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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현장도 모르나” 장관들 정책 질타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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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얼굴) 대통령이 ‘생활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언사를 써가며 각 부처의 대책 미흡을 추궁했다. 이날 회의는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적폐청산 대상을 권력형에서 생활형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이후 각 부처의 대책을 보고받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파동, 학사 비리, 채용 비리, 갑질 문화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크다”며 “국민 눈높이에 제도·정책이 미치지 못한 탓이다. 과거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눈 감고 있었던 게 아닌지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락 오찬을 겸해 장관들의 9개 분야 ‘생활적폐’ 대책 보고가 끝나자 문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더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 분야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며 “대규모 혈세가 투입되는데도 제대로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고의 문제점을 일일이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고한 요양병원 비리 대책에 대해 “단순히 비리 몇 건을 적발하겠다는 대책은 안 된다”고 질책했다. 그는 “지난해 환수 결정액 대비 징수율이 4.72%인데, 이는 문제가 된 병원들이 소위 ‘먹튀’를 한다는 방증”이라며 “혈세가 허술한 감시로 날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병원이 문을 닫아도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 더 본질적인 대책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재개발과 재건축 비리 대책에 대해서는 “재개발 문제에 대해 현장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나무랐다. 문 대통령은 “재건축 현장에서 전문 지식이 있는 주민들이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시행사가 돈 되는 장소를 발굴해 주민 대표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지금 대책은 근본적으로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고 잘라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학사 비리 대책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인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절감, 진보 단체가 주장하는 수능 비중 축소, 내신 확대 등의 정책 추진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그 저변에는 학사 비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에겐 공공기관 채용 비리 대책과 관련해 “(채용 비리 전수조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실시하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 “요양병원 비리는 먹튀 … 병원 문 닫아도 반드시 회수해야”
 
문 대통령의 지시가 길어지는 바람에 회의는 예정됐던 40분을 넘겨 2시간 동안 이어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지적을 ‘질타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질책이라기보다 구체적인 대안에 대한 지침을 내린 것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했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부패에 대한 현실적 진단이 선행돼야 적절한 대응이 나온다는 원칙을 사안별로 지적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 발언이 사실상 질책성이었음을 인정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들어 대통령이 국회 입법 등을 핑계로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지 못하는 내각에 대한 질책 수위가 상당히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이날 발언도 자신이 구상하는 정책 목표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대책에 대한 지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다산 정약용 선생은 ‘타이르고 감싸주면 바로잡아 줄 수 있지만 타일러도 깨우치지 않고 또 가르쳐도 고치지 않으면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며 “입법 여건의 핑계를 댈 수도 없다. 법령 개정 없이도 개선할 수 있는 부분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송인배 정무비서관의 기소 가능성과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이 수세에 몰릴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반부패 이슈를 제기하면서 국면전환을 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이날 ‘깨알 지적’은 민정수석실 등에서 생활적폐 이슈에 대해 사전에 면밀히 준비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 1기에서 권력형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것을 바탕으로 생활과 관계가 있는 분야로 적폐청산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이를 국면전환용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이 구체적인 지적을 내놓은 배경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과거 인권변호사와 야당 대표를 거치며 스스로 체득한 지식이 바탕이 됐다고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인사도 “반부패협의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해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며 “적폐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불공정에 대한 문제를 대통령 임기 내내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경제 상황 타개용 등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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