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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빠진 자리에 ‘황길동’

축구대표팀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가운데)이 20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황인범은 선배 기성용의 공백을 잘 메우며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가운데)이 20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황인범은 선배 기성용의 공백을 잘 메우며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합뉴스]

“(기)성용이 형에게 의지하면서 뛰었습니다. 제가 잘했다면 형이 더 편하게 했을 텐데, 그러질 못했네요. 더 노력해서 성용이 형의 은퇴를 앞당기도록 성장하겠습니다.”
 

벤투호 핵심 미드필더 신예 황인범
호주 원정평가전 안정적 공수 조율
프리킥·중거리슛·침투패스 위력적
같은 포지션 출신 벤투 감독 중용
“기성용 걱정 없게 빨리 성장할 것”

지난달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2-2무)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22·대전)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선배이자 같은 포지션 경쟁자인 기성용(29·뉴캐슬)을 언급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0년간 A매치 108경기에 출전하며 대표팀 핵심멤버로 활약한 기성용은 당초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마치고 태극마크를 반납할 예정이었다. 서른도 되기 전에 대표팀 은퇴를 마음먹은 건 여러 차례 수술한 무릎 때문이다. 기성용은 경기 후 무릎 통증을 줄이기 위해 항상 얼음찜질을 한다.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면 무릎에 물이 차 퉁퉁 붓는다.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이 축구대표팀을 맡은 뒤 대표팀 소집에 꾸준히 응하는 이유는 “역할을 대신할 선수가 없으니 은퇴를 조금만 늦춰달라”는 요청 때문이다. 일단 은퇴 시점을 ‘아시안컵 이후’로 잠정 연기했지만, 그 또한 실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벤투호 출범과 함께 대표팀에 합류한 황인범은 기성용과 한솥밥을 먹으며 선배의 고민을 곁에서 지켜봤다. 기성용 은퇴를 거론한 문제 발언에는 ‘하루빨리 성장해서 (기)성용이 형이 후계자 걱정 없이 대표팀을 은퇴할 수 있게 돕고 싶다’는 그의 진심이 담겨 있다.
 
앞뒤를 자른 채 ‘기성용 은퇴시키겠다’는 발언만 자극적으로 전한 일부 보도 탓에, 황인범은 한동안 축구계 안팎에서 ‘당돌하고 철없는 선수’라는 눈총을 받았다. 해당 기사 댓글난에는 “황인범을 대표팀에서 쫓아내라” 등의 비판도 달렸다. 애써 변명하지 않았다. 황인범은 대신 ‘기성용 같은 존재감을 가진 선수로 크겠다’는 목표에만 집중했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두 번의 원정 평가전(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은 눈부시게 성장한 황인범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던 자리다. 대표팀 허리를 책임지는 두 기둥, 기성용과 정우영(29·알 사드)이 나란히 엔트리에서 빠진 가운데, 벤투 감독은 황인범을 두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황인범은 홍길동 같았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중원의 구심점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다. 17일 호주 평가전에서는 공·수를 안정적으로 조율하며 1-1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볼 터치 73회, 패스 58회로 한국 출전 선수 중 가장 빈번하게 볼을 다뤘다. 정교한 프리킥과 위력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에도 가세했다. 20일 우즈베키스탄전 4-0 대승의 이면에도 황인범이 있다. 볼 터치(113회)와 패스(87회), 침투 패스(7회)에서 주세종(28·아산)에 이어 한국 선수 중 두 번째였다. 네 차례 슈팅 중 절반인 두 번이 골대 안쪽으로 향했고, 91.95%에 이르는 고감도 패스 성공률을 뽐냈다. 상대의 침투 패스를 끊은 횟수도 4차례(4위)나 됐다.
 
전반 9분 남태희(27·알 두하일)의 선제골 겸 결승골도 황인범의 발끝에서 출발했다. 황인범이 센터서클 부근에서 오른쪽 측면을 향해 정확하게 공을 연결했고, 이용(32·전북)의 논스톱 크로스와 남태희의 하프발리 슈팅을 거쳐 골로 연결됐다. ‘기성용의 후계자’로서 손색없는 활약이었다. 키 1m75㎝로 덩치가 크지 않은 벤투 감독은 현역 시절 포르투갈 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한국 지휘봉을 잡은 뒤, 자신과 같은 포지션인 데다 체격도 비슷한 황인범(1m77㎝·70㎏)을 중용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중용의 이유로 “창의적이면서도 자신감 있는 볼 컨트롤”을 든다.
 
황인범이 일찍 자리 잡는다면 선수 본인과 대표팀 모두에 긍정적이다. 황인범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자신이 원하면 더 큰 무대로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없다. 벤투 감독이 준비 중인 ‘아시안컵 우승 프로젝트’에도 도움이 된다. 기성용의 부담스러운 짐을 ‘젊은 피’ 황인범이 나눠질 경우, 기성용의 활용에도 여유가 생기고 그만큼 우승 가능성도 커진다.
 
황인범은 “친구나 가족에게 종종 ‘내 인생의 운을 올해 다 쓴 것 아닐까’라고 물어볼 만큼 영광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며 “운을 다 쓴 게 아니라는 걸 내년, 그리고 그 이후에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황인범은 …
생년월일: 1996년 9월20일
체격: 키 1m77㎝, 몸무게 70㎏
포지션: 중앙 미드필더
출신교: 대전문화초교-대전유성중-충남기계공고
프로팀 경력: 대전(2015~)
아산 경찰청(2018) 106경기 16골·13어시스트
A대표팀: 6경기 1골
주요경력: 2018년 아시안게임 우승
별명: 기성용 후계자, 황길동(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는 뜻)
 
인천=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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