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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활용해 해킹에 무방비 노출된 오픈소스 취약점 깨겠다"

강태진 인사이너리 대표가 14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에서 블록체인을 포함한 IT 생태계에서 대해 강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강태진 인사이너리 대표가 14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에서 블록체인을 포함한 IT 생태계에서 대해 강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인터뷰] '벤처 1세대' 강태진 인사이너리 대표 
 
“전 세계 소프트웨어 60%가 리눅스 같은 오픈소스(무상 공개) 소프트웨어에요. 알려진 취약점만 700개 정도로 관리 사각지대에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이런 취약점을 줄일 수 있어요.”
 
지난 14일 중앙일보 ‘중앙경제포럼’ 연사로 나온 강태진(60) 인사이너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강 대표는 올해 6월 오픈소스 취약점을 찾아내는 비영리 법인 시큐어 플래닛(secure planet)을 설립했다. 그는 “해커가 오픈소스 취약점을 찾아 시큐어 플래닛에 제보하면 다른 해커들이 이를 검증해 투표를 통해 취약점 데이터베이스에 올리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취약점을 찾아낸 해커에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암호 화폐를 지급한다. 시큐어 플래닛은 내년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캐나다 토론토대 78학번인 강 대표는 대학에서 심리학과 컴퓨터를 복수 전공했다. 1988년 서울로 건너와 국내 최초로 컴퓨터용 한글 워드프로세서 ‘한글 2000’을 개발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국내 IT 업계에서 1세대 중에서도 형님으로 불린다. 이후 한글과컴퓨터·KT·삼성전자 등을 거치며 워드 프로세서와 웹 기반 소프트웨어, 공용 와이파이 서비스, 스마트폰 뮤직 스트리밍 앱 등을 개발했다. 그의 이력이 곧 한국 IT의 역사인 셈이다. 
 
시큐어 플래닛을 만든 목적은 뭔가.
“최근 주목받는 사물인터넷(IoT)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70~80%가 오픈소스다. 해커가 공격할 수 있는 취약점이 늘고 있는데, 취약점 데이터베이스를 미국과 중국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보안 취약점 데이터베이스를 한 국가나 회사에 맡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이를 역이용해서 해킹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2016년 창업한 인사이너리는 어떤 회사인가.
“창업 2년 된 스타트업이다. 국내에서 4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바이너리 코드(0과 1로만 이루어진 코드)만으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파나소닉과 미국소비자연구소·안랩 등이 고객사다. 일본 히타치 솔루션과 한국의 한컴시큐어 등을 파트너사로 두고 있다.” 
 
2000년 포춘지에 소개된 강태진 인사이너리 대표의 기사. 그는 온라인 오피스 싱크프리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사진은 홍대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촬영했다. [사진 포춘]

2000년 포춘지에 소개된 강태진 인사이너리 대표의 기사. 그는 온라인 오피스 싱크프리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사진은 홍대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촬영했다. [사진 포춘]

 
강 대표는 1999년 '싱크프리'(think free)란 온라인 전용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당시 미국 교원 연기금 펀드를 통해 2400만 달러(약 270억원)을 투자받아 주목받았다. 스티브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싱크프리와 리눅스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며 싱크프리를 회사를 위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꼽기도 했다. 경제지 포춘(Fortune)은 강 대표가 개발한 싱크프리 스토리를 기사화했다. 그는 “구글이 싱크프리 인수에 관심을 보였는데 계약 성사 직전에 언론에 노출되는 바람에 틀어졌다”고 말했다.  
 
화제를 모은 싱크프리가 실패한 원인은 뭔가.
“싱크프리는 요즘 서비스에 비유하자면 구글 독스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속도가 서비스를 따라오지 못했다. 당시 미국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은 모뎀 수준으로 느렸다. 요즘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있었다면 성공했을 거다.”
 
한국 IT 기업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한국은 시장이 작아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한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그런 서비스를 기획해야 한다. 국내 게임사는 해외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IT 분야가 있나.
“최근 화두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두 가지다. 인공지능은 구글ㆍ아마존ㆍ페이스북 등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이 분야에서 승부를 보기 어렵다. AI 기반이 되는 빅데이터를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기업 인프라를 가진 곳은 대기업 몇 곳에 불과하다. 블록체인은 미국 기업들이 아직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IT 벤처 기업도 승부를 볼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강태진 인사이너리 대표가 14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에서 블록체인을 포함한 IT 생태계에서 대해 강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강태진 인사이너리 대표가 14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에서 블록체인을 포함한 IT 생태계에서 대해 강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찬진 전 사장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강 대표는 “한국에 들어와 처음으로 창업한 회사의 첫 직원이 이찬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이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함께 온 후배가 첫 직원이라며 이찬진 사장을 데려왔다. 당시 서울대 학생이었는데 열렬한 워드 프로세서 사용자였다. 일한 지 3주 정도 됐는데 군대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 같이 일하기 힘들 것 같아 3주 일한 것을 계산해주고 내보냈는데 6개월 있다가 입대했다.”
 
워드 프로세서 개발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유니코드(컴퓨터용 국제 문자 코드)에 조합 가능한 현대 한글 1만1172자를 포함시킨 것이다. 한국과 경제적 수준이 비슷하던 대만의 견제가 심했는데 이를 물리쳤다.”
 
한글과컴퓨터, KT를 거쳐 삼성전자에 옮긴 배경은 뭔가.
“KT가 아이폰을 들여와 반응이 뜨거웠을 무렵이다. ‘밀크’라는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었다. 오픈 6개월 만에 사용자가 3000만명으로 늘었다. 삼성이 그동안 만든 콘텐트 서비스 중 가장 성공한 모델이다.”
 
삼성에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
“올웨이즈(always) 프로젝트를 완성하지 못한 거다. 3년을 준비했는데 ‘구글 나우’와 비슷한 서비스였다.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쏴주는 거다.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주말에 어떤 프로그램을 TV로 시청할지 알려주는 거다. 갤럭시S5에 넣기로 결정하고 개발 일정을 짰다. 그러다 2014년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구글의 반대로 프로젝트가 사장됐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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