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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소환되고 탄핵 나와도 한마디 말도 없는 대법원장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를 결의하자 여당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법관 탄핵소추를 국회가 적극 검토해 처리해야 한다”며 “논의를 즉각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침묵을 지켰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오전 8시30분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법관 탄핵이 의결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의결된 의견을 국회로 전달할 것인가”와 같은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도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오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탄핵 절차도 징계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김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오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탄핵 절차도 징계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김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 [뉴스1]

 
이날 오후 법관대표회의의 결의안이 공식 접수된 뒤에도 대법원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법관대표회의의 결의에 답변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법원장은 19일 결의문 채택 뒤 법관대표회의 참석자들과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도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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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식이 알려진 뒤 법관대표회의 결의를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판사 양쪽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의를 비판하는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 수사로 판사들이 줄줄이 소환조사를 당하는데도 조직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 한번 내지 않는 게 지금의 대법원장”이라며 “이제는 내부에서 동료 탄핵 얘기까지 나오는데, 이에 대한 침묵을 지키는 건 조직의 수장으로서 적절한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에 결의를 지지하는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몇몇 판사의 의견이 아니라 사법부 공식 기구에서 결정된 뜻인데 대법원장이 침묵하는 것은 아쉽다”며 “원론적인 말씀이라도 하셔야 법관대표회의의 임무가 더 잘 수행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관대표회의는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공식 기구가 됐다. 올해 3월 대법원 규칙 시행으로 공식 지위가 확보된 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 및 법관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내거나 건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 대법원장의 ‘침묵’에 대한 법원 안팎의 해석도 제각각이다. 김 대법원장 친위세력 격인 법관대표회의를 활용해 자기 목소리를 대신 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에선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의 강경파 신주류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김 대법원장이 조만간 법관대표회의 결의안을 따르는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5월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는 받되 대법원장의 고발조치에는 반대한다”는 법관회의 의견이 나온 지 나흘 만에 “수사에 협조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오는 23일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이 자리에서 입장표명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장은 사법권의 독립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검찰이 전방위 수사로 사법부를 압박하기 전에 김 대법원장이 비위 사실이 포착된 판사를 징계하면서 사태를 수습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안철상 23일 사개특위 출석 … ‘판사 탄핵’ 법원 입장 표명 가능성
 
그는 “만시지탄이지만 김 대법원장이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관대표회의가 명분을 제공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논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긴급 간담회를 가진 민주당은 곧 법안 초안 마련 등 실무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언급된 83명의 판사를 중심으로 소추 대상 판사를 추리는 작업 등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보수 야당은 법관 탄핵소추가 삼권분립 및 사법부 독립 훼손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23일 오전 9시30분 고영한 전 대법관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고 전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하던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검찰은 고 전 대법관이 박 전 대법관 등과 마찬가지로 재판 개입, 법관 사찰 등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 전 대법관에 대한 소환 통보까지 내려지면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원행정처장 3명(차한성·박병대·고영한)이 모두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수사팀은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전날 소환한 박병대 전 대법관을 이날 다시 불러 조사했다. 전날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부하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한 일이었다”는 식으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박 전 대법관은 이날도 유사한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욱·현일훈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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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