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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회장 추락 뒤엔 일본인 임원 쿠데타 있었다"

 5년간 50억엔(약 500억원)의 보수를 축소 신고한 혐의 등으로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된 닛산(日産)·르노자동차 카를로스 곤(64)회장 사건을 둘러싼 일본과 프랑스의 시각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 겸 르노 회장. [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 겸 르노 회장. [AP=연합뉴스]

 
 19일 곤 회장이 체포된 직후 닛산은 "22일 이사회에서 곤 회장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르노는 20일 밤(현지시간) 개최한 긴급이사회에서 곤 회장의 해임을 보류키로 결정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차를 팔았던 '닛산+르노+미쓰비시'연합에서 곤 회장의 위치는 절대적이었다. 닛산과 미쓰비시에선 회장, 르노에선 회장겸 최고경영자(CEO)다. 그런데 체포된 곤 회장에 대해 르노와 닛산의 태도가 ‘당분간 해임 보류’,‘즉각 해임’으로 갈린 것이다.
 
르노측은 긴급이사회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최고집행책임자(COO)인 티에리 볼로레를 잠정적인 CEO대행에 임명하고, 필리페 라가예트 이사회 의장을 임시 회장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곤 '회장 겸 CEO'의 지위를 당분한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닛산에 대해 "도쿄지검 특수부에 제출한 사내 조사 관련 정보를 모두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언론들은 프랑스 정부가 최대 주주(15.01%)인 르노와 닛산측의 대응에 차이가 크다고 본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본질적인 시각차 때문이다. 
 
 르노와 닛산의 입장은 닛산이 르노에 손을 내밀던 과거와는 180도로 바뀌었다. 
 
 지난 1999년 르노에 근무하던 곤 회장은 경영악화에 시달리던 닛산에 파견돼 2000년 사장, 2001년 최고경영자가 됐다. 공장폐쇄와 인원감축 등의 개혁을 주도해 닛산의 경영을 V자로 회복시켰다.
 
당시 르노는 닛산에 지분 43%를 출자했다. 반대로 현재 닛산이 보유중인 르노의 지분은 15%뿐이다. 과거엔 르노가 닛산을 살렸지만, 지금은 반대입장이다. 
지난해 닛산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약 581만대,르노는 약 376만대다. 르노는 순이익의 절반이상을 주식 배당금 등 닛산의 실적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르노의 최대주주인 프랑스 정부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르노와 닛산의 경영 통합을 지상과제로 삼고 추진해 왔다. 르노와 닛산을 합쳐 고용 창출 등 프랑스 경제 발전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야심이었다. 
20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주가현황판에 표시된 닛산자동차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20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주가현황판에 표시된 닛산자동차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닛산으로선 “일본의 닛산을 프랑스의 닛산으로 만들려는 시도”라며 우려했다. 
 
중간이 끼인 곤 회장은 당초 통합에 부정적이었지만, 점차 통합쪽으로 기우는 태도를 보였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한다. 그래서 이 문제는 닛산 내부의 일본인 임원들과 곤 회장 세력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됐다. ‘곤 회장 체포의 배경엔 일본인 임원들과의 암투가 있다. 일본인 임원들이 도쿄지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것이 그 증거’라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실제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곤 회장이 르노와 닛산의 경영통합을 추진하고 있었고, 닛산측 일본 경영진은 '수개월 이내에 경영통합이 실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했다"며 경영 통합문제가 이번 사건의 도화선이 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프랑스 언론에선 닛산의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대표이사 사장을 ‘고대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를 배신한 브루투스’에 빗대는 기사가 등장했다고 한다. 사이카와 사장이 곤 회장의 경영을 뒷받침하며 사장의 자리에까지 올렸지만 결국 곤 회장에게서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닛산자동차의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이 19일 밤 요코하마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곤 회장을 비판했다. 프랑스 언론은 그를 '카이사르를 배신한 브루투스'에 빗댔다. [AP=연합뉴스]

닛산자동차의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이 19일 밤 요코하마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곤 회장을 비판했다. 프랑스 언론은 그를 '카이사르를 배신한 브루투스'에 빗댔다. [AP=연합뉴스]

 사이카와 사장은 19일 곤 회장이 체포된 직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조사 결과 보수 허위기재외에도 사적으로 투자자금을 지출했고, 사적인 목적으로 회사 경비를 쓰는 등 3가지 부정을 저질렀다”,"한 사람에게 너무 큰 권력이 집중되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곤 회장에게 칼을 겨누었다.
 
그는 "쿠데타는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일본 내부에서도 "곤 회장의 단순 비리 사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내부 쿠데타의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곤 회장의 체포에 이어 르노와 닛산의 엇갈린 행보에다 닛산 내부의 갈등까지 부각되면서 ‘닛산+르노+미쓰비시’연합이 와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가 하락 등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과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프랑스와 일본간 산업협력의 가장 위대한 상징 중의 하나인 르노와 닛산의 동맹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에선 21일에도 "2015년까지의 5년간 뿐만 아니라 2016~2018년 3년간도 곤 회장이 소득 30억엔(약 300억원)을 축소 신고했다"는 추가 의혹 보도가 이어졌다. 또 도쿄지검은 오랜 시간 지속된 소득 축소 신고엔 법인의 책임도 있는 만큼 닛산도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것이라고 아사히 신문은 보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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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