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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전혀 모르는데 집짓기 도전, 그 용기의 원천은?

기자
한익종 사진 한익종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10)
화천 집 거실 모습. 거실의 모든 것은 내 손에 의해 탄생 됐다. [사진 한익종]

화천 집 거실 모습. 거실의 모든 것은 내 손에 의해 탄생 됐다. [사진 한익종]

 
무작정 회사를 그만둔 9년 전 어느 날. 허허벌판에 선 참담함을 경험키 위해 떠났던 이집트 사막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내게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당신 맨날 자기 손으로 집 짓는 것이 꿈이라고 했는데 집 한번 지어봐요.”
 
그런 농반진반 아내의 말이 나에게 강원도 화천에 내 집을 짓게 했다. 땅을 고르고, 디자인·설계·내외장 공사는 물론 정원공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전기공사나 상하수도 공사같이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할 분야를 빼고는 모두 아내와 내가 텐트까지 쳐가며 해낸 것이다.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한 일이었다.
 
강원도 화천에 직접 내 손으로 지은 집
화천 집을 지으면서 거실 타일 작업하는 모습. [사진 한익종]

화천 집을 지으면서 거실 타일 작업하는 모습. [사진 한익종]

 
처음 집을 짓는다고 했을 때 한 선친의 말이 기억난다. “너 제정신이니 네가 어떻게 집을 짓는다고.” 그랬던 화천 집은 TV 방송이나 신문, 건축가의 책에 수없이 소개됐고, 이제는 가끔 내 손으로 집을 짓겠다는 사람에게 자문해 주는 일까지 하게 됐다. 건축의 건 자도 모르는 내가 내 손으로 집을 짓다니 어디서 그런 만용(?)이 생겼을까? 단언컨대 봉사가 내게 준 용기였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베풀 수 있는 것이 봉사요, 여러 가지 봉사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나 보다 모자란 이들에게 베푸는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내가 가진 능력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닫게 된 결과이다. 그런 깨달음이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확신으로 번진 게 아닐까.
 
혹자는 전원주택을 제 손으로 지었다고 하니까 부유해서, 시간 여유가 있어서 좋겠다고 한다. 내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별로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 무슨 전원주택이냐고 의아한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심지어는 그 돈 있으면 노후대책이나 세우라고 은근히 질책하기도 했다. 내 손으로 집을 짓고 나니 전원주택은 가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남을 의식하지 않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가치관만 바꾸면 평범한 사람도 적은 돈으로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일이다. 역시 봉사나 기부는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쩌면 별로 가지지 못해도 더 많이 하는 일이다. 실제로 우리 주위엔 자신은 부유하지 않지만 이웃을 위해 베푸는 사람이 많이 가지고도 베풀지 못하는 사람보다 많다.
 
화천 집을 지으며 정원 조성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 한익종]

화천 집을 지으며 정원 조성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 한익종]

 
인간은 삶의 대부분을 ‘베풂’보다는 ‘받음’을 더 많이 누리며 살아간다. 높은 지위, 엄청난 부자가 빠지는 오류가 있다. 소위 자수성가론을 펼치며 자기 혼자 이뤘다고 자랑하는 오류이다. 자신의 현재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봉사가 따랐다는 걸 간과하는 결과다. 많은 사람의 희생과 봉사를 간과하면 결국은 나, 내 자식, 내 가족만을 생각하는 나쁜(나뿐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떤가? 일일이 사례를 열거하지 않아도 우리 주위에서 나뿐인 사람이 겪는 나쁜 결과를 수없이 볼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거들먹거릴 필요도 없다. 독자 생존론을 펼치는 사람 아닌 다음에는 누구든 사회적 연대를 떠나 살 수 없다. 사회적 동물이란 교류를 필수적으로 하는 동물이란 얘기인데 교류는 주고받음이다. 받기만 하고 줄 줄 모르는 사람은 사회인으로서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평생 과일 장사를 해 모은 전 재산 400억원을 사회에 기부했다는 노부부의 사례를 접한 적이 있다. 대기업의 고위 임원으로 얼마 전 퇴직한 후배가 자식에게 더 물려주기 위해 더 벌어야 한다고 한 얘기와 비교해 본다. 누가 더 현명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러나 두 사례 모두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후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은 확실하다.
 
인간은 본디 이기적 동물이다. 누구든지 주기보다는 받기를 원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받으려고 하는 것은 버는 일이다. 베푸는 일은 쓰는 일이다. 버는 것은 일이요, 쓰는 것은 놀이다. 평생을 나만 위해 벌겠다고만 하는 행위는 천상병 시인의 말마따나 잘 놀다 가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구별에 놀러 온 소풍객과 같은 인간이 어떤 자세를 택해야 할까?
 
화천 집은 봉사가 준 선물
화천 집을 지으며 거실 앞 데크 공사 모습. 나 혼자서도 할 수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사진 한익종]

화천 집을 지으며 거실 앞 데크 공사 모습. 나 혼자서도 할 수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사진 한익종]

 
잘못한다고 아내에게 핀잔을 들어가며, 동네 어른들에게 그게 무슨 집이냐는 힐책을 들어가며 스스로 지은 화천 집이다. 이제 방송에도 소개되고 하니 삶도 그렇지 않으냐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든다.
 
남의 기준, 남과의 비교, 남의 평가에 익숙했던 과거의 삶에 조금은 회한이 든다. 남보다 더 많아야 한다, 남의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 급급했던 삶이 얼마나 부질없었나. 봉사를 통해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갖고 살아왔으며, 더 갖기를 원하는 욕심에는 끝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욕심을 내려놓고 나누는 것이 인생후반부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임을 깨닫게 됐다.
 
모 언론에 ‘내 삶이라는 집을 짓다’라는 주제로 인터뷰한 기억이 난다. 내가 지은 집은 집이 아니라 내 인생후반부의 삶이었다.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해 더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게 한 화천 집이다. 그것은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는가를 깨닫게 한 봉사가 준 선물이다.
 
왜냐고? 봉사는 내게 나에 대한 자존감과 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줬기 때문이다.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immagic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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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