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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기민한 민영기업의 바다…선전 실리콘밸리 탄생 비결

China Challenger's Day in Shenzhen
차이나랩이 주최하고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차이나탄이 주관하는 중국 비즈니스 토크쇼인 '차이나 챌린저스 데이'가 14일 중국 선전에서 열렸다. 정준규 KOTRA 선전무역관 관장, 이필상 미래에셋 아시아(홍콩)리서치본부장 등이 참가해 '선전의 ICT 생태계'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국 방문단, 현지 교민 등 80여명이 토론에 참여했다. 선전의 교민 소식지 라이프 메거진, 한국능률협회 등이 후원사로 함께 했다.
 
 정준규 KOTRA선전 무역관 관장이 선전의 혁신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출처 차이나랩]

정준규 KOTRA선전 무역관 관장이 선전의 혁신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출처 차이나랩]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자신감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 하드웨어 산업의 심장 선전에서 만난 한국 경제인들은 미ㆍ중 무역전쟁의 충격이 중국 경제의 기반인 제조업에 실질적 파급이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정준규 관장은 성장에 제동이 걸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두 가지 현상이 있다. 첫째, 민영기업의 회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신규 투자나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정체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성장이 이어질 때 과도한 부채로 인한 구조적 취약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으나 확장이 멈춰지면 감춰졌던 문제가 드러난다. 특히 외부의 충격은 국영 사이드도 마찬가지로 부담이된다. 민영기업은 차순위다. 어느 때보다 더 큰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필상 본부장도 거든다.  
 
“중국 당국이 강력한 추진하고 있던 디레버리징이 주춤할 정도다. 외부 충격이 크니까 당장 부채를 줄이는 정책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국면상 경기 하락으로 강하게 내리찍는 힘이 느껴진다. 지금 중국 경제의 어려움은 신뢰의 상실이다. 경제가 어려워도 중국은 당국이 균형을 잘 유지해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는데 이 믿음이 약해지고 있다.”
 
선전 [출처 셔터스톡]

선전 [출처 셔터스톡]

그렇다면 선전은 어떨까. 중국의 다른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정 관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다국적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던 선전의 기업들이 시간이 쌓이면서 기술을 익혔다. 생산 대행이었기 때문에 마진이 크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한계선을 기웃거리면서 넘어가기 시작했다. 생산 대행을 통해 익힌 기술로 짝퉁을 만들었고 거기서 쌓은 자본을 밑천 삼아 인재를 빨아들이고 특허를 만들고 브랜드를 구축하게 됐다. 이게 중국형 민간 대기업의 원형이다.”
 
전기차 제조업체 BYD는 1994년 자본금 4억원 갖고 출발했다. 당시 우리의 내의 제조업체 BYC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24년이 흐른 지금 두 회사는 어떻게 변했나. 정 관장은 “시장의 변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타지 못할 때 기업이 어떤 위치에 가 있게 되나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 관장은 선전에서 혁신 기업이 잇따라 탄생하는 비결로 열린 생태계를 들었다.  
 
“초창기 선전의 공장기업은 OEM기업이었다. 시장을 주름잡는 대기업이 없었다. 대기업에 납품을 이유로 종속관계에 매이지 않다보니 OEM을 지렛대로 주문과 생산,납품에서 개방적인 생태계가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여러 원청업체를 접하면서 미세한 기술 차이를 흡수하고 융합하는 일차원적 기술 축적이 가능했던 것이다.”  
 
[출처 차이나랩]

[출처 차이나랩]

선전이 축적한 하드웨어 기술력의 상징은 화창베이(華强北)였다. 세계 최대 전자상가이자 선전 제조 경쟁력을 상징하는 짝퉁의 요람이었다. 조악하던 기술로 짝퉁을 만들다 시제품 1개든 10개든 아니면 양산품 100만개도 만들어내는 제조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 것이 변신의 기반이었다.  
 
정 관장은 “글로벌 기업간 경쟁이라는 큰 판에서 기업의 고민은 혁신 컨셉을 어떻게 값싸게 만들어 소비자가 많은 곳에 팔 것이냐로 모아진다”며 “글로벌밸류체인(GVC)을 만들어 선전에 진출하면 거대한 중국 시장까지 접근성 좋게 공략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선전이 글로벌 기술기업을 끌어당길 수 있었다”고 풀이했다. 전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면 원가절감이 필수인데 선전이 그런 점에서 독보적인 매력이 컸다는 얘기다.  
 
현재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 선전의 민영기업이 발군의 실력을 보이면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5G통신의 화웨이, 시총 세계 10위권의 인터넷기업 텐센트, 통신장비기업 ZTE, 전기차 세계1위 BYD(*중국시장이 최대시장이라는 점에서 세계 1위)ㆍ세계 1위 드론업체 DJI 등이 세계 국제특허 출원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중국 특허 데이터 연구기관 인코펫(incoPat)이 세계 특허 정보를 검색해 통신전자업 분야 특허 신청 기업 톱10을 추린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18년 10월 기준 통신전자업 특허 수권 수량에서 화웨이가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 10위 안에 든 6개 중국 기업 가운데 선전 기업이 4개를 차지했다. 혁신을 자양분 삼아 성장한 민영 대기업의 생태계 속에서 5G 이동통신, 반도체, 인공지능과 생명과학 등 4차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도 줄을 잇고 있다.  
 
선전 [출처 셔터스톡]

선전 [출처 셔터스톡]

정준규 관장은 선전의 성공 요인으로 정책과 입지, 그리고 홍콩과의 분업을 꼽았다.  
 
개혁ㆍ개방의 실험실로 주하이ㆍ샤먼ㆍ산터우(汕头)와 함께 4대 특구로 지정되면서 선전은 치고 나갈 기반을 마련했다. 개방정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덩샤오핑으로선 4대 특구에 규제나 간섭보다 자율을 보장했다. 이 정책적 공간을 지렛대 삼아 선전은 노동력을 대고 홍콩의 자본과 기술을 빨아들였다. 완벽한 분업이 구현됐다. 정 관장은 “홍콩은 가게를 열고 선전은 공장에서 물건을 댔다”며 “가게와 공장이 붙어있는 지리적 잇점을 도약대 삼아 최고의 성과를 일궈냈다”고 평했다.
 
[출처 차이나랩]

[출처 차이나랩]

선전의 실험을 바탕으로 특구가 14개 도시로 확대되고 다시 이 성과들을 모아 베이징ㆍ상하이ㆍ광저우 등 거점 도시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 20년간 고도성장을 하면서 중국 경제의 체질 전환이라는 패러다임 변화가 찾아왔다. 수출용 공장에서 시장으로 경제의 판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차이나랩]

[출처 차이나랩]

변화의 곡선주로에서 민영기업의 생태계가 형성된 선전이 먼저 치고 나갔다. 변화에 민감하고 결정이 빠른 민영기업 특유의 속도전이 전개됐다. 신발ㆍ완구ㆍ티셔츠 등 조립임가공 중심의 경공업에서 정보통신 산업으로 훌쩍 건너뛸 수 있었던 것도 선전이라는 독특한 산업 기반 때문이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출처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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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 [출처 셔터스톡]

선전 [출처 셔터스톡]

선전의 민영기업들은 IT산업으로 뛰어들면서 고학력 인재들을 빨아들였다. 이 인재들이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기업을 성장시키면서 다시 고급 인재들이 몰려드는 선순환이 시작됐다. 텐센트ㆍ샤오미 등 나스닥과 홍콩ㆍ상하이 증시에서 수십조원의 자금을 끌어당기며 상장에 성공하자 구름떼 인재들이 창업의 꿈을 안고 선전으로 뛰어들었다. 선전이 창업의 요람으로 변신한 배경이다.  
 
“2017년 기준 선전에서 신규 상업등기를 한 법인은 55만2000곳이었다. 하루 평균 1512곳꼴이다. 누적 309만4000곳으로, 시민 1000명당 상업 법인 261곳, 기업 151곳으로 중국 내에서 압도적 1위다.” (조선일보 10월 23일자 8면)  
 
시정부가 초기 자금과 공간, 창업보육 등 벤처 생태계 형성에 정책 지원을 집중하고 있는 점도 돈과 사람이 몰리는 배경이다.  
 
정 관장은 “열린 생태계와 빠른 의사결정과 추진력이 선전의 기술문화가 됐다”며 “미중 무역전쟁의 외풍이 거세지만 선전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적응하면서 시간을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전의 혁신은 우연이 아니다. 홍콩의 자금과 기술, 마케팅 역량을 흡수해 도약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운도 따랐다. 그 행운을 업고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은 선전의 민영기업군이 축적한 저력이다. 전대미문의 미중 무역전쟁의 입구에서 출구를 예상하려면 반드시 선전의 움직임을 봐야 하는 이유다.    
 
 
선전=차이나랩 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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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