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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아침 8시 반, 다이아몬드 귀고리 사는 여심을 잡아야”

'네타 포르테'의 앨리슨 로니스 대표.

'네타 포르테'의 앨리슨 로니스 대표.

네타 포르테(Net-a-Porter)는 패션계의 아마존 같은 존재다. 2000년 온라인 패션 사이트로 출발, 이제는 한 달 170개국 600만 명 이상이 이곳을 클릭한다. 취급 브랜드 수만 해도 패션 700여 개, 화장품 200개가 넘는다. “럭셔리는 손에 닿는 경험”이라며 온라인 진출을 꺼렸던 브랜드들이 네타 포르테의 파트너가 됐다. 매출 역시 성장세다. 2016년 9억6800만 유로(1조2381억원)에서 이듬해 10억8400만 유로(1조3865억원)로 18.3% 증가했다.
이 거대한 ‘온라인 백화점’을 이끄는 이가 앨리슨 로니스(Alison Loehnis·48) 대표다. 2007년 회사에 입사한 이래 4년 만에 대표직(president)을 맡았고, 2015년 네타 포르테가 또 다른 온라인 패션 기업 ‘육스(Yoox) 그룹’과 합병하면서 ‘육스네타 포르테그룹’의 대표로 승진했다. 그 시간은 패션계가 디지털 환경으로 변모해 가는 현장을 몸소 경험한 과정이기도 했다. 지난 9월 그와 마주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패션계의 디지털 프런티어로서, 그는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런던의 네타 포르테 본사에서 국내 매체로는 처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글(런던)=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네타 포르테
 
‘효율성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꼭 들어맞았다. 30분이 채 되지 않는 인터뷰 시간을 난감해하자 해법을 제시했다. “괜찮아요. 내가 말을 빨리하면 돼요.” 실제 그는 어떤 질문에도 속사포처럼 답했다. 그러면서 쉽고 명료한 예를 들어 설명을 뒷받침했다. 
 
패션에서 온라인 시장이 얼마나 커진 건가.
“온라인 중에서도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의 이동이 혁명적이다. 판매 50%가 모바일로 되고 있고, 한국은 60~65%로 더 높다. 더군다나 가격 제한선도 없다. 최근 14만 유로(약 1억7000만원)짜리 까르띠에 시계를 팔았다. 스크린 사이즈와 세일즈 사이즈는 별개다.”
 
수많은 편집몰 사이트가 있다. 같은 물건을 파는 데도 네타 포르테를 찾는 이유가 뭘까.
“거꾸로 물으면 답이 있다. ‘같은 물건도 네타 포르테를 찾아야만 팔리는가’라고 물으면 그렇다. 우리는 유통 채널만이 아닌 마케팅 파트너다. 언젠가 한 유명 브랜드 담당자가 함께 일하고 싶다고 찾아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 제품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층을 얻고 싶다’고. 가령 최고의 크롭진을 찾는 고객이 있다면 우리는 그에게 집중한다. 퍼스널 쇼퍼로서 전 세계 쇼룸에서 찾은 최고 제품을 가지고 집으로 찾아가 스타일링도 해준다. 그런데 고객이 크롭진과 짝지은 끌로에 블라우스가 맘에 든다면 어떻게 될까. 끌로에는 새로운 고객을 찾는 거고, 고객 입장에선 제품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네타 포르테는 지난 9월 영국의 가장 핫한 브랜드 'JW 앤더슨'과 단독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네타 포르테는 지난 9월 영국의 가장 핫한 브랜드 'JW 앤더슨'과 단독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알파’를 만드는 인력이 필요한데.
“그렇다. 스타일링팀이 포토 스튜디오에 있지만 전체 비즈니스 관계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 그 크롭진을 택한 바이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런웨이 이상의 스타일링을 고민한다. 전체적으로 직원들의 패션 감도가 높기도 하다. 일례로 언젠가 화보 관련 회의에 IT 기술자가 잠시 다른 일로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화보를 보더니 ‘아, 저거, 저거 보테가 이트리카토 백이잖아요’라고 하더라.”  
 
네타 포르테 역시 소수의 EIP(Extremely Important Person)들이 매출을 좌우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럭셔리 브랜드의 VIP들과 동일하다. 하지만 온라인 구매자로서 차이점이 있나.
“아마도 기존 브랜드들의 VIP보다 우리 EIP들의 기여도가 더 클 거다. 고객의 2~3% 비율이지만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편리함이나 시간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다.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쇼핑을 하겠지만 점점 더 우리 서비스에 적응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네타 포르테 X JW 앤더슨 단독 캡슐 컬렉션.

네타 포르테 X JW 앤더슨 단독 캡슐 컬렉션.

 
그 서비스라는 게 남달라야 할 텐데.
“그렇다. 우리는 모든 것이 고객에서 시작된다. 두 가지 예를 들겠다. 몇 년 전 우리의 EIP 고객들이 여름 파티 드레스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우리 사이트의 옷이 완벽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돌체앤가바나를 찾아가 여름 파티에 어울리는 캡슐 컬렉션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예는 배송 서비스다. 어느 날 런던의 택배 기사 중 한 명이 내게 그러더라. 고객 중에는 물건을 전달받고 나서도 잠시 기다려달라는 이들이 있다고. 입어 보고 맞지 않으면 바로 반송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바로 ‘입어 보세요, 기다릴게요( You try I wait)’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조직에선 드라이버나 스튜디오나 모두 서비스가 나아질 수 있도록 고민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4월에는 펜디의 로고를 활용한 컬렉션을 전세계에서 한 달 먼저 독점 선판매했다.

지난 4월에는 펜디의 로고를 활용한 컬렉션을 전세계에서 한 달 먼저 독점 선판매했다.

 
앨리슨 대표는 뉴욕 출신으로 브라운 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했다. 2007년 네타 포르테에 오기까지, 경험은 다채로웠다. 대학생 때 랄프 로렌 매장에서 옷을 판 경험부터, 졸업 뒤엔 광고대행사 ‘사치앤사치’에서 회계 어시스턴트를, 이후 잡지사를 거쳐 디즈니에서는 크리에이티브 이사를 맡아 극작가들 발굴하기도 했다. 디지털 에이전시에서 온라인 사업을 경험한 뒤엔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에서 글로벌 세일즈를 담당했다. 이처럼 비즈니스와 창작 영역을 두루 거친 이력은 네타 포르테 입사 뒤 ‘융합 전략’으로 나타났다.
네타 포르테 런던 본사 쇼룸에서 촬영한 올 연말 홀리데이 파티 컬렉션 캠페인. 다양한 브랜드 중 일부를 큐레이팅 하고 스타일링 했다.

네타 포르테 런던 본사 쇼룸에서 촬영한 올 연말 홀리데이 파티 컬렉션 캠페인. 다양한 브랜드 중 일부를 큐레이팅 하고 스타일링 했다.

 
2007년 입사했을 때 시장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 어떻게 변화를 예측했고, 무엇이 판단의 근거가 됐나. 가령 모바일 쇼핑이 대세가 되기 전인 2009년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는데.
“입사해 보니 막 창업한 회사가 아닌데도 외부 환경이 늘 새롭게 느껴졌다. 온라인에 익숙지 않은 많은 브랜드들에 우리를 통해도 안전하다고,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설득해야만 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온라인 고객층이 생겨나는 걸 보는 게 재밌었다. 처음엔 더디게 성장했지만 어느 지점부터 폭발적이었다. 앱은 더 할 말이 많다. 당시는 앱이 막 여기저기서 나올 때였는데, 어느 모바일 콘퍼런스를 갔다. 어떤 남자가 서서 앱을 시연하는데 신고 있는 운동화 색을 바로바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재미있었지만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하지만 우리에겐 앱으로 할 게 많았다. 고객들에게 이메일로 신상품 정보를 보내주는 서비스를 앱으로 바꾸면 되는 거였다. 신제품을 언제든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걸 고객들이 좋아했다. ”
앨리슨 로니스 대표는 네타 포르테 입사 전까지 비즈니스와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고루 거쳤다..

앨리슨 로니스 대표는 네타 포르테 입사 전까지 비즈니스와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고루 거쳤다..

 
이제 새로운 기술은 AI다. 어떻게 생각하나.
“결국 패션은 인간의 터치가 필요한 일이다. 가령 우리 사이트를 클릭한 누군가가 피트니스에 관심있다는 걸 AI가 감지했다고 치자. 사이트에선 운동화나 운동복을 우선으로 보여줄 거다. 그리고 구매로 연결돼 공장의 로봇들이 운동화를 집어다가 포장 박스에 넣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결국 박스 안에 포장 종이를 예쁘게 담고, 마지막에 정성스럽게 리본을 묶는 일은 사람이 한다. 이 작은 터치 때문에 네타 포르테를 찾는 이들이 분명 있을 거다. 우리의 로고가 왜 블랙 앤 화이트인 줄 아나. 우리는 굉장히 디지털 중심의 비즈니스지만 또한 아날로그 측면을 중요하게 여긴다.”
 
기술로 분석한 한국 시장의 특징은 뭔가.
“일단 전체 고객보다 조금 젊고 굉장히 패셔너블하다. 발렌시아가, 생로랑, 구찌도 많이 사지만 실험적이고 새로운 브랜드에도 거침이 없다. 2015년에 매출이 세 자릿수 성장을 한 이래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 브랜드 중에는 구드·고엔제이·레지나표·푸시버튼·웰든 등 6개가 입점해 있다.”
네타 포르테 '홀리데이 파티 컬렉션'에 선보이는 슈즈들.

네타 포르테 '홀리데이 파티 컬렉션'에 선보이는 슈즈들.

-그 중 ‘구드(Gu-DE)’는 네타 포르테가 신진 브랜드를 지원하는 ‘뱅가드 프로그램’에 뽑혔다. 어떤 프로그램인가. =
“지금까지 각국 신진 브랜드들과 거래하면서 멘토링을 해왔다. 바이어들이 쇼룸을 찾아 조언하고 비즈니스에 대한 부분을 도왔다. 릭소(RIXO)나 피터 페트로브(Peter Petrov) 등이 그런 예다. 우리가 깨달은 것은, 고객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굉장히 원하고, 이를 시스템화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고객 역시 창의적으로 패션을 즐길 기회를 주는 일이다. 앞으로 매 시즌 소수 브랜드를 선정해 입점시키고 공식적으로 멘토링을 할 예정이다.”
네타 포르테가 올해 처음 실시한 신진 디자이너 지원 프로젝트 '뱅가드 프로그램'에 선정된 '구드'. 한국 디자이너의 백 브랜드로, 이탈리아산 소가죽에 악어가죽 스탬프를 찍었다.

네타 포르테가 올해 처음 실시한 신진 디자이너 지원 프로젝트 '뱅가드 프로그램'에 선정된 '구드'. 한국 디자이너의 백 브랜드로, 이탈리아산 소가죽에 악어가죽 스탬프를 찍었다.

 
속사포 같은 답변 뒤 숨을 고르는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했다. 모바일 다음엔 무엇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 그에게 만큼은 확실한 무언가가 있을까. 그가 웬일로 뜸을 들였다. “모두 크리스털 공처럼 투명하게 미래를 보고 싶지만 누가 그걸 알 수 있을까. 패션은 늘 변화할 거라는 사실, 믿을 수 없을 만큼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하다. 이미 사람들은 출퇴근 길에도, 와인을 마시면서도 쇼핑을 한다. 아침 8시 30분에 다이아몬드 귀고리를 사는 여자들이 있다. 이들의 심리가 뭔지 꿰뚫어 보고 최대한 편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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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