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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기능 못해" 화해ㆍ치유 재단 해산...한 ㆍ일관계 또 악재

정부가 2015년 한ㆍ일 간 위안부 합의에 따라 출범했던 화해ㆍ치유 재단을 해산하기로 결정하면서 한ㆍ일 간 긴장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5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화해치유재단 해산'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5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화해치유재단 해산'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여성가족부는 21일 화해ㆍ치유 재단 해산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화해ㆍ치유 재단은 2015년 12ㆍ28 합의에서 일본이 “한국 정부가 전 위안부 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한다”고 약속한 것을 근거로 2016년 7월 출범했다. 일본이 내놓은 기금 10억엔(출연 당시 약 109억원)을 생존 피해자(각 1억원) 및 사망 피해자 유족(각 2000만원)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재단의 임무였다.
화해ㆍ치유 재단의 해산은 문재인 정부 들어 위안부 합의 타결 경위를 검토한 태스크포스(TF)가 지난해 12월 27일 ”당시 합의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난다“며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결론 내린 뒤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1년 가까이 시간을 끈 것은 한ㆍ일 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도 의식했기 때문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올 1월 위안부 합의 TF 결과에 따른 정부 후속 조치를 발표할 때 화해ㆍ치유 재단과 관련, 기금의 추가 사용을 중지하면서도 당장 재단 해산을 결정하지 않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 기류는 “어차피 정리할 것이라면 시간을 더 끌어 좋을 것이 없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들의 반대로 재단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사실상 해산을 기정사실화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대법원이 일본 기업들이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화해ㆍ치유 재단 해산부터 결정을 내리자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화해ㆍ치유 재단 문제는 정상급에서부터 장관, 차관급에서도 이미 수차례 일본에 설명을 한 사안으로 일본 측도 이에 대한 우리 입장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일종의 ‘예방주사’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다른 소식통은 “위안부 문제 역시 한ㆍ일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지만 당장은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여파가 더 크다”며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 대책을 보면서 대응하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이로 인해 나중에 한ㆍ일 관계의 향방을 가늠하기 힘들어진 뒤에 터트리는 것보다는 지금 화해ㆍ치유 재단을 우선 정리하고 확전을 막는 것이 낫겠다고 정부가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한ㆍ일 위안부 합의의 핵심인 재단을 해산하면서도 합의 파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가부가 21일 보도자료만 배포했을 뿐 고위급 당국자가 직접 재단 해산을 발표하거나 관련 설명을 하지 않은 것도 일본 측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여가부는 해산 이유에 대해서도 “재단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및 그 간의검토결과를 반영했다”고만 했다. 정부의 판단은 민법에 규정된 법인 해산 근거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민법 77조는 “법인 목적의 달성 또는 달성의 불능 등의 경우 파산 또는 설립 허가의 취소로 해산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재단은 이미 가능한 법 테두리 내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지원금 지급을 완료했다. 이미 이사들도 지난해 12월 사퇴해 어차피 재단이 더이상 기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합의 당시 생존 피해자 46명 중 37명은 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수령했다.
정부는 일본이 낸 10억엔도 반환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올 1월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를 발표하면서 10억엔에 대해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이 기금의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7월 예비비 103억원을 편성했다.
이와 관련, 여가부는 21일 ”재단 잔여기금(10월 말 기준 57억 8000만원)에 대해서는 지난 7월 편성된 양성평등 기금 사업비 103억원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합리적인 처리방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며 ”외교부가 일본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는 등 관련 외교적 조치도 함께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ㆍ일 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과 이에 따른 배상을 요구하고, 일본은 위안부 합의에 따라 모든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이라 정부가 풀어야 할 난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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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