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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의 끝판왕' 수소차, 미세먼지도 99.9% 거른다

생태학(Eco-logy)과 경제학(Eco-nomics)이 같은 어원(Eco)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에코(Eco)는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에서 온 단어로 ‘집’을 뜻합니다. 이제는 우리의 집인 지구를 지키는 일이 인간이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생존의 문제가 됐습니다. [천권필의 에코노믹스]는 자연이 가진 경제적 가치를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수소차 충전소인 서울 마포구 상암수소스테이션에서 충전소 관리자가 수소 연료 주입기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소차 충전소인 서울 마포구 상암수소스테이션에서 충전소 관리자가 수소 연료 주입기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8일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클린 디젤’ 정책을 공식 폐기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지난 10년간 저공해 경유차에 주던 각종 혜택을 없애겠다는 것이죠.

 
이로써 2000년대 이후 시장 점유율을 무섭게 끌어올리면서 인기를 끌었던 경유차는 퇴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는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합니다. 미세먼지가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죠.
 
그리고 사라지는 경유차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차가 있습니다. 바로 ‘친환경차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수소차입니다.
 
수소차 가격 낮추고 수소버스도 운행
울산시 동구 대왕암공원에서 전국 최초로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된 수소전기버스에 시민이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시 동구 대왕암공원에서 전국 최초로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된 수소전기버스에 시민이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수소차는 비싼 가격과 충전소 등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빠르게 성장해 온 전기차와 달리 시장에서 찬밥 대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수소차의 친환경적인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했습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2022년까지 수소차 1만5000대와 수소충전소 310개소를 전국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수소 승용차 가격을 7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수준으로 낮추고, 충전소 설치비의 50%(1기당 최대 15억 원)도 보조하기로 했습니다.  
 
내년 봄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개 지역에서 수소 시내버스가 시범 운행됩니다. 경유로 운행되는 경찰버스를 수소버스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이제 수소차와 버스를 거리에서 쉽게 보거나 탈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동식 공기청정기…미세먼지 99.9% 걸러내 
토요타 수소차 미라이. [사진 토요타]

토요타 수소차 미라이. [사진 토요타]

수소차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수소 탱크에서 공급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듭니다. 여기서 발생한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수소전기차로도 불립니다.
 
수소차의 가장 큰 장점은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소(H2)와 산소(O2)가 결합하기 때문에 물(H20)만 발생합니다. 
 
수소차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역할까지 합니다.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전기를 얻는 데 필요한 산소를 제외하고 다른 건 걸러냅니다. 여기서 미세먼지도 같이 걸러집니다. 차가 움직이는 공기청정기가 되는 셈이죠.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 현대차]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 현대차]

현대차가 올해 출시한 수소차 ‘넥쏘’는 1시간 운행하면 공기 26.9㎏이 정화된다고 합니다. 고성능 필터를 이용해 초미세먼지(PM2.5)를 99.9% 걸러 배출하는 공기 청정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몸무게 64kg인 성인 1명이 1시간 동안 호흡하는 데 필요한 공기량은 0.63㎏인데요. 넥쏘가 1시간 동안 걸러서 내보낸 공기로 42.6명이 1시간 동안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셈입니다.
 
싼 가격에 물로 수소 만드는 기술 개발  
경기도 여주 휴계소에 있는 수소충전소. [사진 현대차]

경기도 여주 휴계소에 있는 수소충전소. [사진 현대차]

하지만, 수소차가 ‘궁극의 친환경차’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가장 큰 과제는 수소를 만드는 방식인데요.
 
현재 수소 충전소에서 쓰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부생 수소’를 사용하거나, 메탄가스를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친환경 연료를 만들기 위해 환경을 오염시켜야 하는 역설에 부딪히는 것이죠.
 
가장 친환경적인 방식은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를 얻는 것이지만 문제는 비용입니다. 값비싼 백금(Pt)을 촉매로 사용해야 하는 데다, 백금이 조금씩 물에 녹기 때문이죠.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와 산소가 생산되는 장면. 전극에 루테늄엣그래핀 촉매가 발라져 반응 효율이 높다. [UNIST 제공]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와 산소가 생산되는 장면. 전극에 루테늄엣그래핀 촉매가 발라져 반응 효율이 높다. [UNIST 제공]

하지만, 백종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백금 가격의 4% 수준인 저가 귀금속 ‘루테늄(Ru)’과 신소재 ‘그래핀’을 결합한 촉매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얻는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이 기술은 기존 백금 촉매보다 가격이 싸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전기분해에 필요한 최소 전압도 낮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1~2년 이내에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백 교수는 “물은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 밖에 안 나오기 때문에 제일 깨끗한 에너지원”이라며 “수소차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값싼 물 전기분해방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루테늄엣그래핀 촉매를 개발한 UNIST 연구진. 왼쪽부터 펭 리 박사와 백종범 교수. [사진 UNIST]

루테늄엣그래핀 촉매를 개발한 UNIST 연구진. 왼쪽부터 펭 리 박사와 백종범 교수. [사진 UNIST]

 
“물 넣고 달리는 자동차, 불가능하지 않아”
생수병. [중앙포토]

생수병. [중앙포토]

그렇다면 맹물을 직접 넣고 달리는 자동차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백 교수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현재 기술로는 구동에 필요한) 수소량을 공급하지 못할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맹물로 차를 달리게 하려면 물을 차에 넣은 뒤에 전기를 사용해서 수소를 만들고, 그 수소를 연료전지로 보내 다시 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요. 에너지 흐름상 효율이 떨어지고, 안정적으로 차를 달리게 하는 데 필요한 수소량을 공급하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는 다만 “(물로 가는 차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차체 외부를) 태양전지판으로 만들어서 정차나 주차할 때에 (태양전지판에서 만든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를 계속 만들고, 압축기로 수소를 밀어 넣어 탱크에 저장하는 등 기술이 발전하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백 교수 
 
수소차 기술이 좀 더 발전한다면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올만한 장면을 현실에서 볼 수도 있겠네요. 그때쯤이면 미세먼지의 공포에서도 해방될 수 있을까요?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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