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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로봇세와 인간 노동의 종말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로봇세’는 고난도의 비(非)반복적인 일자리까지 대체할 것으로 예측되는 지능형 로봇에게 세금을 물리자는 아이디어에서 등장했다. 학계와 언론의 관심이 커서 구글에서 로봇세는 1640만 개의 한글 문서가, 영어(robot tax)로는 7430만 개의 문서가 검색된다. 무엇이 그렇게 두렵고 불확실한 것일까.
 
로봇세가 등장한 이유는 자동화의 수준이 예전처럼 인간의 일부 노동을 대체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로봇이 복잡한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고 고도의 의사결정까지 수행하는 사례들이 나오자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노동력이 생산수단의 전부인 사람들에게는 직격탄이 될 것이다. 로봇 때문에 고용 불안이 심각해질 것이니 로봇을 고용해 돈을 번 업주가 세금을 내고 이를 걷어서 실업자에게 생계비 또는 기본소득을 지원하자는 것이 로봇세를 제기하는 기본적인 이유다. 최근 한국 정부가 자본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는데, 외국 언론에서는 이를 로봇세의 시작이라고 해석했다. 예를 든 로봇세는 로봇을 생산설비나 자본으로 간주하는 것인데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 여전히 사람이 세금을 낸다.
 
그러나 로봇세가 일으키는 사회구조적 변화를 살펴보면 로봇은 단순한 자본이 아니라 ‘지능형 자본’이라는 점이 매우 다른 현상이다. 이미 유럽의회는 로봇에게 ‘전자 인간’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해 로봇이 세금을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로봇세를 걷자는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술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낱 기계에 인격의 뉘앙스를 담았다는 점이 큰 변화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노동의 미래뿐 아니라 교육과 사회정책의 미래까지 포괄하는 변화를 논의해야 한다. 당장 교육 현장에서는 로봇과 협업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직장인들은 어떤 일을 로봇에게 맡기고, 자신은 어떤 일에 더 집중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로봇에게 잘못된 지시라도 한다면 그건 로봇에게 혼날 일이다.
 
시론 11/21

시론 11/21

좀 더 먼 미래를 예측해본다면 로봇은 지능형 자본을 넘어서 사람과 같은 인격체로 대접받을 것이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 것이다. 이때 로봇은 과거 영국 국민이 선거의 자유, 청원권, 발언의 자유 등을 규정한 권리장전을 만들었듯 ‘로봇 권리장전’을 만들 것이다. 로봇은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것이고 사람과 동등하게 세금을 내는 것에 반발할지 모른다. 로봇이 대부분의 일을 할 때 인간은 일주일에 다만 몇 시간이라도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거나, 역으로 인간의 과다한 노동이 엄격하게 금지될지도 모른다. 이미 로봇세를 통해 인간이 생계비를 받는 마당에 일정 수준 이상의 일을 하게 되면 부의 분배에서 불평등을 초래한다.
 
이즈음 로봇세 부과에서 새로운 복병은 기계화된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로봇이 사람을 닮아가는 속도만큼 사람도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로봇을 닮아갈 것이다. ‘트랜스 휴먼’ 또는 사이보그는 인간의 신체 일부분을 기계로 대체해 지적·심리적·육체적으로 강화된 사람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과 자본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어디까지 기계화된 존재를 로봇으로 불러야 할지 그 기준이 모호해지는 것이다.
 
더 먼 미래에 인류의 존재는 로봇에게 정치적인 문제가 된다. 로봇은 그들에게 필요한 인간을 로봇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거나 이방인으로 내쫓을 것이다. 그 기준은 로봇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에 달려 있다.
 
로봇세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노동의 종말에서 인간 주도 세상의 종말로 확대되고 있어서 혼란스럽다. 당장 걱정해야 할 것은 지능형 로봇의 사용에 어느 정도의 세금을 매겨야 인간의 일자리도 잃지 않으면서 기술 진보를 가로막지 않을지 면밀히 그 효과를 측정해야 한다. 로봇세를 도입한다면 부과기준을 대체하는 사람의 수 대비로 할지, 대체하는 사람의 임금 대비일지, 일하는 시간 대비일지 정해야 한다.
 
또 기술혁신에 따른 일터의 변화를 분석할 때 작업장이나 직무의 변화만 보지 말고, 노동자의 정신적·육체적 변화도 분석해 건강의 관점에서 포괄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근로자들의 역량 개발을 위해 고용주들도 자금을 출연해 다양한 노동자 역량 개발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자면 산업별 기업가 단체가 활성화돼야 한다. 결국 로봇세가 일으킨 논란은 다음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누구에게 이익이고 그 혜택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써야 하는가’이다.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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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