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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투자자 불편 없게 할 것” 미 “진정성 증거 들고 오라”

미국 정부 당국자가 한·미 간 1.5트랙(반관반민) 회의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는 증거를 들고 오라”고 밝혔다고 양국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이 20일 전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주 미국에서 한·미 당국자와 전문가가 참여한 1.5트랙 대화가 열렸다”며 “이 자리에서 미 정부 당국자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해 확실한 물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당초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바쁜 일정을 이유로 다른 당국자가 참석했다. 이 소식통은 “비건 대표를 대신해 참석했던 미측 당국자는 ‘한국이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며 미국을 설득하고 있는데, 설명이나 분석이 아닌 증거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알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간의 만남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 발언을 했던 점과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생각은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북한의 진정성을 보여줄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논지였다는 전언이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관계자는 “비공개 회의라 일일이 내용을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려면 미국 측의 상응조치(대북제재 일부 해제)가 필요하다는 한국 측의 설명에 대해 미측 관계자가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혀 회의가 한때 냉랭했던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소식통들이 전한 회의 장면은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 없이 먼저 대북제재를 해제하지는 않겠다는 미 행정부의 선언과 맥락이 같다.
 
물론 미 행정부 바깥에선 미국도 북한의 움직임에 호응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기류도 있었다. 지난주 1.5트랙 대화와는 별도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 일행이 미국을 찾았다. 조 장관 일행이 접촉했던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소장,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은 미국의 상응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북제재 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전선언이나 북·미 간 사회문화 교류 정도는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고 한다. 단 이 같은 정부 바깥의 목소리가 미 행정부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 행정부 실무진이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사실을 북한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직거래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한국 측에 ‘증거’를 요구한 반면 북한은 방북한 민간 인사들에게 ‘투자’를 요청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에 총력전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재외동포 상공인단체인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한상) 이사장 자격으로 지난주 방북했던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방북 기간(15~18일) 이용남 북한 내각 부총리(외자유치 담당) 등 분야별 당국자들을 만났다”며 “북측은 경제정책 전반을 설명하면서 외자 유치를 기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특히 북측에선 20여 개 경제 특구를 설명하며 제조업과 관광산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여건이 조성되면 활발한 투자를 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고 알렸다. 북측 인사들은 “북한에 투자하는 기업이나 기업인들에게 특혜를 주겠다”거나 “외국의 투자 사례를 참고해 투자자가 (북한 내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편의를 제공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북한의 주문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18~19일 금강산에서 열린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현지에서 만난 북측 관계자들로부터 (제재 해제의 필요성을) 미국 측에 잘 말해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며 “최근 만난 북측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얘기”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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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