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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권력이 시장 흔들면 자본이 떠난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증권선물위의 결론은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6개월 전 내린 것과 동일하다. 그는 국회의원 때 위법·부도덕성 논란으로 금감원장 취임 3주 만에 불명예 퇴진한 뒤인 5월 17일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썼다.
 

김기식 “삼바 결론 재임 중 내렸다”
삼성을 이렇게까지 옥죄어야 하나

“증선위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결국 다 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 재임 기간 중 결론을 내린 사안입니다만… 국민의 관심이 큰 힘이 될 것이다.”
 
참여연대 출신들이 권력 요직에 포진한 정권에서 ‘미스터 참여연대’(참여연대 사무처장이었던 김기식의 별명)가 대못 박듯이 말한 내용이다. 삼바는 김기식의 ‘고의적 분식회계 결론’에 거짓말처럼 갇혀 버렸다.
 
권력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힘이다. 우연인지 몰라도 6개월 전 김기식의 결론이 오늘날 현실로 나타나니 더 실감 난다. 사람들은 스모킹건이네 뭐네 하면서 새로 드러난 삼바의 내부 문건이 결정타라는 평론들을 하는데 글쎄다. 문건의 진실성과 증거능력, 내용의 위법성은 법정에서 다툴 일이어서 뭐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이 묘한 문건이 회사 안에서 정권 쪽으로 넘겨지는 시점이 김기식 금감원장 때였는지, 후임 원장 때인지 알고 싶다. 전달 과정과 방식도 궁금하다.
 
참여연대 권력이 들어서기 전, 금감원은 정반대 입장이었다. 금감원은 삼일·안진·삼정의 ‘분식회계 없음’ 의견을 수용했다.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자 보도자료뿐 아니라 금감원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문제 없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그때 금감원의 평가는 시장이 수치로 뒷받침했다. 코스피 상장 첫날 14만8000원(2016년 11월 10일)이었던 삼바 주가는 1년 반 뒤 김기식 금감원장 시절 58만4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상장 때 9조500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거래중지가 내려지던 지난주 22조원이었다. 지금의 금감원이 삼바가 상장 전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 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부풀렸다고 고발했는데 상장 이후 시장 가치가 오히려 12조5000억원이 늘었으니 과연 분식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삼바는 코스피 시장의 가장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반도체, 스마트폰에 이어 바이오는 제3의 일자리·먹거리로 부상했다. 삼바는 바이오의 신데렐라였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반년 만에 무참하게 벗겨진다. 참여연대 권력의 집요한 공격을 받아 재투성이 소녀로 전락했다. 개미들은 패닉에 빠졌다. 더 무서운 건 다른 데 있다. 시장의 시스템과 법적 안정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불안감이다. 불안감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권력이 바뀌었다고 시장의 규칙과 회사 운명이 달라지는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계속하기는 어렵다. 시장의 노련한 관찰자들은 특정 회사의 부침이나 요동치는 주가보다 자본 탈출(capital flight)의 가능성을 염려한다. 현재 외국인이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에 투자한 돈은 630조원. 이 중 한 우량 자본이 비즈니스 환경의 법적 안정성을 문제 삼아 이탈하기 시작하면 연쇄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의 타깃이 삼바가 아니라 삼성 자체라는 점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김기식은 11월 15일 페북에서 승자의 자신감이 밴 어투로 이렇게 썼다.
 
“큰 산을 하나 넘었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삼성물산에 대한 특별감리 불가피….”
 
금융당국이나 검찰에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하려는 것일까. 도대체 참여연대 권력은 삼성을 끝까지 손봐 어떻게 만들고 싶어 하는 걸까. 시중엔 정권이 뜯어먹기 좋은 포스코나 KT처럼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떠돈 지 오래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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