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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잘될까 … 소상공인도 시큰둥

다음달 17일 시범 사업을 시작하는 '제로페이 서울'의 가맹점 모집 화면. [사진 서울시]

다음달 17일 시범 사업을 시작하는 '제로페이 서울'의 가맹점 모집 화면. [사진 서울시]

소상공인의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제로페이 서울’ 사업이 다음 달 17일 시범 시행을 한 달도 채 안 남긴 상황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의 당초 발표와 달리 사업 계획이 수시로 바뀌고, 참여 사업자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제로페이 사업이 용두사미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간 사업자들의 간편 결제 서비스 사이에서 정부가 주도해 만든 제로페이가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로페이는 서울시,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가 은행, 민간 간편결제사업자들과 협력해 구축하는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다. 통상 카드결제 중간 단계에 끼는 밴(VAN)사(결제대행사)와 카드 업체를 생략하는 대신,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바로 돈을 이체하는 직거래 시스템을 정부가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제로페이를 카카오페이·페이코 등 기존에 시중에서 쓸 수 있는 간편 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용하는 방식을 구상했다. 그러나 사업 추진 초기부터 참여하겠다고 한 카카오페이가 최근 제로페이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는 결국 금융결제원이 주도해 통합 제휴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당초 계획과 달리 카카오페이 등 민간 사업자들의 QR키트를 이용할 수 없으니 정부에서 일일이 가맹점에 QR키트를 새로 설치해야 한다.
 
제로페이 서울

제로페이 서울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제로페이에 참여하면 기존 카카오페이 가맹점은 어떻게 되는지 명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도 지난 8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제로페이에 참여했을때의 시너지 효과를 검토했으나 참여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로 꼽힌 BC카드 측도 “계좌 기반의 결제 방식에선 우리 같은 카드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서 불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새로 만드는 플랫폼의 설치 비용(약 39억원)과 운영 비용(매년 35억원)은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은행들이 내게 된다.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체 수수료도 은행들이 고스란히 부담한다. 이렇게 되니 은행 등 민간 사업자들이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하더라도 얻는 이득은 없는 셈이다.
 
제로페이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사용을 끌어낼 만한 요인도 부족하다. 제로페이 사용액에 소득공제 40%를 제공한다고 알려졌지만, 소득공제율은 결국 체크카드, 현금 영수증과 같은 30%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공제율을 더 높이려면 세제 법안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로페이에 외상 기능 같은 여신 기능을 넣는 것도 결국 무산됐다.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해야 소상공인들도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동력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서울시는 시범 사업을 한 달 앞두고 각 자치구와 동 주민센터 공무원들을 통해 소상공인들의 가맹점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관치 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카드사·IT기업 등 민간 사업자들이 앞다퉈 세를 넓히고 있는 시장에서 제로페이 서비스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카카오페이는 이미 QR결제 서비스 가맹점이 15만 곳이 넘는다. 스마트폰을 카드 단말기에 대서 결제하는 삼성 페이는 지난달 월 이용자 수가 1000만명을 넘었다. BC·롯데·신한카드 등 카드사들은 자사 회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통합 QR결제 플랫폼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제로페이는 또한 현재 서울시를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와 비영리 민간단체 소상공인간편결제추진사업단 등 사업을 준비하는 조직들이 여럿 있다. 이들 사이의 역할 분담이 모호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경전 경희대(경영학) 교수는 “결제 서비스 혁신을 위해 정부가 판을 깔 수는 있지만, 노를 직접 저어서는 안 된다”며 “수수료 제로를 고집하면서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서지용 상명대(경영학) 교수는 “정부가 제로페이 가맹점 모집에도 직접 관여함으로써 민간 사업자들에게 가입을 강요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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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