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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과 버려진 건물 살리는 야모리(家守), 한국에도 필요한 이유는

밀레니얼에게 오늘의 도시는 너무 팍팍합니다. 그렇습니다. 1980~2000년에 태어나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소비집단인 밀레니얼 말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 건물주가 상권을 쥐고 흔드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ㆍ골목 문화가 자본에 쫓겨나는 현상)은 밀레니얼이 도시에서 자리잡을 틈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기능과 효율을 앞세워 성장한 도시는 새로운 일과 삶을 추구하는 밀레니얼과 계속 부딪힙니다.  
 
이런 도시를 밀레니얼이 꿈꾸는 도시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유하지 않아도 풍요로운,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일이 탄생하는 도시를 만들려는 시티체인저(City Changer)들입니다. ‘미래의 일’을 이야기하는 지식 플랫폼 폴인(fol:in)이 11월, 도시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한ㆍ일 시티체인저들을 만나보는 <시티체인저(City Changer) 2018: 밀레니얼의 도시> 컨퍼런스, 네번째 이야기입니다.  
 
④ 내가 사는 도시는 나 스스로 바꿔나간다
 
‘야모리(家守)’는 에도 시대에 지주의 집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단순한 임대주택 관리부터 임차인의 생활지원까지 마을의 다양한 잡무를 수행하는 직업이었다. 이런 야모리가 최근 일본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오래된 공업도시 후쿠오카의 기타큐슈에서 시작한 지역 산업 활성화 정책이 시작이었다.  
 
기타큐슈의 고민은 빈집이었다. 경제 황금기에 늘어난 베드타운 도시는, 거품이 꺼지며 버려진 건물로 바뀌었다. 기타큐슈 마을만들기 추진협의회는 ‘리노베이션 스쿨’을 세웠다. 리노베이션 스쿨에 참여한 사람들은 빈집을 어떻게 활용할 건지 아이디어를 내고, 건물 소유주가 이를 허락하면 사업이 시작된다. 학교는 실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사나흘 간 집중 제공한다.
 
재생 사업을 운영할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것이 ‘야모리 회사’다. 단순히 건물만 재생시키는 게 아니라 마을의 수요와 콘텐츠를 연계하는 게 핵심이다. 2013년 기타큐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0여곳에서 80건에 가까운 리노베이션 스쿨이 진행됐다. 
 
일본의 도시 재생 사업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에만 9만3000여채의 빈집이 있다. 경기도는 두배가 넘는 19만여채가 비어있다. 리노베이션 스쿨을 운영하는 회사 리노베링이 최근 한국에 지사를 내고 한국 상황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리노베링 한국의 이승민 대표는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회사를 차려 운영하면서 마을에 애착이 생긴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승민 리노베링 한국 대표는 "빈집이 늘어가는 한국도 지역과 연계한 도시 재생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사진 리노베링 한국]

이승민 리노베링 한국 대표는 "빈집이 늘어가는 한국도 지역과 연계한 도시 재생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사진 리노베링 한국]

 
리노베링은 어떤 회사인가.  
리노베링의 비전은 ‘살기 좋은 지역’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는 도시 공간’에 있다. 이런 도시를 만들기 위해 지원하는 회사라고 보면 된다. 리노베이션 스쿨을 통해 도시 재생 사업의 디자인과 운영을 돕는다.  
 
리노베이션 스쿨은 주로 어떻게 시작되나.  
민간 대상 수업도 하지만, 우리의 클라이언트는 주로 행정가다. 시가지 활성화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많다. 예를 들면 일본 작은 도시의 상점가에 빈집이 많은 걸 해결하고 싶어 찾아온다. 우리는 이곳에 리노베이션 스쿨이 ‘정말’ 필요한지부터 이야기한다. 지자체는 도시를 경영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재정이나 줄어드는 인구 수를 문제로 삼는다. 하지만 적은 수의 인구로도 행복하게 유지되는 산업도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을 벌일 사람이 있는지, 활용할 자원이 있는지다. 산이 많으면 산림 자원이 될 것이고, 바닷가라든가 빈집도 자원이 된다. 자원이나 콘텐트가 보이면 ‘이 지역엔 이런 관점으로 이런 산업을 키우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그 가설을 토대로 리노베이션 스쿨을 운영한다..  
 
일본 와카야마시에서 열린 리노베이션 스쿨이 만든 음식점. 농원을 운영하던 수강생이 지역산 야채를 사용한 음식점을 원도심에 열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 리노베링 한국]

일본 와카야마시에서 열린 리노베이션 스쿨이 만든 음식점. 농원을 운영하던 수강생이 지역산 야채를 사용한 음식점을 원도심에 열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 리노베링 한국]

 
리노베링이 기존의 도시 재생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도 처음에는 개발 회사를 통해 지역 개발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혁신이 어렵고, 정부 보조금에 의지하거나 단순한 건축적인 개발만 이뤄지고, 지역이 활성화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이런 점이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것 같다. 우리의 키워드는 ‘리-이노베이션(re innovation)’이다. 리폼은 형태를 바꾸는 것이지만, 리이노베이션은 다시 한 번 혁신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물리적인 것보다 콘텐트가 중요하고, 콘텐트는 결국 사람이다. 사람에 따라 역할도 다르다. 젊은 사람은 지역에 신용이 없거나 인맥이 부족하고, 나이든 분은 신용도 인맥도 있지만, 새로운 방법을 모를 수 있다. 우린 각자에 맞는 역할을 전달할 수 있게 노력한다.
 
보조금에 의존하던 도시 재생이 이런 움직임으로 이어진 배경이 있을까.
2000년 초반,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정부와 민간 개발사가 함께 진행한 도쿄의 롯폰기힐즈가 개관했다. 오피스와 주거가 결합된 형태로 재구성했는데, 이를 보고 도쿄 인근 지역 중소 규모의 오피스들이 준비를 시작했다. 그때 공간의 콘텐트를 구성한 신흥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등장했다. 빈집이나 오래된 공간을 민간 기업과 시민이 합쳐서 새롭게 만들어내는 도쿄 R부동산이나 디자인에서 컨설팅까지 모두 하는 블루스튜디오 같은 곳이 이 무렵 등장했다. 도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자기들끼리 모여 재미있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부동산이나 건축에 치우쳐 있던 도시 재생이 지역의 사람과 합쳐지는 효과가 났다. 이런 일들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리노베이션 스쿨로 이어졌다고 본다.
 
일본 와카야마성 해자 주변 건물을 '와카야마산 사케 바'로 재생한 사례. 리노베이션 스쿨을 통해 참가자들과 함께 가게를 리노베이션 했다. [사진 리노베링 한국]

일본 와카야마성 해자 주변 건물을 '와카야마산 사케 바'로 재생한 사례. 리노베이션 스쿨을 통해 참가자들과 함께 가게를 리노베이션 했다. [사진 리노베링 한국]

 
리노베이션 스쿨이 처음 열린 곳은 어디인가.
기타큐슈 오오마치의 쇼핑몰 재생 사업이 단초가 됐다. 리노베링의 시마다 요헤이 대표가 원래 이 지역 출신의 건축가인데, 자신의 부모를 통해 낙후된 쇼핑몰 건물을 새롭게 바꿔달란 의뢰를 받았다. 시마다 대표는 단순히 건물을 고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공유 사무실(코워킹 스페이스)을 만들겠다고 구상한 뒤 그 안에서 활동할 사람을 찾아나섰다. 부모와 자신의 인맥, 그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역에서 활동할 크레이이터를 물색하고 그들의 요구를 들었다. 이렇게 작은 소점포로 이뤄진 ‘공유 작업실(셰어 아틀리에)’이 탄생했고, 누군가는 잘되서 다른 곳으로 독립도 하고 도쿄로 진출도 했다. 공간이 지역 사업가와 커뮤니티를 키운 것이다. 시마다 대표의 첫 작업인데, 시마다 대표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건물주 셋이 야모리 회사를 만들어서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리노베이션 스쿨을 이곳에서 처음 시작했다.  
 
결국 마을에 기반을 둔 사람들이 야모리 회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혼자 하지 말고,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들끼리 팀을 구성하라고 말한다. 얼핏 창업을 권장하는 것 같지만 사실 부업을 권장하는 것에 가깝다. 해보고 잘 되면 본업으로 바꿔도 되니까. 우린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 대한 조언을 준다. 
 
도시는 과부하다. 이곳에서 밀레니얼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예전엔 도쿄에 가서 출세하겠다는 젊은이가 많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엔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리노베이션 스쿨에도 이런 사람이 꽤 있다. 관통하는 맥락은 삶의 DIY다. ‘내가 원하는 삶은 내가 만든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없는 지역에 가서 리노베이션 스쿨을 하고 돌아오면, 우리끼리 이런 말을 한다. ‘아 내가 좋아하는 지역이 또 하나 생겼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만나러 또 그 지역을 찾는다. 이런 식으로 사람의 감정과 의식을 바꾸는 것이 바로 리노베이션 스쿨의 핵심이다.
 
이승민 리노베링 한국 대표는 26일 서울 을지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크레아에서 열리는 폴인(fol:in)의 컨퍼런스 <시티체인저 2018: 밀레니얼의 도시>에서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도시재생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을 계획이다.  
 
<시티체인저 2018: 밀레니얼의 도시>에는 홍익대 건축대학 유현준 교수를 시작으로 포틀랜드 전문가로 불리는 일본 매거진 ‘MEZZANINE’ 스이타 료헤이 편집장, 사무실과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실험을 벌이는 ‘로컬스티치’의 김수민 대표, ‘무지호텔’ 베이징점과 긴자점을 기획한 일본 UDS 나카가와 케이분 사장, 소셜 아파트먼트 t‘able의 브랜딩을 맡은 최소현 퍼셉션 대표가 참여한다. 티켓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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