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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영의 일본 속으로] 이민을 이민이라 부르지 못하고 … 아베의 보수층 딜레마

지난 9일 도쿄 치요다(千代田)구 나가타쵸(永田町) 총리관저 앞. 평소 “아베 퇴진”을 외치는 시민단체들이 차지하는 자리를 이날은 친 정권 성향의 우익단체 ‘힘내라 일본-전국행동위원회’가 점령하고 있었다. 
 

“일손 달려 기업 도산” 재계 요구에
일 정부, 5년간 34만 명 수용 계획
우익단체들 나서 “이민 정책 반대”
아베 총리 “절대 이민정책 아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회원들 30여명이 대형 일장기를 들고 모여들었다. 플래카드엔 “이민정책 절대 반대”가 굵은 글씨로 쓰여있었다.
 
평소 아베 지지 우익단체, 관저 앞에서"이민 정책 반대" 집회
 
지난 9일 도쿄 치요다구 나가타쵸 총리 관저 앞에서 우익단체인 '힘내라 일본-전국행동위원회' 회원들이 아베 정부의 외국인노동자 수용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지난 9일 도쿄 치요다구 나가타쵸 총리 관저 앞에서 우익단체인 '힘내라 일본-전국행동위원회' 회원들이 아베 정부의 외국인노동자 수용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평범한 5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나는 아베 총리의 지지자이지만, 이민 정책만큼은 찬성할 수 없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아베 총리가 밖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나라라고 하면서, 우리한테는 절대 이민정책이 아니라고 한다. 신념이 있으면 당당히 국민을 설득하라”고 외쳤다. 이 여성은 "그렇지 않으면 정권 유지가 안될 것"이라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외국인에 대한 반감도 여과없이 드러냈다. 또 다른 남성은 “영주권자는 외국인인데도 흉악범죄를 저질러도 강제 퇴거할 수 없다.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외국인이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일본인과 똑같이 받는게 말이 되냐”라고 소리쳤다. 
 
주변에서 “옳소”라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나왔다.
 
지난 9일 도쿄 치요다구 나가타쵸 총리 관저 앞에서 우익단체인 '힘내라 일본-전국행동위원회' 회원들이 아베 정부의 외국인노동자 수용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지난 9일 도쿄 치요다구 나가타쵸 총리 관저 앞에서 우익단체인 '힘내라 일본-전국행동위원회' 회원들이 아베 정부의 외국인노동자 수용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일본 정부는 최근 심각한 일손 부족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 수용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향후 5년간 최대 34만명의 외국인을 받아들이겠다는 게 골자다. 외식업, 숙박업, 건설업, 어업, 농업 등 특히 일손이 부족한 14개 업종이 대상이다.
  
지난 2일 각의를 열어 ‘특정기능 1,2호’라는 새로운 재류 자격 신설을 골자로 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가운데 특정기능 2호는 가족 동반도 가능하고 재류기간에 제한을 없앴다. 즉 본인이 원할 경우 일본에서 계속 살 수 있는 사실상 ‘영주권’을 부여하는 셈이다.
 
日 정부, 14개 업종 5년간 최대 34만명 수용키로
 
그러나 일손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외국인 수용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배타성은 곧바로 드러났다. 지난 12일 지지통신 여론조사에서 “지역에서 인구가 줄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는 비율은 56.4%였다. 그럼에도 해결책으로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14.6%에 그쳤다.
 
여당 내에서도 “업종이나 수용 규모를 미리 설정해야 한다”, “받아들일 태세가 안됐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자민당 아오야마 시게하루(青山繁晴)의원은 “인구감소, 저출산 대책은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면서, 사람이 없으니까 외국인으로 채운다는 게 창피하지 않냐”며 정부를 비난했다. 평소 아베 정권을 지지했던 우익단체에선 알레르기성 반응마저 보였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아베 정권도 이를 예상하지 못한 게 아니다. 그동안 외국에서 일손을 수입하는 정책은 되도록 거리를 둬왔던 이유다. 그러나 아베 정권 중요한 지지기반인 경제계에서 “이대론 안된다”라는 요구가 폭발 직전이었다. 기업에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 ‘일손부족 도산’이 올 1월~9월까지 299건이나 발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을 정도다. 
 
내년 6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성과를 내고 싶었던 아베 총리는 당장 내년 4월 ‘새 입국관리법’ 시행을 서둘렀다.
 
그러나 ‘이민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 보수층을 의식한 나머지, 외국인 노동자 확대 정책은 산으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일손부족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선 고령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는 케이스를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은 도쿄의 한 제조업 공장. 윤설영 특파원

일손부족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선 고령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는 케이스를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은 도쿄의 한 제조업 공장. 윤설영 특파원

 
'이민 정책' 민감한 보수층 때문에 외국인 정책 '브레이크'
 
정책의 핵심이었던 영주권 부여 기준부터 흔들리고 있다. 각의에서 논의된 법안에선 외국인 노동자가 ‘특정기능 1호’를 획득해 10년이상 체류하면 영주권 신청 자격이 생기는데, 법무성 가이드라인에선 이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재류기간에 제한이 없는 ‘특정기능 2호’는 14개 업종 중 건설업, 조선업으로 한정했다.
 
의료보험 혜택은 역행했다. 현재는 외국인 노동자가 건강보험에 가입하면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도 부양가족으로 지정해 일본에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후생연금도 배우자 몫은 배우자가 일본에 살고 있는 경우로만 제한하기로 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야마시타 다카시(山下貴司)법무상은 5일 국회에 출석해 “외국인 재류 허가를 낼 때, 소행이 불량하지 않은지, 독립된 생계를 꾸려갈 자산이나 기능을 갖고 있는지, 사회보험료 등 납세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등을 살피겠다”며 깐깐한 잣대를 들이댔다.
 
그러자 이번엔 “이래가지고 외국인들이 일본에 일하러 오고 싶어하겠냐”는 경제계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안그래도 열악한 처우를 못 견디고 일터를 벗어난 기능실습생이 7000명이 넘는다. 약속한대로 임금을 주지 않거나 기술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경우다. 이러다가 한국 등 다른 나라로 일손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걱정도 깔려있다. 
 
"절대 이민정책 아니다"라는 아베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0일 중의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0일 중의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아베 총리는 절대 ‘이민 정책’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밝힌 정책 골자에도 “이민정책과는 다르다”는 문구를 굳이 첨가했다.
 
그러나 학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지난해 연말 기준 일본 내 외국인은 256만명을 넘어섰다. 교토부(京都府) 인구(약 259만1000명)에 필적하는 규모다. 증가세도 가팔라서 작년 한해 동안 18만명, 7.5%가 늘었다. 이미 이민사회로 접어들었다고 보는 견해가 강하다.
 
스즈키 에리코(鈴木江里子) 고쿠시칸(国士舘)대학 교수는 “이민사회라는 표현을 받아들이고, 일본에서 자라고 배우고 일하고 늙어가는 일본인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아베 총리는 서있는 것이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숙박업 25명 중 1명은 외국인..."이미 이민사회"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15세~64세의 생산연령 인구는 2017년 10월 1일 기준으로 7596만2000명이다. 이 수치가 2040년에는 약 20%가 줄어들어 6000만명 이하로 떨어진다.
 
일손부족으로 도산하는 기업은 올해 400개사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도쿄의 태양광발전시스템 설계ㆍ설치 회사인 ‘JUN테크니컬’은 공사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일할 사람이 없어 결국 2억3000만엔의 빚을 지고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상품개발이나 서비스 기획보다도, 일손부족으로 인한 물류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부족한 일손은 그동안 기능실습생과 유학생이 메워왔다. 약 23만명이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이 38만6000명으로 가장 많고, 서비스업 19만명, 도소매업 16만6000만명 등이 뒤를 잇는다. 최근 5년새 건설업에서 차지하는 외국인의 비율은 4.3배나 늘었다. 90명 중 1명 꼴로 외국인이다. 숙박ㆍ식음 서비스업은 25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로손 등 3대 편의점 회사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5만명을 넘었다. 전국 약 2000개 점포를 갖고 있는 규동 체인점 ‘스키야’는 종업원의 약 10%인 4000여명이 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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