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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적정기술' 나와 이웃, 동네 상황에 맞는 기술로 삶의 질을 높여갑니다

세상에는 기술이 발달해 편리하게 살아가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기술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적정기술’인데요. 첨단·최신보다는 해당 지역의 사회·문화·환경적 측면과 사용자 편의를 우선으로 고려하고, 고도의 기술이나 자본 없이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하죠. 이번 주 소중에서는 이웃과 마을 그리고 지구를 살리는 적정기술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송상섭(오픈스튜디오)·중앙포토, 동행취재=권윤경(서울 세화여중 1) 학생기자·김보빈(인천 용현여중 2) 학생모델, 자료=경기도적정기술협의회,『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 세상을 바꾸는 희망의 기술』(살림)·『36.5도의 과학 기술 적정기술』(나눔과 기술)
 



적정기술이란
개발도상국의 소외된 계층이 일상적으로 겪는 경제적 빈곤과 질병, 에너지 소외 등 사회적 불평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인본주의적 관점의 기술을 말합니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은 1973년 영국의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가 쓴『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중간기술’이라는 개념으로 처음 소개되었어요. 첨단기술과 토속기술의 중간에 위치한다는 의미죠. 대규모 자본에 의한 대량생산제품과 달리 현지의 재료와 적은 자본, 비교적 간단한 기술을 활용하여 그 지역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소규모의 생산 활동을 지향하는 지역기술을 말합니다.
 
이와 같은 슈마허의 개념은 간디로부터 비롯되었는데요. 비폭력 무저항 운동의 창시자인 간디는 물레를 통한 전통적인 방식의 천 짜기를 통해 처음으로 적정기술의 상징적인 행동을 전 세계에 선보였죠. 적정기술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적당기술·중간기술·대안기술·생활기술·토착기술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적은 에너지와 다양한 자원을 사용하면서 지역의 지속적인 생산을 높이고 환경 변화와 위기, 재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써 널리 활용되고 있어요. 현대에 이르러 적정기술은 도시, 농촌, 생태 건축, 에너지, 환경 교육, 공예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여 누구나 개발자로서의 삶에 적용하며 따뜻한 가치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3세계를 돕는 원조기술로써 환경오염 및 파괴로 인한 어려움 또는 가난을 겪는 사람들의 생활을 돕는 인간적인 기술로 활용되고 있죠.
 
적정기술의 조건
적정기술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며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적정기술의 조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됩니다.  
 
1. 적은 비용으로 활용한다.  
2. 가능하면 현지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한다.  
3. 현지의 기술과 노동력을 활용하여 일자리를 창출한다.  
4. 제품의 크기는 적당해야 하고 사용방법은 간단해야 한다.  
5. 특정 분야의 지식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6. 지역 주민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7. 인력이나 대양에너지와 같은 자연에너지를 이용해야 한다.  
8. 사람들의 협동 작업을 이끌어 내며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해야 한다.  
9. 가까운 곳에서 구입할 수 있고 수리할 수 있어야 한다.  
10. 가족·공동체 관계 등 기존 문화를 대체하거나 파괴하지 않아야 한다.  
 


해외에서 쓰이는 적정기술 
Q 드럼은 도넛 모양의 플라스틱 용기에 끈을 달아서 어린이도 쉽게 50ℓ의 물을 길어 올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Q 드럼은 도넛 모양의 플라스틱 용기에 끈을 달아서 어린이도 쉽게 50ℓ의 물을 길어 올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아프리카 주민들이 물을 구하기 위해 무거운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하루에 수십 km를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개발된 Q 드럼이 있어요. 도넛 모양 용기에 끈을 달아서 어린이도 쉽게 50ℓ의 물을 길어 올 수 있도록 고안되었죠. Q 드럼을 쓰면 사람이 도구 없이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양의 5배가량을 옮길 수 있어요. 용기는 저밀도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져서 15년 이상 쓸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죠.
 
원통형 빨대 모양의 휴대용 정수기 라이프스트로는 물이 오염되어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위해 만들어졌다.

원통형 빨대 모양의 휴대용 정수기 라이프스트로는 물이 오염되어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위해 만들어졌다.

길이가 27cm인 원통형 빨대 모양의 휴대용 정수기 라이프스트로는 물이 오염되어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질·콜레라 등 물속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기생충의 99.9%를 걸러준다고 해요. 빨대처럼 빨아들이면 100마이크로미터(μm) 크기의 필터를 거쳐 큰 입자들의 이물질을 걸러내고, 다음으로 15μm 크기의 폴리에스터 필터를 거치며 대부분의 박테리아가 제거됩니다. 세 번째 단계로는 요오드 처리 이온교환성 수지를 통과하며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제거되고, 마지막으로 활성탄이 악취를 제거해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줍니다.  
 
큰 항아리 안에 작은 항아리를 넣은 뒤 그 틈을 모래로 채운 항아리 냉장고. 뜨거운 날씨에 고온으로 달궈진 모래에 차가운 물을 부으면, 증발하면서 항아리의 열을 빼앗아간다.

큰 항아리 안에 작은 항아리를 넣은 뒤 그 틈을 모래로 채운 항아리 냉장고. 뜨거운 날씨에 고온으로 달궈진 모래에 차가운 물을 부으면, 증발하면서 항아리의 열을 빼앗아간다.

전기 없이 저온을 유지하는 항아리 냉장고(Pot-in-Pot Cooler)도 인상적인데요. 큰 항아리 안에 작은 항아리를 넣은 뒤 그 틈을 모래로 채워 줍니다. 뜨거운 날씨에 고온으로 달궈진 모래에 차가운 물을 부으면, 증발하면서 항아리의 열을 빼앗아가죠. 물이 기체로 변하며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기화열’의 원리로 저온을 유지할 수 있는 거죠. 토마토의 경우 항아리 냉장고 없이 2~3일 정도 저장이 가능하지만 이 장치를 사용하면 21일 정도 저장이 가능하다고 해요. 신선한 과일을 장기간 보관해서 시장에 판매하면 도움이 되겠죠.
 
액체안경은 안경테 양옆에 액체를 주입할 수 있는 고무관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실리콘 오일이라는 액체를 넣고 작은 나사를 돌려 액체량을 조절하게 돼 있죠. 액체의 양이 많아지면 굴절률이 커져 도수가 높아지고 적어지면 도수가 낮아지는 원리예요. 안경이 비싸고 검안사가 부족해 안경을 사용하기 힘든 저개발국가의 실정에 맞춰 검안사 도움 없이 안경을 맞출 수 있게 했죠.  
 
우리나라에서 만난 적정기술
호미나 낫을 들고 앉아서 하던 밭일을 서서 편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농기구들에도 적정기술이 사용됐다.

호미나 낫을 들고 앉아서 하던 밭일을 서서 편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농기구들에도 적정기술이 사용됐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다 보니 현재 우리나라에서 적정기술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디지털 적정기술로 해결해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농촌 삶의 향상을 위한 대안으로도 떠오르고 있죠. 강신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박사는 “유기농업과 적정기술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초보 농부들이나 귀농인들이 기계화된 대형 농기구 사용은 어렵고, 전통적인 농기구로는 효율이 떨어지다 보니 적정기술을 활용한 많은 기술을 쓰고 있다고 해요.  
 
현장에는 목화솜을 다듬는 일부터 띠베틀로 직조물을 만드는 과정, 발물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현장에는 목화솜을 다듬는 일부터 띠베틀로 직조물을 만드는 과정, 발물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적정기술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2018 경기도 적정기술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김보빈 학생모델, 권윤경 학생기자가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경기도 일산호수공원 박람회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어요. 각 부스를 돌며 어떤 적정기술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죠. 먼저 농기구 체험 공간에 가보기로 했어요. 호미·낫을 들고 앉아서 하던 밭일을 서서 편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기구들이 인상적이었죠. 녹색커튼을 전시한 것도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박기홍 하늘나무 적당기술연구소 대표는 “열대성 작물 덩굴식물로 녹색커튼을 만들어 건물에 설치하면 더운 여름날 온도를 떨어뜨려 주는 기능을 합니다. 에너지도 절약되고 또 바깥 소음도 줄여주죠. 녹색커튼은 미세먼지도 흡수해줍니다”라고 설명했죠. 갓 수확한 목화솜을 다듬는 일부터 띠베틀로 직조물을 만드는 과정을 전시한 부스도 있었어요. 물레도 직접 돌려봤는데, 간디도 이렇게 앉아 물레를 돌렸을 거라 생각하니 신기했죠.  
 
김보빈 학생모델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 믹서기를 작동시켜 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

김보빈 학생모델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 믹서기를 작동시켜 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건 자전거 페달을 밟아 믹서기·세탁기·라디오 등을 작동시켜 보는 체험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와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아프리카나 제3세계에서는 이런 기술을 이용할 수도 있겠죠. 보빈 학생모델이 자전거에 올라 힘차게 페달을 밟으니 믹서기가 돌아갔습니다. “와~ 신기해요. 운동도 되겠어요.” 윤경 학생기자는 페달을 밟아 라디오를 작동시켜 보기로 했어요. “너무 힘들어요~” 처음엔 소리가 안 나더니 악을 쓰며 힘차게 페달을 돌리니 드디어 음악 소리가 나옵니다. 펌프·세탁기까지 모두 페달을 돌렸더니 꼭 마라톤을 한 것처럼 다리가 후들거렸죠. 
 
권윤경(왼쪽) 학생기자김보빈 학생모델이 창칼을 이용해 나무 숟가락을 다듬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 사람 동력을 활용한 적정기술의 방법이다.

권윤경(왼쪽) 학생기자김보빈 학생모델이 창칼을 이용해 나무 숟가락을 다듬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 사람 동력을 활용한 적정기술의 방법이다.

전기와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비전화공방에서 비전화 착유기와 비전화 수동 커피로스팅기를 볼 수 있었다.

전기와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비전화공방에서 비전화 착유기와 비전화 수동 커피로스팅기를 볼 수 있었다.

귀농귀촌·도시농업 적정기술관엔 닭장이 있었는데 실제 닭이 들어있어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부스 관계자에게 도시 안에서 닭을 키우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죠. “서울 혁신파크에 닭장을 설치하고 네 마리를 키웠어요. 스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매일 점심을 해 먹었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죠. 닭이 다 먹어주거든요. 다음 날엔 저희에게 달걀 선물도 주죠. 볏짚을 함께 넣어놓으면 먹지 않는 음식물 쓰레기와 닭 배설물까지 모두 섞여 질 좋은 퇴비로 변신해요.” 이동형 닭장은 도랑 사이를 지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질을 좋게 만들고 싶은 밭에 이 닭장을 놓으면 닭이 그 안에 잡초도 먹어주고 배설물도 누는 거죠. 또 좋은 퇴비가 생기는 거예요.” 옛날 방식으로 볏짚을 이용해 계란 꾸러미를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지금도 비닐이나 계란판이 없다면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계란을 쌀 수밖에 없겠죠. 처음 만들어 보는 거라 잠시 헤매기도 했지만 어느새 근사한 계란 꾸러미를 완성했어요. 적정기술 놀이터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볏짚 놀이터는 네모 모양으로 압축한 볏짚을 성처럼 차곡차곡 쌓아 올린 후 올라타고 뛰어놀 수 있게 만들었죠. 다양한 신체활동을 하며 활발하게 놀 수 있는 자유로운 놀이공간에서 소중 학생기자단도 미끄럼틀을 타며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거워했어요.
 
비닐이 없던 시절에는 볏짚을 이용해 계란 꾸러미를 만들어 사용했었다. 소중 학생기자단도 직접 만들어봤다.

비닐이 없던 시절에는 볏짚을 이용해 계란 꾸러미를 만들어 사용했었다. 소중 학생기자단도 직접 만들어봤다.

볏짚놀이터는 볏짚을 네모 모양으로 압축해 성처럼 차곡차곡 쌓아 올린 후 올라타고 뛰어 놀 수 있게 만든 놀이공간이다.

볏짚놀이터는 볏짚을 네모 모양으로 압축해 성처럼 차곡차곡 쌓아 올린 후 올라타고 뛰어 놀 수 있게 만든 놀이공간이다.

 

- 적정기술 필독서,『소녀, 적정기술을 탐하다』 저자 조승연 작가 인터뷰 -
 
‘함께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하자’
적정기술에 필요한 마음가짐이자 특징이죠 
2018 경기도 적정기술박람회에서는 부대행사 중 하나로 조승연 작가의 특별강연이 열렸다.

2018 경기도 적정기술박람회에서는 부대행사 중 하나로 조승연 작가의 특별강연이 열렸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소녀, 적정기술을 탐하다』의 조승연 작가를 만나 적정기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왼쪽부터 김보빈 학생모델·조승연 작가·권윤경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이 『소녀, 적정기술을 탐하다』의 조승연 작가를 만나 적정기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왼쪽부터 김보빈 학생모델·조승연 작가·권윤경 학생기자.

『소녀, 적정기술을 탐하다』 조승연 작가는 중학교 1학년 때 적정기술이라는 용어를 난생처음 접합니다. 세계의 90%가 기술에 소외된 채 불평등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그 대안인 따뜻한 기술, 적정기술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죠. 적정기술 관련 책 읽기, 교수님과 교류하기, 장애를 가진 친구를 위해 깔창 제작하기 등 적정기술을 탐구하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고1 재학 중『소녀, 적정기술을 탐하다』책을 냈어요. 적성기술에 대해 생각하면서 점점 꿈과 자신의 내면이 성장하는 과정이 솔직하게 담겼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조승연 작가를 만나 적정기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Q 적정기술을 처음 접한 중학교 때 얘기가 궁금합니다.
중학교 때 ‘과학기술인 멘토링’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포항공대에 계신 장수영 교수님, 카이스트를 비롯한 여러 연구소의 연구원·교수님·박사님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각자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중 장수영 교수님께서 적정기술에 대해 강연해 주셨죠. 구매력이 있는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던 기존의 기술이 이제는 누구를 바라보아야 하는지, 이제껏 기술을 누리지 못하던 사람에게 어떻게 기술의 혜택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 적정기술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Q 적정기술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 공부하고, 어떤 노력을 했나요.
처음엔 장수영 교수님께 메일로 이것저것 여쭤보기 시작하면서 이 분야가 어떤 것을 만들고,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는 분야인지 알음알음 익혀갔어요. 그 뒤에는 교수님께서 소개해 주신 동료 과학기술인 분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적정기술 행사들을 경험하면서 점점 경험치를 늘려 갔죠. 서울대에서 매년 열리는 ‘적정기술 국제컨퍼런스’ 같은 행사는 교수님들뿐만 아니라 해외 공대 대학생들, 산업 디자이너들, 사회적 기업 비즈니스인 등 적정기술에 관여하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원래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지만 이상하게 그런 행사장에서는 먼저 명함을 내밀면서 날 소개하고, 당신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해달라는 말을 잘할 수 있었어요. 배우고 싶은 열정에 나도 모르는 용기가 났었던 것 같아요.
 
Q 책을 보고 몽골에 가서 적정기술을 느끼고 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중학교 과학기술인 멘토링을 통해 알게 된 김찬중 박사님께서 몽골 현장 프로젝트에 4박 5일 가신다는 소식을 듣고, 들뜬 마음으로 연락을 드렸는데 생각보다 간단하게 허락하셨죠. 그렇게 교수님의 출장 스케줄에 맞추어 작은 수첩을 들고 몽골 이곳저곳을 열심히 따라다니는 4일을 보내게 되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수도 외곽에 자리 잡은 빈민촌에 갔던 일인데, 적정기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곳의 사람들을 만났지만 고유한 삶의 방식 안에 존재하는 그들만의 행복은 그 어떤 기술이나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던, 소중한 경험이었죠.
 
Q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 고교 입시에 도움이 되었다고 하던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적정기술 활동을 하면서 관심 분야가 구체화되는 것을 느꼈어요. 적정기술 공부를 하다가 접한 다양한 국제 보건 기구 자료를 통해서 ‘소외된 질병(neglected diseases)’이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고, 이에 관한 국제적인 관심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신이 나서 여기에 관련해 백신, 의약품 전달 경로, 기본적인 보건시스템 등을 더 공부하면서 해외 대학에 이러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대학원 과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아직 먼일이었지만 학문을 하게 될 때 내가 걸어나갈 로드맵을 그려 보게 되면서, 고등학교 지원 당시 나의 꿈을 좀 더 구체적으로 피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적정기술에 관심이 생긴다면 우선 진로와 연관시킬 수 있을지 고민될 것 같다는 학생들도 있어요.
저 또한 적정기술을 공부하면서 국제 보건이라는 분야를 알게 됐어요. 산업디자인에 관심이 생긴 친구들도 있고, 외국계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생긴 친구들도 있죠. 적정기술로 시작했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관심 분야를 각자 찾았죠. 적정기술을 ‘울타리’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안에 다양한 전문가와 지역들의 프로젝트가 있어요. 마음껏 알아보고 조사한 뒤에 내가 재미있는 것을 체크하면서 구체적인 것을 찾아 나갈 수 있는 울타리, 혹은 방향성으로 연관 지어 보는 게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Q 적정기술을 하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내가 이런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당신들을 도와주겠다’는 생색을 내는 마음이 아니라 ‘당신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겠다’며 눈높이를 함께하는 마음, 공감을 통해서 같이 한번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기술과 취지는 좋지만 직접 그 상황에 처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중요한 매뉴얼 중에 ‘최소 두 달은 그 지역에서 살아보라’는 항목이 있을 정도예요. 물론 모든 프로젝트가 이 과정을 거치진 못할 수도 있겠지만, 미리 가서 알아보지 못한다면 기술 개발 과정 도중이라도 그 기술을 사용하게 될 사람들과 충분히 대화하면서 니즈와 상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죠. 사실은 효율적이고 멋진 기술을 완성하는 것보다 배경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적정기술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Q 청소년들이 적정기술을 실천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가장 좋은 것은 친구들과 문제를 하나 정하고, 브레인스토밍을 해서, 간단한 것이라도 직접 만들어 보는 것 같아요. TED 강연 등에서 볼 수 있는 여러 흥미로운 적정기술 프로젝트를 접하며 공부해 보는 것도 좋죠. 적정기술 프로젝트를 하는 사회적 기업이나 대학생들이 있는 곳에 직접 견학을 요청한다던가 적극적으로 경험을 찾아보면 자신도 모르게 경험치가 쌓일 테니까요.   
 
Q 적정기술을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어려운 점은 크게 없었어요.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지도 않은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적정기술을 공부하면서 만난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잘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었던 많은 기회들을 놓치지 않도록 충고도 해 주셨죠.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껴요. 보람을 느끼는 것은 이런 경험을 강연을 통해 후배들과 나눌 때.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은 무게감으로 다가와요.  
 
Q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고,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생명과학과 3학년으로 바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어요.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실에 들어가 실험을 배우기도 하고, 대학원에 진학할지 말지 등을 열심히 고민 중이죠. 스스로 연구 주제를 정해 연구할 수 있는 역량을 먼저 기르고, 그를 바탕으로 소외된 질병, 소외된 지역의 의약품 전달 및 개발 프로젝트 등에 파견될 수 있는 전문가가 될 준비를 하는 과정으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어요. 특히 다국적 제약회사 같은 경우는 소위 ‘돈이 될 수 있는 질병’에 대한 약을 개발하기 때문에 정작 구매력이 없는 소외된 사람들의 질병은 제약회사 시장에서도, 연구 분야에서도 미루어지기 일쑤죠. 이러한 연구에 연구비를 투자받고, 사람들이 더욱 주목할 수 있도록 좋은 연구 성과를 내서, 더 많은 연구 인력이 소외된 질병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Q 소중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적정기술이 나의 꿈이라고 확신했던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적정기술을 공부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처럼, 모든 목표가 종착지가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루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다음 목표로 이를 수 있는, 다음 단계를 볼 수 있는 시각을 만들어 주는 것이란 사실을 느꼈어요. 다만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자신을 내던져 보는 것은 중요한 것 같아요. 여유와 용기 모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소녀, 적정기술을 탐하다』 조승연 작가

『소녀, 적정기술을 탐하다』 조승연 작가

 
 
 
 
 
『소녀, 적정기술을 탐하다』조승연 글, 190쪽, 뜨인돌출판사, 12000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소녀, 적정기술을 탐하다』책을 처음 접하고 적정기술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조승연 작가님이 출연하셨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도 시청했는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해내시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져 보였죠. 그런 분을 실제로 만나 인터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정말 꿈만 같았고,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부풀었어요. 또 박람회는 우리 또래들이 즐기기에 적합하게 재미있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적정기술을 직접 체험해보고 원리를 설명 듣는 등, “이런 것도 적정기술이구나!”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적정기술에 대한 확실한 개념과 필요성을 깨우칠 수 있었고, 처음에는 어렵게 다가왔던 적정 기술이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앞으로 이 기억을 잘 되살려 저도 조승연 작가님처럼 일상 생활에서 적정 기술을 발견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을 돕는 착한 기술을 체험하고, 적정 기술의 문턱에 발을 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신 조승연작가님을 만난 이 날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 김보빈(인천 용현여중 2) 학생모델
 
적정기술 박람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돋보였어요. 움직이는 닭장처럼 닭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고 닭의 배설물로 퇴비도 만들 수 있는 1석 2조의 발명품들을 보면서 친환경적이면서도 도움 되는 물품들이 다른 나라나 우리나라에서 직접 사용된다면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일 것 같았고요. 책이나 교과서 또는 강연에서만 보고 들을 수 있었던 적정기술을 몸소 체험해보며 적정기술과 더 친해질 수도 있었고요. 조승연 작가님과의 만남은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강연을 직접 들을 수도 있어 좋았지만 인터뷰 때가 최고였어요.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박람회에서 체험을 하면 스탬프를 모을 수 있었는데 스탬프를 다 모아 먹었던 고구마도 잊지 못할거예요.
- 권윤경(서울 세화여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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