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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빽유직, 무빽무직"···청년들 울린 고용세습 36일 기록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가 이뤄진다. 여야는 21일 ‘채용 비리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대상 기관, 조사 일정 등은 12월 중 정해질 예정이다.   
21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 문희상 국회의장이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등 공공기관 채용 비리에 관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중앙포토]

21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 문희상 국회의장이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등 공공기관 채용 비리에 관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중앙포토]

무엇이 문제가 됐나
 
시작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이었다. 교통공사는 직원의 가족·친척 108명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의 중심에 섰다. 이 사실은 본지 단독 보도(중앙일보 10월 16일자)로 처음 알려졌다. 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은 '신종 일자리 대물림'이란 지적을 받았다. 직원의 가족이나 친척이 비교적 채용 절차가 간단한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다. 교통공사의 전신인 서울메트로의 경우 필기시험을 보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0월16일자 1면에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10월16일자 1면에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교통공사는 전체 직원 1만7084명 중 1912명(11.2%)이 직원의 가족이나 친척인데,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통공사가 지난 3월 실시한 이 조사에 대해 노조가 ‘조사에 응하지 말라’는 취지의 통신문까지 돌렸다.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중앙포토]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중앙포토]

한전KPS가 21일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친인척 채용 현황 자료. 직원 자녀 11명이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중앙포토]

한전KPS가 21일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친인척 채용 현황 자료. 직원 자녀 11명이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중앙포토]

교통공사에서 시작된 고용세습 의혹은 공공기관 전반으로 확산됐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PS는 직원의 자녀 11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마사회에선 직원 친인척 98명이, 서울시설공단에선 직원 부인 12명이 정규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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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이 커진 순간들  
 
본지 보도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교통공사 인사처장이 부인의 이름을 정규직 전환자 명단에서 고의로 뺀 사실이 드러났다. 교통공사는 그를 직위해제했고, 서울시는 교통공사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오른쪽)이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 참석해 박원순 서울시장 옆으로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중앙포토]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오른쪽)이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 참석해 박원순 서울시장 옆으로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중앙포토]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교통공사 직원 가족 정규진 전환자 108명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중앙포토]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교통공사 직원 가족 정규진 전환자 108명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중앙포토]

지난 한달 간 직원 가족 정규직 전환자는 108명→112명→115명으로 늘어났다. 교통공사 직원들의 폭로도 이어졌다. 일부 직원은 “서울시가 정규직 정책을 발표(지난해 7월)하기 한참 전인 2016년 5월 구의역 사고 이후 ‘무기직이 정규직이 된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주장했다. 1285명 전환자 중 한 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본인 입으로 ‘아버지 빽으로 입사했다’고 말하는 동료를 봤다”고 했다. 그는 “경력·자격이 되는 지원자는 떨어지고, 직원을 가족으로 둔 무경력·무자격 지원자는 합격했다”고도 말했다. 
 
박윤배 전 교통공사 사외이사는 지난달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다음 날 공사 측에 사표를 내기도 했다. 감사원 감사를 하루 앞둔 지난 4일 교통공사는 사내 게시판을 폐쇄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틀 만에 다시 열었다.    
박윤배 전 서울교통공사 사외이사.

박윤배 전 서울교통공사 사외이사.

 
서울교통공사는 감사원 감사를 하루 앞둔 지난 4일 사내 게시판을 잠정 폐쇄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틀 만에 다시 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감사원 감사를 하루 앞둔 지난 4일 사내 게시판을 잠정 폐쇄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틀 만에 다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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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일으킨 파장  
 
젊은층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서울의 주요 대학들에는 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이를 ‘현대판 음서제’로 규정하거나, ‘친인척 고용비리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청 앞에는 1인 시위가 이어졌고, ‘취업공부(한) 내가 바보’란 문구가 적힌 대자보가 붙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빽유직 무빽무직’(빽이 있어야 취업한다는 의미)이란 신조어까지 번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취업준비생들과 부모들이 채용 비리를 비판하는 수십 개의 글들을 올렸다.   
대학가에 붙은 서울교통공사 비판 대자보.[중앙포토]

대학가에 붙은 서울교통공사 비판 대자보.[중앙포토]

정치권과 정부도 반응했다. 정치권에선 야 4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이 공동으로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정부도 채용 비리 척결 의지를 보였다. 범정부 차원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을 출범해 전국 공공기관 1453개에 대해 채용 비리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국민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공정인 이른바 ‘생활적폐’ 9대 과제 중 하나로 ‘채용비리’를 포함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어떻게 보도했나  


‘직원 가족 정규직 전환자 명단 108명’. 중앙일보는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 명단을 입수했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교통공사 ‘채용 특혜’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 명단은 교통공사가 지난 3월 조사해 유민봉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것이었다. 중앙일보는 이 명단을 근거로 광범위한 취재를 이어갔다. 교통공사뿐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과 공기업 채용 비리 전반에 관한 취재로 확장했다. 지난 21일 여야는 고용세습에 관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국정조사는 올해 12월~내년 1월 중 실시 예정이다.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 정부와 정치권 등 대책 일지
-10월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이슈로 부상   
-10월 17일 서울시, 감사원에 감사 청구   
-10월 22일 야3당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10월 31일 범정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 설치   
-11월 5일 문재인 대통령, “드러난 (채용) 비리에 단호히 조치”   
-11월 6일 전국 공공기관 1453곳 전수 조사 시작 
-11월 18일 여야 채용 비리 국정조사 놓고 대치  
-11월 20일, 범정부 생활적폐 9대 과제에 채용비리 규정   
-11월 21일, 여야 공공기관 채용 비리 국정조사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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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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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