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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vs남혐 논란 이어 힙합으로 번진 '페미니즘' 디스전

 이수역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남혐(남성혐오) 대 여혐(여성혐오)’ 논란이 힙합 디스전으로 번졌다. 가장 먼저 뛰어든 것은 래퍼 산이(33). 그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수역 폭행 사건 관련 영상을 게재했다. 남녀 쌍방폭행으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성들이 욕설하는 장면이 부각된 영상을 게재해 그 의도에 대한 반응이 분분했다. 이튿날 산이는 유튜브를 통해 신곡 ‘페미니스트’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불을 붙였다.    
래퍼 산이. [사진 브랜뉴뮤직]

래퍼 산이. [사진 브랜뉴뮤직]

산이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다. 혐오가 불씨가 되어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한다”고 이 곡의 제작 배경을 밝혔지만 랩에서는 “지금의 너가 뭘 그리 불공평하게 자랐는데/ 넌 또 OECD 국가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구 저쩌구/ fucking fake fact”라며 여성을 겨냥했다. 또 “나도 할말 많아 남자도/ 유교사상 가부장제 엄연한 피해자야”라고 특정 성별에 대해 가해자 혹은 피해자 프레임을 씌우기도 했다.  
 
이에 래퍼 제리케이(34)와 슬릭(27)은 각각 17일 ‘노 유 아 낫(NO YOU ARE NOT)’과 18일 ‘이퀄리스트(EQUALIST)’를 잇따라 유튜브에 공개하며 디스전에 나섰다. ‘디스리스펙트(Disrespect)’의 줄임말인 ‘디스’는 노래를 통해 상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힙합 문화의 일종이다. 두 사람은 데이즈얼라이브 소속으로 평소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며 한국 힙합의 혐오 논란을 비판하고 자정작용을 이끄는 데 앞장서 왔다.  
제리케이&리코, 슬릭&던말릭으로 진행한 데이즈얼라이브 프로젝트. [사진 데이즈얼라이브]

제리케이&리코, 슬릭&던말릭으로 진행한 데이즈얼라이브 프로젝트. [사진 데이즈얼라이브]

제리케이는 ‘노 유 아 낫’에서 산이가 부른 ‘페미니스트’를 향해 “맞는 말 딱 한 개 가부장제의 피해자/ 것도 참 딱한 게 그걸 만든 것도 남잔데/ 당연 그 아래서 님도 모르게 꿀 빤 게/ 한두 갤 거 같애?”라고 묻는다. 이어 “같이 타파하자 가부장제 뭘 망설여/ 36.7% 임금격차 토막 내/ 그럼 님이 원하는 대로 언제든 돈 반반 내”라고 제안한다.  
슬릭은 ‘이퀄리스트’를 통해 한층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한 오백만년 전에 하던 소릴 하네/ 자기 할머니가 들으셨을 소릴 하네”라며 산이의 발언이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고, '페미니스트'의 가사를 인용해 “니가 바라는 거/ 여자도 군대 가기 데이트할 때 더치페이 하기”라고 맞받아치며 “내가 바라는 것/ 죽이지 않기/ 강간하지 않기/ 폭행하지 않기”라고 응수했다.   
산이는 18일 ‘6.9㎝’를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제목의 ‘6.9㎝’는 남성혐오 사이트에서 남성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산이는 “기회주의자 새끼 일시적 인기 얻기/ 위해 열심히 트윗질 채굴 페미코인”이라고 제리케이를 비난하는 한편 “어찌 그 노래가 혐오를 부추겨 이해력 딸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화자로 등장한 남자의 겉과 속 다른/ 위선과 모순 또 지금껏 억눌린 여성에 관한 내용”이라는 항변이다. 산이는 이번 논란으로 17일 예정된 패션 브랜드 행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번 디스전은 제리케이가 같은 날 트위터에 “대응할 노래 안 만든다. 행사 잘려서 화난 건 회사한테 화내시길”이라고 올리며 일단락이 지어지는 모양새다. 제리케이는 “피해자 탓하지 않기/ 시스템을 탓하라면서 시스템 밖으로 추방하지 않기”라는 슬릭의 ‘이퀄리스트’ 가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이수역 폭행 사건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남혐·여혐 논란은 수시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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