지금 서로 믿고 싶은 걸 믿는다. 법원은 법적판단(부인의 선거법 위반여부 등)만 한다. 재판 결론은 여론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해철 의원이 자한당(한국당)과 손잡았다’는 혜경궁김씨의 트위트 글은 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을 위한‘사실적시’가 아니라 자기의 ‘평가’를 적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잘못은 했지만 무죄가 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더 극렬하게 사법불신이 조성될 수도 있다. 법원으로선 부담이다.”
 
이 지사는 부인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가 아니라는 자신의 주장과 경찰의 결론 가운데 누구 말이 맞는지 트위터 투표에 부쳤다. 3만5000명이 투표에 참여해 80%이상이 경찰 손을 들었다. 이미 여론에선 판세가 기울어 있다. 그런데 재판에서 다른 결론이 난다면…. 반대로 유죄가 나면 ‘손가혁’ 등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판단을 해도 한쪽은 '정치재판'을 했다고 비난할 것이분명하다.  ‘정치의 사법화’가 몰고 올 수 있는 ‘사법의 정치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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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