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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촛불 2주년: 시위와 혁명의 사이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100만 촛불행진 2주년을 맞는다. 당시의 촛불시민 누군가에겐 승리와 전진의 기억이지만, 또 다른 일부에겐 벌써 착잡하고 아득한 과거의 일이 되고 만 촛불행진이다. 그 행진이 단순한 촛불시위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촛불혁명으로까지 불릴 수 있을 것인지는 오늘의 촛불개혁의 성패에 달려있음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정치는 무엇보다 책임윤리의 영역이며 객관적 결과로서 평가받는 공적 행위다. 촛불개혁에 실패한다면 촛불혁명은 행진과 시위 단계에서 사산(死産)하고 말 것이다. 그것은 자칫 9개월 앞선 조기 정권교체의 의미에 머무를 수도 있다. 촛불행진 2주년을 맞아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를 차분히 돌아보는 소이다.
 
한국 사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큰 역사적 사건이었던 촛불시위를 계기로 막중한 국가개혁 국면에 진입한 바 있다. 즉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의 개혁 열망을 모아 국가개혁의 책임을 가장 엄중하고 가장 유능하게 담당해야 했다. 지금 많은 국민이 기대와 불안, 희망과 실망의 두 마음을 함께 갖는 이유는 아직 핵심 과제들에 대한 적폐 극복과 제도 개혁 및 개혁입법을 제대로 시작·진행·완수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촛불 이전과 이후의 신구 갈등이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를 향한) ‘촛불분노’가 (문재인 정부를 향한) ‘촛불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개혁의 절실함과 절박함에 바탕해 사력을 다해야 한다. 문제는 단임 정부의 개혁 성패를 좌우할, 개혁 열망이 뜨겁고 국민 지지가 높으며 갈등 의제가 아직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집권 초기가 어느덧 다 지나갔다는 점이다. 그 초기 시기는 개혁을 위한 황금시간들이었다.
 
박명림칼럼

박명림칼럼

촛불 2주년을 맞으며 집권 중반으로 접어든다. 초기의 과거 극복 국면을 넘어 이제 미래를 향한 국가개혁에 진력할 때다. 미래 영역은 더 이상 과거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의제다. 개혁의 성공을 위한 고유의 필수요인들을 짚어보자.
 
가장 먼저는 개혁의 철학과 가치의 정립 문제다. 개혁의 성패는 여기서 좌우된다. 그것은 오직 중용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급변 이후는 중용이 더더욱 제일 요체다. 함께하려는 지극한 정성을 다하는 노겸(勞謙)을 말한다. 지금 한국은 앞선 정부들의 실패 요인이었던 진영논리와 일방주의, 연줄주의와 파당주의를 넘는 엄정한 대표성·공공성·비례성에 바탕한 권력의 추상같은 자기규율과 공적 행사, 즉 상생과 통합, 대화와 타협이 요체다.
 
정치를 바름(政者正也)으로 본 선현은 곧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정의, 공정, 중도, 즉 중용과 중정(中正)을 말했다. 철학과 제도, 국가 창설과 자기직임(대통령)의 영역에서 ‘민주’와 ‘공화’를 결합해 인류사에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었던 탁월한 철학적 정치가였던 한 현인은 ‘정치는 중용’이라고 반복 강조한다. 그와 그의 나라의 전례 없는 성공의 요체였다.
 
중용의 정치는 전체도 살리고 자기와 자기 진영도 살린다. 인적 적폐청산을 넘어 제도적 적폐 극복이 훨씬 중요한 까닭이다. 그리고 그것이 개혁 성공의 제일 요체다. 악행과 관습의 누적을 말하는 적폐는 항상 법과 제도에 기대어 자라난다. 따라서 적폐 단절과 국가 개혁은 법과 제도 개혁이 최선이다. 같은 제도에 의해 쌓인 적폐로 인해 청산 주체가 언제든 청산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 진영을 타도한 급진 변혁 이후 자기 진영의 내부 분열과 청산 투쟁, 그리고 상호 인적 청산의 반복으로 얼룩진 근대 세계 역사는 너무도 일반적이어서 사례를 들기조차 두렵다. 우리 역시 다르지 않다. 제도 개혁을 통해 상호 타협과 양보, 연대와 연합이 가능한 국가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소이다.
 
진영 대결의 재빠른 회귀 속에 재벌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검찰개혁, 사법개혁, 헌법개혁, 선거개혁, 금융개혁…의 핵심 개혁 과제들은 뒤로 미루어진 채 금쪽같은 임기 초반이 지나며 이제 사회경제적 이념적 진영 대결과 갈등 의제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 필수였던 의회에서의 탄핵 연대의 지속과 통합정부의 구축, 즉 입법연대와 개혁연대도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중용의 대원칙, 그리고 오직 나라와 국가 개혁의 성공을 먼저 생각한다면 연대와 연합의 조건과 시간은 아직도 충분하다. 과정은 힘들고 오래 걸리나 연대는 독식보다,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더 넓고 더 깊은 결과를 생산한다. (촛불)개혁은 곧 연대요 통합인 것이다. 평범한 국민과 서민들, 약자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권 교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삶의 평안과 행복이기 때문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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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