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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소기업 일자리 못 늘리면 포용성장도 없다

정홍상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정홍상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오랜 기간 지속하는 것을 보면 구조적인 문제가 바탕에 깔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문제는 중소기업이 피폐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한국경제 고용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 결과 저소득층의 생활은 어려워지고, 소득 격차도 갈수록 벌어진다.
 

일자리를 못 만드는 중소기업들
재정 지원은 지속가능하지 않아
포용성장 방식이 고용문제 해법
거대 노조, 중기에 임금 양보해야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 재정으로 어려운 중소기업 또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방식은 당장은 쉬울 수 있다. 이른바 ‘재정 주도 성장’이다. 하지만 정부 지출 확대를 위해서는 세금을 늘려야 하고 결국 경제활동을 더욱 위축시킨다. 세금을 늘리지 않으려면 재정적자를 늘려야 하고 미래 세대에게 추가로 부담을 떠안기게 된다.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이미 한국 사회는 복지지출 확대로 비용 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속가능한 대안은 생산과정에 참여하지 못해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는 저소득층을 한국 사회의 생산과정에 들어와 일하게 하고 그 대가로 소득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생산과정에 참여하고 기여한 보람을 갖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도 도움된다. 이것이 ‘포용성장(inclusive growth)’ 방식이다.
 
포용성장을 위해서는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한국 사회의 일자리 구성을 보면 대기업 정규직이 약 10%에 불과하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이 90%를 차지한다. 그런데 중소기업 종사자의 보수는 대기업 정규직보다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며 국제적으로도 비교해도 매우 낮다. 중소기업이 제대로 보수를 주지 못하므로 취업희망자들도 외면한다. 중소기업 쪽에서 저소득층의 고용이 많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지급 여력이 높아져야 하는 상황이다. 대기업이 통 크게 양보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치열한 경쟁과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지급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대기업 정규직이 다소 덜 가져가면서 그 여력이 중소기업으로 흘러가서 고용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시론 11/20

시론 11/20

첫째, 정책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 기반을 만들고 국민과 일선 집행 담당자까지 동참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만 좋다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세부적인 집행 사항은 일일이 정책으로 정할 수도 없다. 제대로 정책 효과를 내려면 정책의 구체적인 집행을 담당하는 공무원·공공기관 및 대기업 경영층과 구매부서 담당 직원까지 공감하고 의지를 갖고 자신이 맡은 제도와 관행을 바꿔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또 이를 우리 사회가 요구하고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임금 조정이 현실화되려면 관련되는 집단 또는 기업이 다 함께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하청 납품대금 지급에서 양보하는 것도 몇몇 대기업만 참여하는 것은 해당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실현 가능성이 작다. 모두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건전한 생태계와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원한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이 양보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 기업만 양보해서는 목적 달성도 못 하고 내 기업만 피해를 보게 되므로 행동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 함께 문제 인식을 공유하면서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특정 집단이 과도하게 집단 이익을 주장하는 것은 사회적 영향력이 제한되도록 한국 사회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 등 거대 노조는 사실상 대기업 정규직의 이익을 대변한다. 노조가입률을 보면 직원 300인 이상 기업은 60%를 넘지만 30인 미만 기업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노조 주장의 많은 부분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인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포용성장의 주된 대상이 되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즉 전체 취업자 절대다수(90%)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임금을 올리게 되면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대한 하청 납품대금 지급을 더 줄이거나 신규직원 채용을 더 줄인다. 그런데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이나 청년층은 흩어져 있어서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정부가 적절히 조정해주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대기업 정규직을 대변하는 노조의 이기적 요구에 한국 사회 전체가 끌려가게 된다. 쉽지 않은 과제들이지만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한국 사회가 인내심과 의지를 갖고 풀어나가야 한다.
 
정홍상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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