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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작동하는 차세대 배터리...리튬이온 폭발 위험 줄일까

 
리튬이온 에너지는 그간 폭발 위험성 때문에 이를 개선하려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사진은 지난 2006년 2 월 8일 미국 필라델피아 국제 공항에서 UPS화물 비행기에서 리튬 배터리로 인해 발생한 화재. [AP=연합뉴스]

리튬이온 에너지는 그간 폭발 위험성 때문에 이를 개선하려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사진은 지난 2006년 2 월 8일 미국 필라델피아 국제 공항에서 UPS화물 비행기에서 리튬 배터리로 인해 발생한 화재. [AP=연합뉴스]

지난 5월 5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 한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남성의 이름은 탤미지 델리아(38)로 사고 당시 신체의 80%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사망 원인은 다름 아닌 그가 피우던 전자담배가 폭발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전자담배 폭발로 발생한 최초의 사망사건으로 기록됐고, 뉴욕타임스와 BBC를 비롯한 외신은 앞다투어 이 사건을 보도했다.
 
전자담배는 왜 폭발했을까. 미 식약청(FDA)은 전자담배의 동력원인 ‘리튬이온 전지’가 관계된 것으로 추정했다. 미 소방당국 역시 보고서를 내고 “지난 2009년~2016년까지 전자담배와 관련된 화재는 195건”이라며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 전지가 ‘새롭고 독특한 위험 요소(New and unique hazard)’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볍고 효율 좋은 리튬 전지...IBS, “물 이용해 폭발 위험성 줄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조민행 분자분광학 및 동력한 연구단장팀은 '물'을 리튬이온 전지의 중간물질로 사용해 폭발 위험성과 리튬이온 효율성을 개선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중앙포토]

기초과학연구원(IBS) 조민행 분자분광학 및 동력한 연구단장팀은 '물'을 리튬이온 전지의 중간물질로 사용해 폭발 위험성과 리튬이온 효율성을 개선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중앙포토]

리튬이온 전지는 가벼운 데다 일반 전지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3~3.6V의 전압을 가지며, 에너지 밀도 역시 우수한 등 장점이 많다. 이 때문에 전자담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ㆍ노트북 등 일상생활 속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도 있는데 바로 폭발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8월 촉발된 연이은 삼성 갤럭시 노트7 폭발 사건 역시 리튬이온 전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리튬이온 전지의 폭발 위험성을 줄일 수는 없을까. 기초과학연구원(IBS)이 가능성을 제시했다. IBS 조민행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장팀은 21일, 기존 리튬이온 전지에 사용하던 유기용매 대신 ‘물’을 이용해 폭발 위험성을 낮추고 리튬 이온의 이동 속도도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달 25일,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ㆍ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 
 
리튬이온 전달하는 중간 유기물질, 발화성 없는 ‘물’로 대체
 
리튬이온 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를 리튬 이온이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연구진은 기존 사용하던 유기물질 대신 TFSI-가 섞인 물 혼합액을 사용하는 방법이, 기존 과학계의 예측과 달리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밝혔다. [그래픽=삼성SDI]

리튬이온 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를 리튬 이온이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연구진은 기존 사용하던 유기물질 대신 TFSI-가 섞인 물 혼합액을 사용하는 방법이, 기존 과학계의 예측과 달리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밝혔다. [그래픽=삼성SDI]

리튬이온 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의 유기물질을 리튬 이온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연구에 참여한 곽경원 고려대 화학과 부교수는 “그간 이 유기물질에는 탄산염(Carbonate) 등이 주로 사용됐는데 대부분 불이 쉽게 붙는 성질”이라며 “이를 연소 용이성(Flammability)이 있다고 하는데 마치 기름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간 과학계는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리튬 이온을 이동시킬 수 있으면서 폭발 위험이 낮은 물을 유기물질 대신 사용하기 위해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순수한 물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물이 1.26V의 매우 낮은 전압에서도 쉽게 분해가 되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전지는 최소 3V 이상의 전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리튬이온 전지 용매로 바로 물을 사용하면 오히려 폭발 위험성이 높아진다.
 
삼성SDI 소형 리튬2차전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각형, 원통형, 파우치형이다. 이 같은 기존의 리튬전지에 물을 사용하면 오히려 폭발 위험성이 커지지만 고농도 TFSI-를 섞으면 4V의 높은 전압에서도 폭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뉴스1]

삼성SDI 소형 리튬2차전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각형, 원통형, 파우치형이다. 이 같은 기존의 리튬전지에 물을 사용하면 오히려 폭발 위험성이 커지지만 고농도 TFSI-를 섞으면 4V의 높은 전압에서도 폭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뉴스1]

이런 현상을 방지하면서 리튬이온이 잘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염 음이온(TFSI-)’ 과 물의 혼합물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곽경원 부교수는 “실제 TFSI-를 사용해보니 기존 리튬이온 전지보다 높은 4V의 전압에서도 물이 폭발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간 과학계는 “물속에 TFSI-가 너무 많으면 끈적임(점성)이 높아져 전자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예측하며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해왔다.
 
분자 수준의 TFSI- 관찰해보니... “끈적임 많아도 괜찮아”
 
하지만 IBS 연구진이 ‘이차원 적외선 분광기’와 ‘펨토초 적외선 들뜸-탐침 분광기’ 등 최신 장비로 개별 분자 수준의 TFSI-와 물 혼합물을 관찰한 결과, 기존 과학계의 예측이 틀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관찰 결과 TFSI-와 물층은 서로 뭉쳐있어 고르게 섞여 있지 않았던 것이다.
 
연구진이 이차원 적외선 분광기 등 장비를 이용해 분자 수준에서 TFSI-와 물 혼합물을 관찰해 본 결과 점성이 높더라도 물이 충분히 리튬 이온을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이차원 적외선 분광기 등 장비를 이용해 분자 수준에서 TFSI-와 물 혼합물을 관찰해 본 결과 점성이 높더라도 물이 충분히 리튬 이온을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 기초과학연구원(IBS)]

이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물이 뭉쳐있는 TFSI- 사이로 나노미터(nm) 크기의 매우 미세한 통로를 형성해 마치 리튬이온을 수송하는 ‘전선’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전선이 다른 물질과 전기의 접촉을 차단하듯, 물 역시 리튬이온 수송에 방해가 되는 TFSI-와 리튬 이온 간의 상호작용도 막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조민행 단장은 “(유기물질 특성 위주의) 거시적 관점에서 진행된 기존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는 실제 분자를 관찰하는 미시적 관점에서 진행됐다”며 “물질의 성질뿐 아니라 미시적 분자 구조가 리튬 전지의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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