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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 "음악에의 열반이란 이런 것"

8월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사진 MPYC]

8월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사진 MPYC]

 최근 음악 공연의 경향은 단연 앙상블이다. 홀로 하는 독주로도 이미 인정 받은 연주자들이 둘 이상씩 팀을 이뤄 함께 무대에 서는 일이 많아졌다. 말 그대로 스타 연주자들이 함께 연주하는 실내악 무대가 이어진다.
앙상블에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 다른 이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할 줄 아는 연주자는 의외로 흔하지 않다. 26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JTBC 고전적하루 갈라 콘서트에 오르는 5명은 앙상블 실력을 인정받은 젊은 연주자들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피아노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악기와 함께 하는 곡들을 섭렵했고 그 경험을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으로서 풀어내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은 현악4중주단인 노부스 콰르텟을 2007년 결성한 후 국제무대에서 놀라운 소식을 전하며 한국 실내악의 발전 속도를 높였다. 떠오르는 별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올해 금호아트홀의 상주 음악가로서 직접 프로그램을 짠 공연들로 실내악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증명했다. 비올리스트 이한나는 실내악에서 주인공은 아니지만 빠지는 일 없는 악기인 비올라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첼리스트 김민지도 많은 악기의 연주자들이 단골 파트너로 초청한다. 26일 갈라콘서트에서 다섯 연주자는 독주부터 5중주, 오케스트라와의 3중 협연까지 실내악의 정수를 선보인다. 이날 무대에는 공연을 위해 조합된 고전적하루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실내악의 명수 5인이 ‘최고의 실내악곡’을 추천했다. “연주하면서 여러 번 소름이 끼쳤던 곡”(양인모)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곡”(손열음)이라는 설명을 붙인 이들 인생 최고의 음악은 무엇일까. JTBC의 클래식 콘텐트인 고전적하루 2018 갈라 콘서트는 아우디코리아가 후원하며 티켓 판매금액 전액을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위스타트에 기부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음악에의 열반이란 이런 것
슈베르트 피아노 3중주 2번 작품번호 100 -손열음(피아니스트)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곡이라 생각한다. 수도 없이 넘나드는 장조와 단조의 간격은 한없이 멀고도 또 가까운 생과 사를 다 담고 있는 듯하다. 음악에의 열반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이 작품은 슈베르트 필생의 역작 중 다수가 나왔던 말년에 쓰였다. ‘더 그레이트’ 교향곡, 3개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피아노 즉흥곡집 둘, 가곡집 ‘겨울 나그네’ ‘백조의 노래’ 등 모든 작품의 평균 길이가 40~45분이나 되는 대곡들을 숨을 거두기 직전 썼다는 것은 서양 음악사의 최대 미스터리다. 희망을 노래한 피아노 트리오 1번과 달리 2번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말하고 있다. 신이 내린 불굴의 감과 나약한 인간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져 하나가 되는 작품은, 네 악장을 하나로 관통하는 결말을 맞는다.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음악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 작품번호 115-김재영(바이올리니스트), 이한나(비올리스트)
김재영: 현악4중주와 클라리넷이 함께 하는 5중주곡. 브람스 말년(1891년, 58세)의 작품으로 깊이가 남다르다. 연주하는 입장에서는 하면 할수록 음의 깊이와 음악의 깊이에 점점 빠져드는 느낌이다. 가을과 겨울에 유독 어울리기도 하고, 삶을 되돌아보는 데에도 적격인 곡이다.
이한나: 미국 말보로 페스티벌에서 연주했던 곡이다. 비 오는 날 밤이었고 연주하는 장소는 텐트로 된 홀이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이 곡을 연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깊이와 무게가 있는 브람스 실내악 곡들을 아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독특한 편성으로 쓰인 5중주 곡은 명곡 중 명곡이라 생각하고 내가 연주자는 물론 청중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다.
 
위험한 감정의 모험
쇤베르크 현악 3중주 작품번호 45 -양인모(바이올리니스트)
1946년 8월 쇤베르크는 심장 마비를 겪었다. 그리고 몇 주 후 이 현악 3중주를 썼다. 그는 이 곡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이 곡은 작곡가의 메시지가 음악적 어법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 경험상 평소 쇤베르크 이름만 들어도 얼굴을 찌푸리는 청중에게도 이 곡은 강력한 인상을 주었다. 죽음을 해학적으로 그리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피할 수 없는 감정들과 대면하게 되는데, 그 순간 쇤베르크는 12음 기법의 창시자가 아닌 한 명의 외로운 사람으로 비춰진다. 개인적으로 이 곡을 연주하면서 여러 번 소름이 끼쳤다. 마치 도무지 이해가 안 되던 추상화를 어느 날 보는데 그 속에서 하나의 얼굴이 나를 응시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특히 심장 마비로 심박 수 측정기의 반복적인 소리가 하나의 긴 음으로 바뀌는 것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유머와 공포가 공존하는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이 곡을 통해 여러 위험한 감정들을 모험해보길 바란다.
 
낮은 악기의 더 낮은 소리
슈만 피아노 4중주 작품번호 47 -김민지(첼리스트)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은 슈만과 브람스 아닐까. 그중에서도 이 곡은 악기 넷(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음색과 특색이 살아있고 선율은 아름답다. 때문에 쉽게 지루해지지 않는다. 재미있는 특징은 3악장에서 첼로의 가장 낮은 줄인 C(도)줄을 한 음 낮은 B(시) 플랫으로 내려 연주하는 것이다. 기본 줄 구조보다 더 낮은 소리를 원한 슈만의 아이디어가 독특하다. 함께하는 악기 중 제일 낮은 소리를 내는 첼로에게 왜 더욱 낮은 소리를 내게 했을까. 청중이 상상한 가장 낮은 음보다도 더 낮아진 소리의 깊이가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모든 악기를 감싸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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