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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자동차·조선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

자동차 공장을 휘젓는 검은 코끼리.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자동차 공장을 휘젓는 검은 코끼리.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앞 못 보는 이가 코끼리 장딴지만 만져보고선 “코끼리는 절굿공이와 같이 생긴 동물"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묘사한 사자성어가 군맹평상(群盲評象). 어리석거나 잘못된 판단을 할 때 쓰는 말이다. 지난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이 딱 이랬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자동차·조선업계 실적이 회복하고 있다. 이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언급했다. 어쩌면 당연하다. 그가 본 통계가 코끼리 장딴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11.20 청와대사진기자단 / 한국일보 류효진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11.20 청와대사진기자단 / 한국일보 류효진

 
첫 번째 절굿공이는 자동차 생산대수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언급한 자동차 통계가 ‘하루평균 생산량’이라고 설명했다. 하루평균 생산량은 자동차 생산대수를 월간조업일수로 나눠서 계산한다.
 
여기서 조업일수는 월간 근무시간을 더해서 산출한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숫자가 아니다. 잔업·특근·파업 등으로 인한 근무시간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공장마다 제각각인 근무형식(교대제)·가동중단여부 등도 집계하지 않는다. 예컨대 한국GM이 주말마다 부평1공장만 가동하고 2공장은 멈추더라도 이를 감안하지 않는다. 또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과 직결하는 대외비 자료라서 공개도 하지 않는다.
 
이런 자료를 집계하는 관계자는 2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하루평균 생산량은 관행적으로 부록처럼 뒤에 붙여두는 참고자료”라고 “통계적으로는 전혀 가치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절굿공이는 조선업 수주실적이다. 대통령은 올해 수주실적 증가율(+71%)과 세계시장 점유율(44%)을 꼽았다. 갑자기 조선업 수주가 증가한 이유는 정부가 세금을 풀어서 현대상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기 때문이다. 이 20척을 국내 조선 3사가 모두 수주한 덕분에 9월 한국의 수주량이 215만CGT(표준화물선환산t수)로 급등했다. 실제로 10월 수주량(22만CGT)은 9월의 10% 수준이다. 또 국가별 수주잔량(25%)은 여전히 중국(37%)에 못 미친다. 이쯤 되면 청와대가 일부러 통계를 왜곡하는 건지 통계 해석을 진짜로 못하는 건지 헷갈리는 수준이다.
 
 
물론 대통령이 언급한 통계 자체가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보고 싶은 통계만 보는 것도 일종의 왜곡이다. 대통령은 최근 자동차·조선업 통계를 굳이 최악의 시기였던 지난해와 비교했다. 비교 시점의 통계가 기준 시점보다 크게 악화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현재 통계가 좋아지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호전한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문희철 기자

문희철 기자

영업손실·매출·공장가동율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온갖 절대지표가 죄다 마이너스지만 대통령은 굳이 상대지표를 택했다. 그러면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듣고 완성차 업계 홍보 담당자는 “배가 구멍 나서 물이 들어오니 황급히 노를 저으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제조업에 구멍이 났는데 일국의 대통령을 코끼리 만지는 장님으로 만든 자들은 누구였을까.
문희철 산업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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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