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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가 만든 기독교 영화, 무슬림도 울리다

대해 스님은 ’하느님 형상대로 우리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니까 전부 하나라는 얘기다. 이웃을 왜 내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나. 하나니까, 실제 내 몸이니까 사랑하라고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대해 스님은 ’하느님 형상대로 우리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니까 전부 하나라는 얘기다. 이웃을 왜 내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나. 하나니까, 실제 내 몸이니까 사랑하라고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비구니 영화감독 대해(大海·59) 스님이 연출한 기독교 영화 ‘산상수훈’이 올해 여성불자모임 불이회(不二會·회장 홍라희)가 주는 불이상(실천분야)을 수상했다. 그뿐만 아니다. 가톨릭을 비롯해 개신교와 이슬람교 등 세계 종교가 각각 주최하는 국제영화제에서 모두 수상했다. 최근에는 미국 조지아 대학과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의 초청을 받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 시사 후 열띤 ‘감독과의 대화’를 갖기도 했다.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산상수훈’(매주 토요일 오후 2시 메가박스 코엑스·해운대·만경관, 토요일 오후 4시 대한극장)은 지금껏 4만8000여 명이 관람했다. 독립영화로서는 대박 수준이다. 영화 ‘산상수훈’은 2017년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던 작품이다.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대해 스님을 만났다.
 
카잔무슬림국제영화제(2017년 9월)는 규모가 크고 권위가 있는 영화제다. 관객 호응이 뜨거웠다고.
“카잔은 러시아의 3대 도시다. 모스크바국제영화제를 통해 영화 ‘산상수훈’에 대한 소문이 이미 카잔에 퍼져 있더라. 그래서 무슬림 관객들이 영화를 무척 반겼다. 영화를 본 한 무슬림 여성은 내게 와서 ‘고맙다’고 하더라. ‘지금껏 삼위일체가 도통 이해가 안 됐는데, 아무도 속 시원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가 아름답고 따뜻하게 설명해 주었다. 막힌 가슴이 뚫렸다’며 좋아했다.”
 
영화에서 삼위일체를 어떻게 설명했나.
“금으로 만든 컵으로 풀었다. 우리 앞에 금컵이 있다고 치자. 그럼 성부는 뭔가? 금이다. 성자는 뭘까? 컵이다. 그렇다면 성신(성령)은 또 뭘까. 다름 아닌 금의 특성이다. 삼위일체는 이런 관계다. 이렇게 설명하니까 관객들이 손뼉을 치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라.”
 
2017년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초청작인 대해 스님의 ‘산상수훈’. [사진 대해사국제선원]

2017년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초청작인 대해 스님의 ‘산상수훈’. [사진 대해사국제선원]

카잔무슬림국제영화제 니콜라이 도스텔 심사위원장은 ‘산상수훈’이 비경쟁부문에 출품됐는데도 긴 시간을 할애해 ‘특별한 언급(Special mention)’을 했다. ‘특별한 언급’은 상을 받을만한 작품인데 상을 줄 수 없는 상황일 때 주는 일종의 특별상이다. 영화제 수상작 목록에도 ‘특별한 언급’상이 포함된다. 도스텔 심사위원장은 “영화 ‘산상수훈’은 스님이 만든 기독교 영화”라며 “문화간 대화의 아주 좋은 예시다”라고 평했다.
 
이밖에도 이탈리아 트렌토 대교구가 주관하는 가톨릭 영화제인 ‘릴리전 투데이 국제영화제’(2018년 10월)에서 ‘새로운 시선상(New Gazes)’을, 기독교계 최고의 영화제로 꼽히는 ‘황금기사국제영화제’(2018년 5월)에서는 ‘예수님 복음상’을 수상했다. 올해 11월에는 로마의 바티칸에 있는 살레시안 교황청 대학교에서도 시사회가 열렸다.
 
러시아 체복사리 국제영화제(2018년 5월)에서는 영화 ‘산상수훈’을 본 한 러시아인 여성 관객이 오더니 대해 스님을 껴안고서 울었다. “왜 우느냐?”고 물었더니 “나는 기독교인이다. 아버지는 불교를 믿는다. 얼마 전에 종교 문제로 아버지와 심하게 싸워서 집을 나왔다. 영화를 보고 나서 진리는 통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집에 들어가도 되겠다”고 말했다. 그 광경을 영화제 심사위원들도 지켜봤다. 영화 ‘산상수훈’은 결국 감독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교, 불교 등 모두 다른 종교다. 그런데도 영화 ‘산상수훈’의 메시지가 이들 종교를 관통하는 이유는 뭔가.
“모든 종교는 현상 이면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각 종교의 내용이 현상적으로는 다르다. 그런데 사람들이 정작 목말라 하는 건 현상이 아니다. 궁극적 본질이다. 영화 ‘산상수훈’은 그 본질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자신의 종교와 달라도 다들 이 영화를 좋아한다. 관객들의 거부감도 없다.”
 
결국 진리가 통하기 때문인가.
“그렇다. 진리는 하나다. 옛날에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믿는 가치가 달랐다. 거짓말을 해도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 안에서 그냥 믿고 살았다. 지금은 초연결사회다. 인터넷 사회다. 이제는 정보가 다 터져버린 세상이다. 그러니 본질을 관통하는 진리가 아니면 세계를 관통할 수가 없다.”
 
서양에서는 명상 붐이 일고 있다. 진정한 명상이란.
“기성 종교의 교리나 논리가 무언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여기니까, 사람들이 종교를 안 믿는 거다. 그래서 명상 쪽으로 바람이 분다. 명상하다 보면 속이 조용해지고, 생각이 정리된다. 그런 이득이 생기니까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런데 그건 ‘자잘한 이득’이다. 해외에서도 명상이 점점 ‘흔해 빠진 명상’이 돼가고 있다. 그럼 다시 물어야 한다. 진정한 명상은 뭘까. 그건 배가 종이를 찾는 거다.”
 
배가 종이를 찾는다면.
“가령 종이배가 있다. 우리는 자신을 배라고 생각한다. 그건 눈에 보이는 현상이다. 그런데 배가 배로 고정돼 있으면 곤란하다. 배는 다시 종이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비행기도 될 수 있고, 다시 나비도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배가 자신의 본질인 종이를 찾아야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지혜롭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 그 방향으로 가는 게 진정한 명상이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종이배의 본질인 종이를 ‘내 안의 그리스도’라고 부른다.”
 
문답을 마친 대해 스님은 영국의 BBC 라디오방송과 인터뷰가 약속돼 있다며 급히 자리를 떴다. 내년 3월에는 미국 예일대와 유니언신학대에서 영화 ‘산상수훈’을 상영한 뒤 ‘감독과의 대화’를 갖는다. 독일 함부르크 대학과 프랑스 파리 대학에서도 강연 요청이 들어와 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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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