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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대표라더니...청주지법 대표, 동료 뜻 반대로 탄핵 찬성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20일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전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의결한 ‘탄핵소추’ 안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20일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전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의결한 ‘탄핵소추’ 안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동료 법관 탄핵 촉구를 둘러싼 사법부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판사 평의회 격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전체 판사(약 2900명)를 모두 대표할 수 있는지, 아니면 특정 집단만을 대표하는지를 놓고서도 내부 구성원 간 충돌이 벌어졌다. 법관대표회의 대표들은 각급 법원에 소속된 법관 투표로 선출됐기 때문에 소장 강경파 판사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특히 청주지법 법관 대표가 19일 회의에서 “소속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대표 본인의 의사로 자유롭게 결정이 가능하다”며 ‘법관 탄핵소추’ 결의문에 대한 찬성 주장을 했다는 사실이 20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105명이 참석한 법관대표회의에서 내놓은 법관 탄핵소추 검토 결의안은 찬성 53표, 반대 43표, 기권 9표로 통과됐다. 한 표만 부족해도 과반(53표)에 미달돼 부결될 뻔했다.
 
법관대표회의에 참석했던 한 지방법원 소속 판사는 “이런 논리면 결의안에 찬성한 판사 53명의 양심이 전국 법관 2900명의 양심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반면에 ‘법관 탄핵 검토’ 결의안에 찬성하는 차성안(42·사법연수원 35기) 사법정책연구원 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을 통해 “탄핵 논의로 인해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한다는 건 전형적 ‘물타기 논리’”라며 “재판의 독립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법관이 침묵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법관대표회의 이전에도 법관 탄핵 문제를 놓고 사법부 내부에서 신중론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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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법관 대표인 장철익(46·사법연수원 26기) 판사는 지난 15일 고법판사 전원(197명)에게 동료 법관에 대한 탄핵 문제와 관련한 찬반 설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실제 19일 회의 초반 서울고법·서울행정법원 등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법원 대표들은 탄핵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한 고법부장판사는 “형사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미리 정치적으로 단죄해야 한다는 주장은 법관으로선 다소 부적절한 것 아니냐”며 “전체 판사를 대상으로 다시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결의안의 경우 지난 15일 소장 강경파를 중심으로 발의 계획이 알려진 뒤 나흘 만에 표결이 실시됐다. “전체 법관의 의사가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법관대표회의를 주도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법관대표회의 부의장으로 ‘법관 탄핵 검토’ 안건을 대표 발의한 최한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비롯해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 등 상당수가 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인권법연구회는 설립 직후였던 2011년만 하더라도 다양한 이념·연령대 판사가 모여 자유롭게 토론했지만 2015년 7월 연구회 내부에 ‘인권 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이라는 소모임이 만들어지며 진보적 성격이 짙어졌다고 한다.
 
이번 사태 역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판사들과 인사모, 그리고 인사모를 뒷받침했던 김 대법원장 간의 구원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김 대법원장은 춘천지법원장으로 근무했던 지난해 3월 인사모 소속 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블랙 리스트(배제 명단)’ 여부가 논란이 되자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무배제를 가장 먼저 요구했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세월 주류 세력에게서 박해받았다고 생각하는 판사들이 이제 와서 일종의 정치 보복을 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앙갚음은 국민에게 ‘정치 판사’라는 인식만 키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인권법연구회 소속인 차성안 판사나 최한돈 부장판사 모두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블랙 리스트에 올라 있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탄핵소추 자체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기 때문에 사건 진상과 결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선 탄핵을 요구하기보단 조금 더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치권뿐 아니라 법원 구성원들 역시 충동적으로 움직여선 안 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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