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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당이익을 넘을 수 없다…규제당국은 이럴때 움직인다

1%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치자. 정부가 지원금을 대고 창업을 독려한다. 1만개의 스타트업이 도전한다면 이론상 100개가 적자생존한다. 여기서 2차 생존경쟁이 벌어져 살아남는 기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비상장기업)이 되는 것이다.
 
중국 부호연구소 후룬(湖潤)에 따르면 중국 유니콘은 총 162개다. 2018년 상반기에만 52개가 이 대열에 들어섰다.  
 
그렇다면 중국 혁신의 본질은 무엇일까?
2018년 11월 14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차이나챌린저스데이에서 이필상 미래에셋 홍콩리서치본부장이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차이나랩]

2018년 11월 14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차이나챌린저스데이에서 이필상 미래에셋 홍콩리서치본부장이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차이나랩]

2018년 11월 14일 선전에서 열린 차이나챌린저스데이 2부 발제자로 나선 이필상 미래에셋 아시아(홍콩)리서치 본부장은 중국 혁신, 특히 선전의 혁신 비결로 정부의 집요한 육성책과 인적 자원의 방대한 규모와 질적 깊이를 꼽았다.  
 
“대학입시에서 공대와 경영ㆍ법대가 인기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연봉이 직업군 가운데 가장 높다. 엔지니어가 대접받는다. 정부는 산업 분야별로 기업을 경쟁시켜 챔피언을 육성한다. 2020년까지 GDP의 2.5%를 연구개발에 투입할 정도로 투자에 적극적이다. ”  
 
요컨대 민간의 거대한 창업붐에 정책지원을 얹어 더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중국의 혁신 기업 탄생 비결인 것이다. 정부의 지원은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출처 바이두 바이커]

[출처 바이두 바이커]

첫째,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시장을 만들고 키운다.  
태양광과 전기차 산업이 대표적이다. 태양광의 경우 설치자에게 보조금을 준다. 전기차의 경우 수혜감이 더 크다. 중국에선 차량 번호를 경매를 통해 구매한다. 낙찰률이 1%에 불과해 웃돈을 주고 거래가 된다. 반면 전기차는 차량 구매와 함께 번호판을 즉시 지급한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급팽창하는 정책적 배경이다.  
 
둘째, 전기차 배터리처럼 정부의 인증을 받은 제품만 보조금을 지급해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배제시킨다. 광둥성 정부는 로봇의 질적 우수성이 확보된 경우 보조금을 줘 경쟁을 자극한다.  
“중국의 산업육성 정책을 관찰하다보면 혀를 내두를 때가 있다. 그냥 무턱대고 지원하는 게 아니다. 단계가 있다. 우선 하겠다고 뛰어든 기업은 모두 지원해준다. 산업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 구조조정을 유도해 소수의 경쟁력 있는 기업만 시장에 남기는 정책 기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의 설명이다.  
 
셋째, 보조금 지급을 넘어 정부가 투자 일부를 담당하는 경우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LED 산업은 정부가 초기 투자비를 대고 설비가 정상화되면 기업에 이전시켜 준다. 심판이 볼을 드리블해 골문 앞까지 센터링해준 뒤 뒤로 빠지는 셈이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선전의 혁신 기업은 이렇게 풍부한 인적자원과 정부의 지원을 업고 혁신 스토리를 써왔다.  
 
대표주자가 선전의 화웨이다. 화웨이는 5G통신장비의 세계 1위다. 핸드폰도 잘 만든다.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판매량 2위에 올라섰다. 중국 내 서버장비 점유율 1위다. 1990년대 라우터를 만들어 지방 소도시에나 팔더던 조립생산 공장이 어떻게 이렇게 컸을까. 화웨이의 혁신 비결은 뭘까. 이 본부장의 얘기다.  
 
화웨이가 왜 이렇게 잘 할까. 통신장비를 만들다가 반도체칩을 설계하고 스마트폰을 만든다. 사업간 연계성을 잘 살려 기업을 키웠다. 중국식 혁신이라고 생각되는데 화려한 뭐가 있었던 것은 없었다. 구멍을 찾아 점진적으로 개혁하고 위기의식을 키워 도전에 대응했다. 매출은 삼성보다 작지만 삼성 수준으로 R&D투자를 했다. 
 
마오쩌둥처럼 농촌으로 도시를 포위하듯 에릭슨 등 글로벌 최강자가 차지한 대도시를 피해 지방의 소도시를 기반으로 판매망을 구축했다. 치밀한 애프터서비스로 점유율을 넓혀가 결국 중국에서 경쟁자를 밀어냈다. 이게 화웨이의 성공 방정식이었다. 
 
부족한 기술력의 약점을 치열한 내부 실적 경쟁과 냉정한 평가 시스템 등 중국식 실용주의로 돌파했다. 지방 도시를 공략하고 바로 대도시에서 거인과 싸우지 않았다. 아프리카ㆍ서남아시아 등 화웨이의 가성비가 크게 먹히는 작은 시장부터 차근차근 뚫고 들어갔다. 중국 정부도 차관을 지원하면서 장비를 화웨이로 쓰도록 대놓고 밀어줬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샤오미도 빼놓을 수 없는 혁신 사례다. 이 본부장의 정리를 간략히 소개한다.  
 
샤오미의 성공은 비즈니스 모델자체가 혁신 사례다. 아이폰을 만들던 홍하이를 이용했다. 하드웨어 판매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 돈을 벌었다. 애플과 같은 모델이다. 창업자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기본적으로 사용자 입장에서 만드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익을 앱스토어에서 얻는다. 디바이스를 한번 팔고 꾸준히 소프트웨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온라인 유통이 주력이기 때문에 경쟁사에 비해 비용이 반밖에 안든다. 한국에선 이걸 왜 못했나 반문하게 된다.
 
혁신기업의 앞날에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엔 존재감이 없다가 느닷없이 나타나 철권을 휘두르는 규제당국. 이 규제당국이 주무르는 독특한 비즈니스 환경 때문이다.    
 
사례 세 가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운 소액대출자들을 파고든 P2P 금융이 2017년부터 규제의 그물에 걸리면서 연쇄 도산하고 있다.    
 
이미 허가돼 시장에 나온 텐센트의 게임에 대해 온라인 서비스 허가를 회수하는 돌출 규제를 비롯해 온라인 게임 총량을 규제하고 미성년자 게임시간 제한으로 확대되고 있다.    
 
알리페이 등 모바일 제3자결제시스템 시장이 급팽창하자 규제를 가동해 인민은행이 참여하는 준정비 기구를 통한 결제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필상 미래에셋 홍콩법인 리서치 본부장이 선전의 혁신성장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차이나랩]

이필상 미래에셋 홍콩법인 리서치 본부장이 선전의 혁신성장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차이나랩]

현지의 시장 관찰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정준규 선전 코트라관장 얘기다. “중국은 성문화된 규제가 없어도 도도한 흐름 속에 규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한다. 행정규제를 하고 싶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행정국가다. 민영 사이드가 너무 커지거나 국가 이익과 충돌하는 지점이 생길 수 있다고 보면 어김없이 규제가 나타난다. 법과 관계없이 행정권한 내에서 얼마든지 규제를 가동한다.”  
 
때문에 위기의 해법도 규제를 관리할 수 있는 기민한 현지 파트너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협력 관계에서 찾는다.    
 
이필상 본부장은 “중국 경제의 어려움은 신뢰에서 출발한다. 정부가 반기업정책을 펴면서 이런 현상이 생기고 있다. 텐센트 규제만 해도 그렇다. 명분은 청소년 게임 중독방지와 시력 보호다. 중산층 부모들은 반색한다. 하지만 게임산업은 얼마나 황당하겠나. 시장이 결정하게 해줄 것을 믿고 사업을 벌여왔는데 도덕적 결정이 시장의 판단을 압도한다. 친대중정책과 반기업정책이 맞물리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시진핑 2기를 맞아 가속화되는 정풍 분위기 속에서 기치로 내건 당건설이 배경이다. 기업의 초과이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당건설이라는 노선으로 수렴되면서 시장과 균형을 잘 맞춰왔던 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민영 사이드가 위축돼 있는데 거시 경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때 맞는 위기감은 차원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였다.  
 
시장은 당이익을 넘을 수 없다.
전대미문의 미ㆍ중 패권전쟁 와중에 중국공산당은 내부 고삐를 잡아채고 당중심으로 뭉쳐 위기를 건너가겠다는 의사를 이렇게 표출하는 것 같아 하는 말이다.  
 
 
선전=차이나랩 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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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