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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득 양극화 주범은...‘7000조원짜리 테러전쟁’

 
지난 2001년 알카에다에 납치된 비행기가 미국 맨해튼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타워에 잇달아 충돌하는 모습. 이른바 '9·11 테러'를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중앙포토]

지난 2001년 알카에다에 납치된 비행기가 미국 맨해튼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타워에 잇달아 충돌하는 모습. 이른바 '9·11 테러'를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중앙포토]

 
'6조 달러'. 미국이 지난 2001년 9·11 사건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들인 비용입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6800조 원, 한국 1년 국방 예산(43조 원)의 무려 158배에 달하는 금액이지요. 이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브라운대 왓슨 국제 및 공공문제연구소(이하 왓슨연구소)가 밝힌 것입니다.
 
그런데 왓슨연구소의 추산치는 앞서 지난 3월 미국 국방부가 집계한 금액(1조5000억 달러)의 4배 가량에 이릅니다. 두 기관의 금액 차이가 큰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번 [고 보면 모 있는 기한 계뉴스-알쓸신세]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복잡한 계산법을 살펴보는 한편, 천문학적 규모의 ‘전쟁 부채’에 시달리는 평범한 미국인들의 현실을 따라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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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대 왓슨연구소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집계한 ‘1조5000억 달러’는 순전히 전시(戰時) 비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대부분 테러 대응 성격의 해외비상작전(OCO) 명목입니다.
 
구성 항목은 전시 기금·유류비 등 다양한데요. 북미대륙에 대한 테러 방지 목적의 ‘고귀한 독수리 작전(Operation Noble Eagle)’과 같은 대외 작전 비용 역시 포함됩니다.
 
대조적으로 왓슨연구소가 추산한 비용은 해외비상작전(2조원) 뿐 아니라, 작전 비용에 대한 부채 이자, 퇴역 군인의 치료비까지 합산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테러와의 전쟁’에 드는 사후(事後) 비용까지 포함시킨 것이지요.
 
시리아 남서부 국경지역에서 IS 연계조직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리아 남서부 국경지역에서 IS 연계조직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 전쟁에 드는 비용은 앞으로도 오를까요? 왓슨연구소의 답은 ‘그렇다’입니다. “미국 정부가 대외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 한” 말이지요. 실제로 왓슨연구소는 “오는 2023년까지 비용이 6.7조 달러에 치닫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향후 전쟁 비용에 영향을 끼칠 변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증세 여부’와 ‘전시 기간(duration)’이지요. 왓슨연구소는 “미 정부는 전쟁 비용을 대고자 증세하거나, 부채를 질 수도 있다. 만약 부채를 질 경우 이자 비용까지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전시 기간이 지연된다면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불어나는 전시 비용이 고스란히 미국민의 몫’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200년(19~21세기) 간 미국 정부가 치른 전쟁 비용을 표현한 다음 그래픽을 살펴볼까요.
 
지난 200년 간 미국 정부의 전쟁 자금 구성 추이. 초기엔 차입 비용으로 댔지만, 테러와의 전쟁부턴 외채에 의존하고 있다. [브라운대 왓슨국제및공공연구소]

지난 200년 간 미국 정부의 전쟁 자금 구성 추이. 초기엔 차입 비용으로 댔지만, 테러와의 전쟁부턴 외채에 의존하고 있다. [브라운대 왓슨국제및공공연구소]

 
1812년 미국 정부는 영국과 전쟁 비용을 ‘국채 발행’과 ‘증세’로 충당했습니다. 미·멕시코 전쟁(1846~48년), 남북전쟁(1861~1865년) 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전쟁 비용을 댔지요.
 
1·2차 세계대전부턴 증세 비중을 조금씩 높였는데요. 특히 한국전쟁(1950~53년) 땐 비용 전체를 세수로 충당했습니다.
 
왓슨연구소에 따르면 세 번의 전쟁(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치렀을 당시 미국 정부는 전쟁 채권(war bond)을 발행하고, 직접 과세(direct taxation)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득 계층별로 누진적으로 세율을 증가시키는 ‘누진적 과세’까지 도입했지요. 
 
왓슨연구소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소득 하위층의) 실질임금을 감소시킴으로써 소득 불평등을 조장하는 효과가 있는데, (당시 미 정부의) 직접 과세 및 전쟁 채권 발행 정책은 이런 인플레이션을 억누르는 등 계층 간 소득 재분배에 일부 성공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쟁 때문에 당시 미국민들이 적지않은 세금 부담을 지긴 했지만 이중 저소득층이 부담해야 할 몫(세금)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얘기입니다. 바로 누진세율 덕분이지요.
 
1991년 걸프전쟁.

1991년 걸프전쟁.

 
그런데 ‘테러와의 전쟁’부터는 전쟁 비용 조달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홀로 전시 비용을 부담한 것이지요.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쟁을 강행한 미국에 동조한 국가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 정부가 30여 국의 참전국과 비용을 나누는 식으로 전쟁 비용 부담을 줄인 것과는 대조적이지요.)
 
전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뻔했습니다. 이에 부시 행정부는 ‘외채’에 눈을 돌렸지요. 왓슨연구소는 “부시 대통령은 외채 차입에 더해 감세 정책까지 펼쳤다”며 “미국 가계가 부담해야 할 ‘전쟁 부채’는 늘어나는 한편, (감세 혜택을 입은) 상위 1%의 임금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다음 그래픽에서 생생히 나타납니다. 
 
지난 한 세기에 걸친 미국 상위 1%의 소득 비중 추이. 베트남전을 기점으로 소득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브라운대 왓슨연구소]

지난 한 세기에 걸친 미국 상위 1%의 소득 비중 추이. 베트남전을 기점으로 소득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브라운대 왓슨연구소]

 
위 그래픽을 살펴보면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당시 미국 상위 1%의 임금 비중은 전체 가구의 7~8%에 달할 만큼 낮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전(60~75년)을 기점으로 이들의 임금 비중이 높아지면서 미국 임금 격차가 벌어졌지요. 당시 36대 대통령인 린든 존슨(63~69년)이 감세 정책을 펼친데 따른 것입니다.
 
왓슨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세수가 덜 걷히면 가계의 세 부담은 줄겠지만, 소득 재분배 효과는 적게 발생합니다. 특히 증세를 할 때에 비해 소득 상위층에서 하위층으로의 부(富)의 이전 효과가 덜 생긴다는 분석입니다. 
 
인플레이션 역시 문제입니다. 왓슨연구소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을 크게 낮췄다. 반면 상위 1%의 소득 비중이 20%까지 불어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재산 비중이 높아지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임금 격차 역시 덩달아 벌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8월 국방 수권 법안에 서명한 뒤 군인들 앞에서 들어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월 국방 수권 법안에 서명한 뒤 군인들 앞에서 들어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말 세제개혁(감세) 법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최근엔 중산층 감세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 국가(IS)를 비롯한 테러 조직을 겨냥한 대외 전투 작전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요.
 
물론 왓슨연구소의 주장을 근거로 “트럼프의 감세 정책이 미국인의 임금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는 2020년 다가올 대선에서 평가받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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