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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수의 직격 인터뷰] “탄핵 결의는 스스로 사법권 독립 견인할 용의가 없다는 뜻”

격동의 사법부 61년 지켜본 이세중 전 변협회장
이세중 변호사는 20일 ’사법 70년 사상 초유의 위기는 사법부의 자정 능력 상실도 한 원인“이라며 ’적폐 청산보다 국민 통합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촉구했다. [우상조 기자]

이세중 변호사는 20일 ’사법 70년 사상 초유의 위기는 사법부의 자정 능력 상실도 한 원인“이라며 ’적폐 청산보다 국민 통합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촉구했다. [우상조 기자]

사법부 70년 역사에서 초유의 일들이 잇따라 진행 중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사법부 수장이 검찰에 ‘수사 협조’를 약속하고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부터가 초유다. 한때 잘 나갔던 법원행정처 판사들의 일탈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고 100명 안팎 판사들을 소환조사한 것도 초유다. 수사 착수 후 5개월간 서울중앙지검 조직을 풀가동하고도 한 명 구속한 것도 초유라면 초유다. 국회엔 초유의 사법농단 사건 관련 특별재판부 구성 법률안이 제출돼 있고,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속 판사들은 초유의 ‘동료 판사 탄핵소추 검토’를 결의했다. ‘탄핵소추안’이 아닌 ‘검토’를 결의한 건 기시감이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 의뢰 대신 수사 협조를 택한 것과 똑 닮았다. 자기들 문제를 슬그머니 검찰과 국회에 넘기는 차력타력의 기법 아닌가. 이세중(83)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을 20일 서울 덕수궁 인근 법률사무소에서 만나 ‘판결의 권위’와 ‘법의 지배’가 뿌리째 흔들리는 사법부 위기의 실상을 진단하고 해법을 들어봤다.
 
요즘 사법사상 초유의 일들이 줄줄이 전개되고 있다.
“내가 고등고시에 합격해 1957년 법조인의 첫발을 내디딘 후 61년이 지났지만 법원이 지금처럼 흔들린 적이 없다. 1~4차 사법파동도 지켜봤지만 그때는 법관들이 자체적으로 재판 독립과 사법 개혁을 위해 일어선 거였다. 지금처럼 법원 스스로 외부기관인 검찰, 국회에 사법행정권 남용 등의 문제에 대해 수사와 탄핵을 요청한 건 처음 본다. 초유의 사태라 가슴 아프다.”
 
혼돈의 이유가 뭐라고 보나.
“정권 교체의 결과로 사법권력이 교체됐기 때문 아니겠는가. 크게 세 가지가 원인이다. 첫째로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른 사법부 구성의 변화, 둘째로 법관 간 이념 갈등의 급격한 표출, 셋째로 일부 소외된 법관들의 불만 폭발이다. 그동안 음지에서 근무해 법관 인사가 불공평하고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박병대 전 대법관 소환조사 등 정점을 향하는 ‘사법농단’ 수사를 평가한다면.
“법관들이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거래를 한 게 사실이라면 잘못에 맞게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검찰 수사 내용으로 보면 재판 거래 의혹은 구체적인 사실로 확인된 게 없다. 재판 거래라고 하면 적어도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쳐서 승소를 패소로, 패소를 승소로 만든 것이라야 한다.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사건에서 판결 선고를 늦춰달라는 행정부의 요청이 있었다지만 그걸 재판 거래라고 거창하게 포장해 얘기하는 건 맞지 않다.”
 
광범위한 재판 관여 행위는 검찰 수사로 확인되지 않았나.
“사법행정권을 공정하게 행사하지 않은 일탈행위가 있었는지는 모르나 그것이 법관을 형사처벌이나 인사상 탄핵소추를 할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검찰에서 조사하는 혐의가 직권남용인데 형법에서 아주 모호하고 애매한 법이다. 법원 내부에서 징계를 하면 될 일을 이렇게 크게 키운 세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과거 사법농단 성격의 사례로 기억나는 게 있다면.
“박정희 정권의 10월 유신 때 긴급조치 위반 사건과 관련해 내가 무료 변론을 많이 했다. 그 당시에는 중앙정보부에서 법원에 파견관이 몇 명 나와 있었다. 긴급조치 위반 사건을 맡은 한 판사가 무죄라고 판결문 초안을 써놨는데 부장판사가 이를 보고는 결론을 바꾸라고 했단다. 판사가 못 바꾸겠다고 하자 판사의 처가를 들먹이며 나중에 중정의 수사를 받으면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압박을 했고, 고민 끝에 유죄로 결론을 바꾼 경우가 있었다. 그런 게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다.”
 
임종헌의 공소장에 연루 전·현직 법관만 93명이 적시됐다고 하는데.
“숫자만 보면 엄청난 범죄 같지만 검찰 주장일 뿐이다. 법원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이번 사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판사들이 검찰 수사에 극도의 반감을 갖게 됐다고 토로한다니 판결을 지켜볼 일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건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 검토를 결의했다.
“법관을 탄핵하려면 ‘명백하고도 확실한’ 혐의 내용이 나와야 한다. 더욱이 누구를 탄핵하라는 건지도 특정하지 않았다. 또 탄핵 소추면 소추지 ‘소추를 검토해야 한다’는 건 또 뭔가. 매우 비(非)법관적인 행태다. 법치주의의 이념을 사법부가 실현하지 못하면 사법부의 존재 의의가 희박해진다.”
 
시민단체가 6명의 탄핵소추 대상 판사를 공개 지목하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징계 청구한 판사가 13명인 것을 감안한 것 같다.
“그런 게 또 다른 ‘블랙리스트’ 아닌가. 판사 탄핵은 명백한 실정법(헌법·법률) 위반이나 판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 하자가 있을 정도가 아니면 거론해선 안 된다. 심지어 ‘여론을 의식해 탄핵을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엄정한 원칙과 기준 없이 탄핵을 남용하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법관 신분 보장에 중대한 저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사법부에 어떤 부작용, 역작용이 올지 심각한 고민 없는 탄핵은 재앙이다.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지금 탄핵 주창자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수 있다.”
 
탄핵 절차 검토 결의를 어떻게 보나.
“자체적으로 사법권 독립을 견인할 용의가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사법부는 국민 권리 보호의 최후 보루이자 분쟁 해결의 최종 종착지다. 사법권의 독립은 법관 개개인은 물론이고 법관들로 조직된 법원이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수뇌부는 사법권 독립을 지키려는 강인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사법부가 정치상황의 변화나 이념의 갈등으로 인해 좌우로 흔들리고 재판 독립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존립 자체가 힘들다. 국민들에게 불신과 불안을 동시에 안겨주면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다.”
 
헌정 사상 두 번의 탄핵소추안 발의 사례가 있었다. 지금과 뭐가 다른가.
“전두환 정부 때인 1985년 10월 유태흥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표결까지 갔다가 부결됐다. 또 2009년 광우병 시위 재판 개입과 관련해 신영철 전 대법관도 소추안이 발의됐지만 여당의 표결 거부로 무산됐다. 둘 다 일선 법관들이 사법부 내부 문제로 개혁을 촉구하면서 사태가 커졌고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거였다. 지금처럼 판사들이 먼저 선후배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 검토를 결의한 것은 처음이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특별재판부 구성에 대한 견해는.
“위헌적 요소가 많고 헌정 운영상 아주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헌법에는 삼권분립 원칙과 사법권은 법원에 있다고 돼 있다. 특별재판부는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사법권의 본질을 흔드는 것이다.”
 
사법부가 미증유의 혼돈에 빠져 있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중심을 못 잡는다는 지적이 많다. 리더십이 의심받고 있다.
“법원 내부의 특별조사단이 1~3차에 걸쳐 조사한 뒤 실정법 위반은 아니라고 했고 법원 자체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검찰에 넘긴 것은 치명적이고 원초적 잘못 아닌가. 대법원장으로서의 자질이 의문시되는 것이다. 자기 책임을 방관자적으로 방기했다.”
 
청와대와의 교감이 없었더라면 그렇게까지 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그렇더라도 대법원장이 ‘사법부 안의 문제인 만큼 내 책임 하에 처리하겠다. 외부 기관이 개입하면 사법부 독립이 더욱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으니 맡겨달라’고 했어야 한다. 미국 닉슨 대통령이 임명한 워렌 버거 대법원장은 취임 후 닉슨이 아니라 국민 편에 서서 사법부를 이끌었다는 건 유명한 얘기다.”
 
법조계를 휩쓸고 있는 미증유 혼돈의 해법은 뭔가.
“국민과 사회의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양극단을 한데 모아서 서로 대화, 토론하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쳐 균형이 깨지면 그게 어렵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법 이론 갖고 논쟁하는 건 얼마든지 좋다. 이념적·정치적 성향을 갖고 상대를 공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은 후자로 가고 있다. 위험하다. 위험 신호들이 이곳저곳의 납득하기 어려운 하급심 판결로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걸었는데 상황은 정반대 같다. 대한민국에서 통합과 화합은 요원한 건가.
“우리 사회가 이념과 정치적 갈등, 남북관계, 지역 갈등, 계층 갈등의 골을 좁혀 가야 하는데 그 골이 점점 더 벌어지고 넓어지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 정치권이 국민 화합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펴나가야 한다. 생활적폐, 사법적폐 그럴싸하지만 통합보다 더 시급한가. 한쪽으로 질주하다 보면 되돌아가기 어렵다는 역사의 교훈을 위정자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평생 시민운동·공익재단 활동에 매진해 왔다. 철칙이 있나.
“세 가지가 있다. 정치적 중립성, 비영리성, 자발성이다. 지금까지 여러 당에서 입각 제의 등 러브콜이 왔지만 모두 거절한 이유다. 일단 한 번 가면 이상을 실현시키기보다 잘못된 풍토에 젖어 들 것 같았다. 어떤 경우든 경제적 이득을 얻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사건 수임도 안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했기에 아쉬움도 없다.”
 
참여연대·경실련 등 시민운동가들이 대거 청와대로 입성해 정책 견제가 안 된다는 얘기도 있다.
“시민운동이 정치 지향적, 이념 편향적으로 흐르면 순수성을 잃는다. 외국의 시민운동가들이 그 활동을 기반으로 정치적 발판을 만들어 정계에 진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이 싫어서) 오로지 환경재단에만 관여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나 서울변호사회 등 법률가단체들이 사법의 위기에 맞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침묵하고 있다.” 
 
이세중 변호사는 …
1956년 고등고시 8회 합격한 뒤 판사로 임관했다가 3년 후 개업,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환경재단 이사장을 거쳐 현재 이 재단 명예이사장으로 일한다. 인권 변호사 1세대로서 민주화 운동과 시민사회 운동에 천착해왔다. 70년대 긴급조치 위반 사건, 민청학련 사건, 김지하 재판 등 민주화 운동 인사 사건 130여 건을 무료 변론했다.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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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