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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달여먹고, 산청 찾는 베트남 팬들

16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축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자 베트남 하노이 축구 팬들이 박 감독의 사진 주변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축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자 베트남 하노이 축구 팬들이 박 감독의 사진 주변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베트남 현지에서는 ‘고려인삼’이 인기다. 인삼 가공품이 아닌, 인삼을 직접 내려 먹는다. 오토바이를 탄 베트남 방문판매원이 집에 찾아가 약탕기 사용법을 알려준다. 박항서(59)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체력 증진을 위해 고려인삼을 먹인 게 입소문 나면서다.
박항서 감독의 고향 산청을 찾은 베트남 여행 관계자들.

박항서 감독의 고향 산청을 찾은 베트남 여행 관계자들.

 
지난달 29일에는 베트남 비엣젯 항공사와 비에쩬투어 관계자들이 경남 산청군을 답사하고 돌아갔다. 산청군은 박항서 감독의 고향이다. 베트남인들 사이에 박 감독 고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지 항공사와 여행사가 관광상품 개발에 나섰다. 관계자들은 박 감독이 살았던 생초면까지 방문해 생초축구장을 둘러봤고, 한방테마파크 동의보감촌에서 뜸 등을 체험하고 돌아갔다.
 
박항서 감독은 축구를 넘어 음식·관광 등 문화·체육 부문에서 총체적으로 ‘한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102위, 동남아시아에서도 약체로 평가되던 베트남은 현재 진행 중인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또 한 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베트남은 20일 미얀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미얀마와 득점없이 비겼다. 앞서 지난 8일 조별리그 1차전에서 라오스를 3-0으로 완파했고, 16일 2차전에서는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었다. 베트남은 2승1무(승점7)를 기록, 미얀마에 다득점에 뒤져 조2위를 기록했다. 
지난 8월27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베트남과 시리아의 경기. 연장 승부 끝에 1-0으로 승리한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히딩크 감독을 연상시키는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27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베트남과 시리아의 경기. 연장 승부 끝에 1-0으로 승리한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히딩크 감독을 연상시키는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의 지휘 아래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베트남을 4강에 진출했다. 베트남 언론 ‘베트남 익스프레스’는 17일 “박항서 매직, 올해만 세 차례 하노이를 열광시켰다”고 보도했다.
 
스즈키컵은 1996년부터 2년마다 열리는 동남아 축구 국가대항전이다. 베트남은 말레이시아·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와 조별리그 A조에 속했다. A, B조 1, 2위가 4강에 오른다. 베트남은 태국을 꺾고 10년 만에 우승하는 게 목표인데, 베트남과 태국의 경기는 한·일전을 방불케 한다.
 
16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축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자 베트남 하노이 축구 팬들이 불꽃을 터트리며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축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자 베트남 하노이 축구 팬들이 불꽃을 터트리며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항서 팀을 향한 베트남 현지의 열기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스즈키컵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하노이 미딘국립경기장 좌석(4만석)은 예매 시작과 함께 일찌감치 매진됐다. 40만동(2만원)짜리 입장권이 암표 시장에서 400만동(20만원)에 거래됐다. 베트남 현지 쌀국수 한 그릇 값이 우리 돈 1500원인 걸 고려하면 엄청난 열기다. 전신 마비 장애인 팬이 박항서 팀을 응원하기 위해 들것에 실린 채 경기장을 찾는 일까지 있었다.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 인기는 국부인 고(故) 호찌민 주석에 버금갈 정도다. 베트남 국민은 길거리 응원을 펼치면서 박 감독 이름의 베트남식 발음인 “박항세오”를 연호한다. 경기장 안팎에 베트남 국기와 함께 태극기가 휘날린다. 베트남 언론들은 박 감독을 지칭할 때 ‘thay’라고 적은데, 이는 베트남에서 '선생' '스승'을 뜻하는 극존칭어다. 심지어 박 감독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동아제약 ‘박카스’는 베트남 현지 출시 4개월 만에 280만병이 팔렸다.
박항서 감독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박카스도 베트남에서 인기다.

박항서 감독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박카스도 베트남에서 인기다.

 
박항서 감독은 최근 스즈키컵 조직위원회 소셜미디어에 실린 인터뷰에서 “(내가) 전 세계 모든 축구팀 중 한 팀 감독을 맡을 수 있다면 선택은 역시 베트남”이라고 말해 또 한 번 베트남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다. 국내 네티즌도 이런 박 감독에 대해 ‘정부 외교 못지않은 업적’ ‘훈장을 줘야 한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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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