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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조원 큰손 “한국 증시, 돈 빼도 패널티 없어 쉽게 출렁”

앤디 버든 캐피탈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2일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사진 캐피탈그룹]

앤디 버든 캐피탈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2일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사진 캐피탈그룹]

한국 증시에는 ‘ATM(현금 입출금기) 코리아’란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돈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빼 왔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가 출렁였던 지난 10월도 예외는 아니었다.
 
22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한 앤디 버든 캐피탈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가 급하게 돈을 넣고 빼더라도 세금이나 규제 같은 ‘벌칙’이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매우 적고, 특정 산업(IT 수출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ATM 코리아의 오명을 벗으려면 배당을 높이고 산업 의존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931년 설립된 캐피탈그룹은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 6위의 자산운용사다. 지난 9월 현재 관리자산 규모가 1조8700억 달러(약 2110조원)에 달한다. 특히 가치투자 부문(잠재력 있는 기업에 초기부터 장기에 걸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에서는 ‘원조’ 격인 업체다. 다음은 버든 CIO와의 일문일답.
 
지난 10월 한국 증시에서 유독 많은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한국 주가가 이렇게 급락할 만한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폭락한 건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한국은 매우 접근성이 높은 시장이다. 팔고 나올 때 사실상 벌칙(패널티)이 없다. 단기간에 사고팔아야 하는 투기 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접근성이다. (한국 주가가 다른 국가에 비해 많이 하락한)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그리고 한국은 수출의 20~25%를 중국에 의존할 만큼 중국 변수에 많이 노출된 시장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은 중국의 대체(프록시) 시장이다. 중국이 흔들리면 한국에서 돈을 빼는 식이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의 펀더멘털(기초 경제지표) 변화가 10월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 요소라고 본다.”
 
한국에선 10월 증시 급락 때문에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 주장도 나왔다.
“시장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는 지금도 차고 넘칠 정도로 충분하다. 장기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단기 차익보다는 배당 같은, 꾸준하게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이다. 배당을 억지로 높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배당이 꾸준히 늘어나는 시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올해 0.1%포인트, 내년에 0.2%포인트 등 조금씩이라도 올라가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배당을 꾸준히 늘리는 회사에 혜택이 가도록 정부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영국과 호주가 그렇다.”
 
그 외에도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다양성이다. 산업 중심을 ‘IT 수출 제조업’ 한곳에 두지 말고 다양화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장기 투자자 입장에선 긴 안목과 함께 여러 산업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시장이 기술주를 중심으로 흔들리고 있다.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술주를 두고 거품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매출 성장성을 문제 삼고 있는데 수익 성장성을 봐야 한다. 미국 경제는 언젠가는 둔화하겠지만, 앞으로 몇 년간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구매관리자지수(PMI,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지수)와 고용 지표를 보면 여전히 호조세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 하나도 사라졌다.”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위험은 없나.
“무역전쟁은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될 가능성이 작다. 기술주가 흔들리는 것도 시장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에 바탕을 두고 대규모 투자를 하는 회사, 디지털 구조 변화에 적응하는 회사만 살아남을 거다. 주요 IT 기업의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시장이 출렁이는 이유다. 기술주, 미국 경기, 기업 내재 가치 대비 주가(밸류에이션), 금리 상승, 무역전쟁은 시장 투자자라면 앞으로 계속 주의해야 할 변수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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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