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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갑질 … 시연폰 강매 수익 250억 넘을 듯

서울 종로구에서 이동통신 대리점을 운영하는 노모(54)씨는 이달 2일 국내 출시한 아이폰 신제품인 ‘아이폰 XS’ ‘아이폰 맥스’ ‘아이폰 XR’의 ‘시연폰’을 구입하는 데 500만원을 썼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시제품을 무료로 제공했다가 수거해 가지만 애플은 시제품을 대리점에 판다. 출고가의 70%에 시제품을 사지 않으면 해당 제품을 팔지 못한다.
 
대리점에서 비용을 부담하지만 매장 내에 아이폰 시제품을 전시할 위치나 홍보 포스터를 붙일 곳까지 애플이 지정하고 불시 점검도 한다.  
 
노씨는 “이전에는 시제품 구매를 위해 한 번에 110만원 정도를 썼는데 최근 신제품이 늘고 가격도 비싸져 부담이 확 커졌다”며 “시제품은 다음 제품이 나올 때까지 1년여간 팔지도 못하게 하니 사실상 버리는 돈”이라고 말했다.
 
‘시연폰 강매’ 등 애플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 애플이 매장에 전시하는 제품인 시연폰부터 시연폰을 설치할 거치대, 제품 광고 포스터, 광고비, 무상수리 비용까지 모두 유통업체(이동통신사·판매 대리점 등)에 떠넘기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이런 비용을 모두 자체 부담한다.
 
애플이 대리점에 전달한 문서. 시연폰 가격과 ‘꼭 사야 하는’ 제품 등이 써 있다. [사진 대리점 제보]

애플이 대리점에 전달한 문서. 시연폰 가격과 ‘꼭 사야 하는’ 제품 등이 써 있다. [사진 대리점 제보]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21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애플 갑질이 도를 넘어서고 있기에 이를 알리고자 한다”며 “시연폰을 구매하지 않으면 아예 아이폰 판매를 하지 못하게 하고 처분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아이패드’나 ‘애플워치’ 같은 웨어러블 제품의 시제품도 유통업체가 사서 전시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통사 대리점 한 곳당 시연폰 구매에 평균 290만원을 썼다. 애플이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대리점 8800여 곳에서 벌어들인 시연폰 판매 수익만 따져도 255억원이 넘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애플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 이와 관련해 전원회의를 열고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달 8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애플에 관한 사안을 조사하고 있고, 이미 조사를 마치고 안건 상정 절차가 진행 중인 내용도 있다”며 “특히 애플은 올해 내로 심판정에서 다룰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KMDA는 현재 공정위가 진행 중인 조사와 별개로 대리점 등의 피해 규모가 파악되는 대로 공정위 제소 등 법률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애플의 갑질은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애플 천하’로 불릴 만큼 아이폰 인기가 높은 일본도 제재에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공정위는 지난 7월 “NTT도코모 등 일본 이통사에 아이폰 할인, 보조금 지급 등을 강요한 애플의 관행이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시정조치를 내렸다. 앞서 2016년 프랑스 공정위도 애플의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6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내에서 아이폰이 팔리기 시작한 2008년부터 이어져 온 애플의 갑질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애플이 ‘고가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신제품 종류가 많아지면서 시연폰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애플은 1년에 신제품 한두 가지를 출시했고, 가격은 한 대당 100만원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출시한 ‘아이폰X’(64GB)는 출고가가 142만원이고, 이달 나온 ‘아이폰 XS’(256GB)는 156만원, ‘아이폰 XS 맥스’(512GB)는 196만원이다.
 
아이폰 인기가 시들한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인 데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데도 가격이 크게 오른 탓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와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애플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 전달 대비 19.7% 줄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달 2일 출시한 신제품 3종의 국내 개통 대수는 전작의 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충관 KMDA 사무총장은 “2013년에도 애플의 불공정 행위가 불거졌다가 흐지부지됐지만 이번엔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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